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카드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소비자들과 항공 마일리지 반환을 두고 이어 온 긴 다툼이 9년 만에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신한카드는 일방적으로 변경한 '트래블카드'의 항공 마일리지 부가 서비스를, 지난 2005년 적립 기준에 따라 일괄적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러나 신한카드가 9년 만에 소비자의 권리를 찾아주겠다고 나섰지만 결과적으로 금융 당국의 압력에 못 이겨 마일리지 반환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한카드, 소비자 불편 '모르쇠' 금감원 명령 '바로 수용?'
신한카드는 지난 2005년 3월을 기준으로 트래블카드를 보유하고 있던 고객 6만6000여 명에게 약 10억2700만 마일리지를 돌려준다고 15일 밝혔다. 이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03억 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아직 카드를 보유하고 있어 자동으로 마일리지가 적립된 이들은 1만2000여명(2억9600만 마일)에 그치기 때문에, 나머지 대다수 회원들은 별도로 신청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카드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회원은 홈페이지의 개별적으로 마일리지 반환을 신청해야 한다. 신한카드는 매달 1일~30일까지 신청한 소비자에게 매월 12일 일괄적으로 마일리지를 반환하고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현재 소비자들에게 마일리지 반환을 위한 공지사항을 올렸으며, 홈페이지를 통해 개별적으로 공고하는 소비자들에게 반환을 해주고 있다"며 "아직 트래블카드를 갖고 있는 소비자에게는 지난 4일 반환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2004년 당시 트래블카드 사용액 1000원당 2마일씩 제공하던 항공 마일리지를 2005년 1500원당 2마일로 축소했다.
이에 신한카드 고객 장진영 씨 및 회원들은 신한카드의 일방적인 부가서비스 축소가 부당하다는 이유로 '마일리지 지급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법원은 신한카드가 항공 마일리지 적립 기준을 일방적으로 바꾼 것은 부당하며, 해다 마일리지를 고객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판결했다. 신한카드는 2008년 고등법원에서 2심까지 패소한 뒤 상고를 포기했다.
법원의 판결에 따라 신한카드는 당시 7만3000여 명에 달했던 트래블카드 가입자 가운데 소송을 제기했던 6932여 명의 소비자에게만 마일리지를 적립해줬다. 이는 모든 회원에게 마일리지를 반환할 경우 보상의 규모가 과도하게 커질 것으로 우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신한카드의 이같은 결정에도 보상을 받지 못한 소비자들은 신한카드의 일방적인 부가 서비스 축소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신한카든 금융감독원의 마일리지를 반환 지급 권고를 받고서야 9년 만에 소비자들에게 보상을 실시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카드의 이번 마일리지 보상은 금감원의 압력에 백기를 투항하는 모양새"라며 "이 때문에 신한카드가 소비자를 생각한다는 실리도 명분도 잃은 셈"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신한카드는 자발적으로 결정했다고 말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 "결국 눈치 보고 결정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신한카드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권고가 있었지만, 이는 법적인 효력이 없는 것으로 신한카드가 이에 응할 의무는 없었지만 고객들의 권리 강화를 위해 반환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꾸준히 이번 마일리지 반환을 위한 충당금을 마련하고 있었으며, 금융 당국의 의지보다는 돌려줘야 한다는 신한카드의 의지가 더 컸다"고 강조했다.
◆카드사, 일방적 서비스 축소 '근본적 해결책 필요'
신한카드가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변경하고도 이를 지급하지 않으려 했던 것은 당시 카드 가입 신청서에 마일리지 변경 가능성을 알 수 있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한카드는 마일리지를 변경할 수 있다는 약관이 없는 계약서에 서명한 소비자에게만 보상을 약속했다.
카드 계약 신청서에 '부가 서비스가 변경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된 소비자들에게는 일방적인 서비스 축소에도 보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 때문에 보상을 받지 못한 신한카드 고객들은 9년 동안 속앓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셈이다.
실제 카드업계에서는'부가서비스가 변경될 수 있다'는 조항을 근거로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를 폐지하며, 서비스 변경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는다. 카드사들의 이러한 횡포에 금융 당국은 부가서비스 유지 기간을 1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금융소비자 정책 종합계획'을 만들었다.
이번 정책은 카드 부가서비스(포인트, 할인혜택 등)가 소비자의 카드선택 시 중요한 고려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이 사용기간 중 임의로 혜택을 축소·변경하는 불합리한 측면들을 지속 적발, 이에 따른 카드이용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금융소비자 연맹 강형구 국장은 "카드사들이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해도 소비자들이 직접 소송까지는 끌고가기 힘들다는 것을 카드사들 역시 잘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카드사들이 부가 서비스를 축소해도 소비자들은 기분 나빠하고 그렇게 흐지부지 끝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보다는 많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일방적으로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금융 당국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