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이라크의 황량한 사막 위에서 기적의 새날을 이어가고 있듯이, 세계 속의 큰 한화로 발돋움해 나가야 하며 그것이 바로 국가에 대한 의리, 사회에 대한 의리, 국민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일이다."
국내 재벌 총수 가운데 '의리의 아이콘'으로 통하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의리경영' 정신은 올해 그룹의 신년사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2년여 동안의 경영 공백을 깨고 사실상 경영복귀를 선언한 김승연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올해 한화그룹은 재도약의 출발점에 섰다. 임직원 모두가 심기일전해 그룹의 새 출발을 함께해 주길 바란다"며 각오를 다졌다.
김 회장은 가장 먼저 그룹 수장으로써 오랜 기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던 상황 속에서도 그룹 경영 정상화를 위해 묵묵히 일해 온 임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임직원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한화의 소중한 '내일'이며 '희망'이다. 그룹의 발전을 위해 묵묵히 소임과 열정을 다하는 모든 임직원께 감사하다"며 "이제 다시 여러분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너른 들에서 높고 험한 산과 마주쳤을 때에도 항상 임직원들과 함께 할 것이며 '인생'이라는 산도 바다도 서로 믿고 의지해 헤쳐나가자"고 강조했다.
'의리'를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김 회장의 그룹 임직원에 대한 애정과 '의리경영'은 이미 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경영악화로 그룹 계열사였던 한화에너지를 현대정유에 매각했을 때 김 회장이 현대정유에 요구한 인수 조건은 '100% 고용 승계'였다. 당시 김 회장은 20~30억 원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한화에너지 임직원들의 고용승계를 반드시 매각조건에 반영해 달라고 요구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고' 유가족에 대한 지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지난 2010년 4월 천안함 사고 소식을 듣고 "방산 사업을 영위하는 그룹으로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유가족의 가장 절실한 부분이 어떤 것일지에 대해 고민해보자"며 유가족에 3억 원의 위로금을 전달하고, 유가족 직계 및 배우자 또는 형제자매 1명에 대한 채용을 약속했다.
김 회장의 '의리경영'은 스포츠 마케팅 분야에서도 유명하다. 지난 2011년 일본에서 국내 무대로 복귀한 한화이글스의 김태균 선수의 일화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그해 여름 김 회장은 한화이글스 팬들에게 직접 "김태균 (선수를) 잡아온다"고 약속했고, 김태균 선수를 찾아가 "꼭 잡아줄게. 한화로 돌아와라"라고 말했다.
그룹 총수의 이례적이고 적극적인 스킨십에 김태균 선수는 같은 해 12월 연봉 15억 원에 사상 최고 대우를 받으며 한화이글스로 돌아왔다. 당시 김태균 선수는 인터뷰에서 "'꼭 잡아줄게'라는 김 회장의 한 마디가 가장 힘이 됐다"고 말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김 회장의 '의리'는 지난해 재계 최대 이슈로 꼽히는 삼성그룹 계열사 인수 추진 과정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삼성과 '빅딜'을 성사시킨 김 회장은 서둘러 삼성계열사 PMI(합병 후 통합) TF를 구성하고 100% 고용승계는 물론 기존과 똑같은 처우 복리 수준을 유지할 것을 약속했다.
김승연 회장은 이날 "지난해 말 유수의 방산, 화학 회사를 새 가족으로 맞으며 변혁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 이번 사업구조 개편은 그룹 내 주력사로 자리 잡은 케미칼과 생명보험사 인수에 이어 그룹의 명운을 건 또 한 번의 역사적인 도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통합 법인으로 새롭게 출발한 태양광 사업 역시 조속히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해 정상궤도에 올라서야 할 것"이라며 "금융과 서비스 부문도 어려운 시장환경을 딛고 더 높은 목표를 향해 도전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승연 회장은 "한화그룹은 창업이래 60여 년 동안 수많은 위기를 넘어 새로운 도약의 전환기를 모색해 왔다"라며 "지난날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임직원 모두가 열심히 뛰어줬지만, 새해에는 두 배, 세배 더 뛸 각오로 맡은 바 책임을 다해 주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