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탐사] 전자담배, 금연구역서 가능?…간접 흡연 논란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흡연자가 공공장소나 실내 등 금연구역에서 버젓이 담배를 피우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전자담배는 금연구역에서 피우면 안되는 거 아니에요? 얼마 전 음식점에서 식후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과 종업원 사이에서 실랑이가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어린 두 아이를 둔 김모(40)씨는 최근 가족과 외식을 갔다가 주변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고 상당히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종업원이 이를 보고 제지하려 했지만 오히려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내 돌아섰다. 김 씨는 이같이 말하며 "전자담배도 일종의 담배인데 이건 정말 예의 없는 행동이 아니냐"며 고개를 연신 저었다.

직장인 명모(51)씨는 최근 회사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면서 심한 불쾌함을 느꼈다. 같이 탑승한 한 젊은이가 전자담배를 연신 피워댔기 때문이다. 전자담배의 연기에서 냄새가 나진 않았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기가 찼다고 한다. 명 씨는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실내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때마다 분통이 터진다"며 "비흡연자들은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똑같이 거부감이 들기에 흡연구역에서만 피워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전자담배가 보편화되고 선호하는 흡연자들이 많아지면서 금연해야 할 실내공간에서 흡연하는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냄새가 나지 않고 간접흡연의 피해가 없다는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주장과 전자담배 역시 연초와 마찬가지로 해롭다는 견해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직장인 김지영(31)씨는 "카페나 식당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보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며 "담배냄새가 나든 안 나든 흡연구역에서 피우는 에티켓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실 전자담배는 담배사업법 제2조에 의거, 담배로 규정되면서 100㎡(약 30평) 이상 영업장, 도심 공원, 교육시설 등 금연구역에서 흡연은 불법이다. 한마디로 전자담배도 금연지역에서 피우면 안 된다.

그럼에도 전자담배 연기가 해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 실내에서 버젓이 흡연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25년째 흡연한 정모(46)씨는 "다른 사람들도 실내에서 전자담배를 피우니까 심각성을 못 느꼈다"면서 "전자담배가 연초와 똑같이 법을 적용받는지 몰랐다"고 생각을 밝혔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전자담배를 실내에서 피우는 문제 등을 지적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트위터, 네이버 카페 화면 캡처

일부 연초 흡연자들은 술집 등에서 흡연할 수 없기 때문에 일부러 전자담배를 사는 경우도 있다. 쉽게 말해 밖에서는 연초를, 실내 또는 공공장소에서 전자담배를 피우겠다는 심산이다.

이는 정부가 강력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어 흡연구역이 적고 단속의 눈을 피하겠다는 흡연자들의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전자담배란 니코틴 농축액이 함류되거나 또는 담배향만 있는 액체를 수증기로 만드는 분무 장치를 말한다.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보건복지부 '2012년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전자담배 기체상에서도 액상 평가에서 발암물질, 환경호르몬, 독성물질이 대부분 검출됐다.

지난 8월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전자담배 연기가 수증기가 아닌 니코틴과 포름알데히드, 납, 크로뮴 등 각종 독성물질이 포함돼 간접흡연 피해가 있을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공공장소와 실내에서 전자담배 흡연을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전자담배 회사는 정반대의 견해를 밝혔다. H사 관계자는 "전자담배에는 니코틴 중독 물질만 들어 있으며 해로운 물질은 넣지 않는다"며 "간접흡연의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 관계자는 "전자담배도 일종의 담배로 금연지역에서 피우면 안 된다"면서도 "하지만 간접 흡연의 피해는 없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이 고통 받는 것은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전자담배 종류가 전 세계적으로 450개가 넘고 담배 향(맛)은 무려 8000개에 달한다. /신진환 기자

문제는 정부가 이듬해부터 담뱃세 인상을 추진함에 따라 담뱃값 부담을 느낀 흡연자들이 전자담배로 갈아탈 가능성은 더욱 커지면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실제로 보건복지부의 전자담배용 니코틴 용액 판매량 조사 결과, 지난해 니코틴 용액 판매량이 7220ℓ로, 지난 2012년(4310ℓ)보다 2배가량 증가했다.

전자담배 가격이 연초와 비교해 경쟁력이 있다는 점도 흡연자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파는 전자담배는 저렴한 제품이 단품 기준 7만원 내외다. 다만 전자담배만으로는 흡연이 불가능하며 액상을 별도로 사야한다. 액상은 연초의 담뱃잎으로 볼 수 있다. 액상 가격은 브랜드와 용량마다 가격이 다르다. 30㎖ 액상과 니코틴 충전까지는 2만5000원에서 4만원이면 살 수 있다. 전자담배 1개 세트(기기+액상+기타 용품)는 10~15만원 선이다.

한 전자담배 판매원은 "개인마다 흡연량이 다르므로 액상 하나가 며칠씩 차이가 나는 경우도 있다"며 "20㎖짜리 용액은 보통 액상 한병당 담배 2보루 양이다. 흡연량이 많지 않으면 보통 20일 이상 충분히 피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주장에 따르면 10㎖짜리 용액은 담배 1보루(10갑)인 셈이다. 한달 담배 30갑을 필 경우, 연초(2500원)는 7만5000원, 액상(30㎖)이 비싸더라도 4만원이다.

전자담배는 기존의 담배보다 건강에 덜 해로운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니코틴 중독 등과 같은 증세는 담배와 같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서울대학교 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오범조 교수는 "전자담배 역시 니코틴을 함유하면 일반담배와 같다"며 "중독성이 강한 니코틴은 흡연 욕구를 유도하기 때문에 결국 금연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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