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또 신학기 등록금 납부철이다. 2월이면 빚에 허덕이는 대학생들도 더 늘어날 전망이다. 대학 졸업 후 취업이 바늘구멍인 고용구조 속에서 학업 중인 대학생들 상당수가 빚더미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면 '교육, 백년대계'는 먼 나라의 이야기다.
우리나라 대학생이 빚의 수렁으로 빠지는 주 이유중 하나로 대학 등록금 부담을 드는 이들이 많다. 2014학년도 기준 국내 4년제 대학의 연간 평균 등록금은 637만 5400원이다. 고액의 등록금 탓에 상아탑은 '우골탑'으로 불리기도 한다. 학비 마련을 위해 학부모가 내다 판 소의 유골로 지은 탑이란 뜻이다.
풍족한 부모의 지원으로 학비 걱정 없이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도 있지만 등록금 마련을 위해 금융권 대출창구를 어렵게 찾는 대학생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대학생들이 제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는 게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생들은 대학등록금 납부기한을 맞추기 위해 비교적 대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는 제2금융권으로 흘러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의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국내 27개 저축은행에서 신용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그해 6월 말 기준으로 7만 1682명이다. 이들의 가중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연 28.3%로, 대출액은 총 2515억 원이다. 1인당 평균 351만 원을 대출받은 셈이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자산 100억 원 이상 전업 대부업체의 지난 6월말 현재 대학생 대출잔액은 82억5000만 원, 대출건수는 4362건으로 집계됐다. 등록금 조달을 위해 고금리 금융사를 이용할수 밖에 없는 대학생들이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대학생들의 대출 상환 능력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청년 실업률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좁은 취업문은 대학생들을 '졸업 유예자'로 만들고 있으며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4년제 대졸자의 졸업유예 실태와 노동시장 성과' 연구보고서에서도 4년제 대졸자 중 약 18%가 졸업연기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졸업예정자 5명중 한명은 졸업대신 대학재학생, 졸업예정자 신분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IMF 이후 최악으로 청년 고용률 40%에 그쳐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기록했다.
20대 실업자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20대 역시 동시에 증가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중 3개월 이상 연체자를 위한 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한 20대는 1649명을 기록했다. 이는 2분기보다 8.4% 증가한 규모이며 전 연령층 중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대학생과 같이 소득 창출이 취약한 계층 및 청년층의 대출은 가계부채 폭탄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이는 20대 청년들의 저신용화를 심화시키고, 취약 계층을 위한 정부의 재정부담까지 초래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정밀대책이 필요하다.
이같은 대학생들의 고금리 대출, 개인 파산 등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고조되자 금융당국도 고심은 하는 눈치다. 진웅섭 금감원장은 지난 19일 정례 임원회의에서 "한국의 동량인 대학생들이 과도한 빚과 높은 이자 부담을 안고 사회생활을 시작하지 않도록 대학생 대출의 이자 부담 완화 등 실질적인 도움을 줄 방법을 찾으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방안이 시장에서 원활하게 정착돼 실행될 수 있도록 금감원이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고금리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의 이자부담을 낮추기 위해 저축은행에 대학생 대출 이자율을 20%대로 인하하도록 행정지도를 강화하고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고금리를 받는 관행도 없애는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금감원의 행정지도는 대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게 업계 내부 지적이다. 금융 당국의 행정지도는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구속력 없는 행정지도는 금융 당국의 전시행정에 불과하다.
대학생들에 대한 정부의 구체적인 정책이 절실한 떄다. 금융 당국이 '보여주기식' 대학생 챙기기에 연연하고 있는 동안 지금도 초고금리로 대출받은 대학생들이 이자와 원리금을 언제나 갚을 수 있을지 눈물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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