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엔씨 '핫라인' 불통...경영권 갈등 장기화 조짐 업계 우려

김택진 vs 김정주 넥슨이 지난 27일 지분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공시하자 엔씨소프트는 “신뢰 훼손”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사진은 김택진(왼쪽)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 /더팩트DB

게임산업 경쟁력 저하 우려 속 상생협력 방안 강조

30년 지기 서울대 공대 선후배 사이인 김택진(48)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와 김정주(47) 엔엑스씨(NXC·넥슨지주사) 대표이사 간 경영권 분쟁 논란이 사그라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장 3월로 예정된 엔씨소프트 주주총회를 앞두고 양측의 기싸움이 가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되면서 서로의 신뢰에도 상처가 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내 게임산업에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것이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번 경영권 갈등은 목요일인 지난 22일 넥슨이 엔씨소프트에게 변경공시 내용을 사전에 알리면서 본격화됐다. 핵심은 경영참여 방안에 대해 논의하자는 것. 엔씨소프트는 월요일인 지난 26일 넥슨의 이 같은 제안을 당초 투자목적과 다르다며 거절했고 다음날 공시가 나오면서 양사의 갈등이 표면화 됐다.

넥슨이 ‘경영참여’를 공시한지 사흘째가 됐지만 지난 28일까지만 해도 양사의 핫라인은 가동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양사 경영진은 넥슨의 첫 번째 지분 인수 시점부터 대화를 이어오고 있지만 ‘경영참여’ 이슈가 터진 뒤로는 이렇다 할 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는 현재 각각 한국과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어 당장 얼굴을 맞대고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도 적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서 김정주 엔엑스씨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간 경영권 다툼이 본격화될 가능성을 지켜보고 있다. 넥슨이 8000억 원을 투자하고도 엔씨소프트 경영에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못한 만큼 우호적인 신규 이사 선임에 총력을 다할 것이란 전망이 대표적이다. 등기임원 중 유일하게 오는 3월28일자로 공식임기가 만료되는 김택진 대표가 꺼낼 카드가 무엇일지도 관심사다.

국내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추측들도 나돌고 있다. 우선 엔씨소프트가 정기 임원 인사에서 김택진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이 이번 갈등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대목에선 양측 모두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승진 인사가 나기 전 변경공시에 관한 언급이 있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김택진 대표가 지난 28일 임원들을 비상 소집해 대책 회의를 가졌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김택진 대표가 임원들과 매일 갖고 있는 티미팅으로 평소 업무의 연장선이었다는 것이 엔씨소프트의 설명이다.

넥슨·엔씨 갈등 풀어라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전병헌 의원은 현재 국제e스포츠연맹 회장과 한국e스포츠협회 명예 회장을 맡고 있다 /이새롬 기자

김정주 대표와 김택진 대표 간 경영권 분쟁이 가시화되자 게임업계에선 서둘러 매듭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내 게임업계가 해외 업체들의 안방시장 공세와 각종 규제로 시름하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산업의 도약을 위한 경쟁적 노력이 아닌 경영권 다툼으로 업계 전체가 진흙탕에 빠질 것을 우려하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국내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부문 1위를 찍고 있는 게임은 모두 외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제 저녁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더니 집사람이 요즘 게임업계에 큰 일이 났냐고 물어보더라. 침체된 국내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서둘러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게임 개발자들의 이탈현상이 가속화될지 우려된다. 해외에선 한국 개발자들을 데리고 오려고 난리”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툼을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영권을 차지하는 것에만 신경을 쓰느라 정작 안살림을 못 챙길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은 “올해는 한국 게임산업에 매우 중요한 해”라며 “한국 대표 게임회사 간 갈등관계는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더팩트 | 최승진 기자 shai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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