2014년 2월17일 저녁 코오롱그룹이 운영하는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당시 폭설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체육관 붕괴 사고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던 부산외대 신입생 등 10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다쳤다. 국내 유수 그룹이 운영하는 리조트에서 발발한 참사인 까닭에 '안전불감증'에 대한 경고음은 전국을 강타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의 1년뒤 모습과 후유증을 <더팩트>가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소 잃고도 못 고친 외양간, 언제까지?
지난해에는 유독 국민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사고들이 많았다. 특히 채 날개도 펴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희생된 사고로 전국에 애도 물결이 일었다. 이런 대형 사고들은 ‘안전불감증’이라는 조건이 공식처럼 따라 붙었다. 자본의 논리에 따라 안전규제를 완전히 무시해 수많은 목숨을 앗아간 것이다.
지난해 2월 일어나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사고는 전형적으로 안전불감증이 불러온 사고다. 바다가 인접한 높은 산에 자리한 탓에 눈이 자주 오는 기후적인 불안 요인에도 관리를 맡은 코오롱 측은 쌓인 눈을 치우지 않았고,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지붕이 무너져 대학생 수백명이 목숨을 잃거나 크게 다쳤다.
이 사고로 코오롱의 총체적인 안전불감증도 양파껍질처럼 하나씩 벗겨졌다. 코오롱은 체육관 건물이 경량 철구조물의 임시건물 형태인데도 하중을 많이 받는 조명시설 등을 설치해 집회와 공연시설로 사용했다.
또 체육관 설계도면과 다르게 일부 시공됐다. 하중을 분산하는 보조기둥 1개에서 볼트 숫자가 부족했고, 보조기둥과 지면이 맞닿는 부분에 볼트 4개를 체결하도록 돼 있는데 2개밖에 사용되지 않았다.
체육관 공사비가 지나치게 적다는 의혹에 드러났다. 마우나오션리조트는 1205㎡ 규모의 체육관 건립 공사비로 약 1억5000만 원을 지급했다. 3.3㎡당 약 41만 원인 셈이다. 건설업계나 학계는 일반적으로 샌드위치 패널을 이용한 PEB공법 적용시 3.3㎡당 80만 원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주머니 채우기에 급급한 재벌 대기업의 ‘옹졸한 수법’이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이다.
마우나오션리조트 참사의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고 역시 마우나오션리조트와 매우 닮아 있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고는 배가 무리하게 급선회하면서 전복, 화물 적재규정을 지키지 않아 배의 복원력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이 사고 역시 해운사는 비용절감을 위해 선령이 오래된 노후선박을 수입했고, 화물적재량을 늘리기 위해 불법 개조까지 하는 안전불감증에서 출발했다. 화물을 더 싣기 위해 배의 안전을 지켜줄 평형수는 줄였고, 화물 고박조차 규정대로 하지 않고 엉성하게 해 한번 뒤집히면 절대로 일어설 수 없는 상태로 배를 운항했다.
지난해 10월 일어난 판교 테크노밸리 야외광장 환풍구 붕괴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야외 공연을 관람하던 일부 시민들이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지상 환기구에 올라갔다가 환기구가 주저앉으며 벌어진 사고다.
하지만 안전요원 명목으로 배치된 이들은 안전관리교육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요원 수도 턱없이 부족했다. 또 환기구 접근을 막는 안전펜스는 고사하고, 간단하게 설치할 수 있는 경고 문구조차 붙여놓지 않았다.
이처럼 자본의 논리에 맞추려 안전관리를 소홀히 해 인명사고 발생했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소 잃고도 외양간을 못 고치고 있다. 코오롱은 무단 용도변경으로 대학생들의 청춘을 모조리 앗아갔지만, 수원의 물류센터에서도 창고시설로 용도 허가를 받은 뒤 판매시설로 무단 사용하는 사실이 <더팩트> 취재 결과 드러났다.
코오롱이 불법으로 용도를 변경해 운영하고 있는 세이브프라자 수원점은 코오롱스포츠, 맨스타, 캠브리지멤버스, 잭니클라우스, 엘로드, 헤드, 시리즈, 헨리코튼 등 fnc코오롱계열의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상업시설이다.
등기부등본 상 코오롱 측은 지난 1993년 이 곳에 공장용지 1만5736㎡를 사들여 1995년 지하 1층~지상 3층짜리 물류센터(창고시설 허가)를 세웠다. 이후 2002년 이 건물 바로 옆에 지금의 코오롱 세이브프라자인 지상 3층짜리(총면적 6448.93㎡) 건물을 세웠고, 수원시에는 ‘창고시설 및 근린생활시설’로 허가를 받았다.
코오롱 세이브프라자는 이 건물 1층에 있으며, 1층 면적 2085.29㎡ 중 약 1500여㎡를 상업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법상 공장용지 내에 판매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엄연히 불법이다. 이는 건축법 19조와 108조에 의거해, 당초 허가받은 용도와 달리 불법으로 용도변경에 나설 경우 징역 3년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다만 공장용지에서도 판매시설을 운영할 수는 있는데, 이는 면적이 1000㎡ 이하인 시설에 대해서만 근린생활시설의 소매점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코오롱 세이브프라자 수원잠의 경우 면적이 1000㎡을 훌쩍 넘어 소매점으로 분류될 수 없고, 당연히 상업적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오롱은 2002년 이후부터 계속 불법적으로 판매시설인 세이브프라자를 운영해 왔다. 결국 뒤늦게 수원시는 지난 2013년 3월 이에 대해 코오롱 측에 행정제재를 내리고, 벌금 2300만 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수원시청 건축과 관계자는 “공업지역과 공장용지에 판매 및 상업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불법이다”라면서 “이에 따라 2년 전 코오롱 측에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제재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오롱은 건축물 승인권자인 수원시의 행정제재를 받고도 지금까지 용도를 변경한 채 상업시설인 세이브프라자를 운영하고 있다. 2년여 동안 세이브프라자를 철수하거나 면적을 줄이지 않는 배짱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창고용도로 허가받은 3층의 경우에도 콜센터와 고객상담실, 교육장, 수선실 등으로 무단 용도변경해 사용하고 있다.
창고용도의 3층 규모는 2072.64㎡로 이를 용도변경없이 상업관련 시설로 무단활용하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행정당국의 사실확인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코오롱FNC 측은 “용도 변경으로 인해 수원시의 행정제재를 받은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공업지역에서 판매시설을 전혀 운영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1층 세이브프라자의 면적을 줄이는 공사를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팩트 │ 경주=황진희 기자 jini8498@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