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2015년 두 개의 큰 승부건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 2009년 창립기념식에서 2015년까지 총 자산 100조 원의 회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더팩트 | 오세희·박지혜 기자]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이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결정했다. 보험 증권에 이어 은행업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금융종합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청사진을 펼쳤다.

그동안 은행업 진출에 목말라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여온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우리은행 인수 참여의사를 대내외적으로 공식화했다.

금융권에서는 교보생명그룹의 우리은행 인수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 향후 신창재 회장의 인수 전략과 결단 등을 눈여겨 보고 있다. 금융전문 그룹으로 평가받는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의 새 주인으로 등장할 경우, 금융시장(상품) 경쟁구도는 예전과 완전히 다른 지형이 형성될 수 있기때문이다.

우리은행 인수참여 결정후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과거 발언도 새삼 주목받으면서 새해 2015년 교보생명그룹의 외연확장에 재계 안팎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009년 교보생명 5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2015년까지 총자산 100조 원 생보사 달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교보생명의 총 자산은 77조9000여 억원.

오는 2015년 교보생명그룹은 생명 총자산 100조원 달성과 은행업 진출이라는 두개의 거대한 목표를 품고 있는 것이다.

이래저래 신 회장은 2015년을 앞두고 승부수를 던졌다.

◆ 종합금융그룹 노린 신창재 회장, 우리은행 인수 참여결정

교보생명은 지난 18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결을 통해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입찰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공공연히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을 보여 왔지만, 대외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던 교보생명은 "이사회에서 우리은행 예비입찰 참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결정했다"며 "구체적인 가격과 수량은 이사회가 결정한 범위 내에서 이사회 내 경영위원회가 최종 결정하도록 위임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 인수에는 신 회장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그동안 금융종합그룹으로의 도약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올해 초 범금융기관 신년 인사회에서도 "은행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10년 전부터 해 왔다"며 은행업 진출 의욕을 굳이 감추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은행 인수자금의 원활한 조달이다. 우리은행 지분 30%에 대한 예상 인수가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3조 원에 달할 것으로 M&A(인수합병)계에서는 추정한다.

현행 보험업법에는 보험사의 자회사 주식 및 채권 합계액은 일반계정 자산 총계의 3%를 넘을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교보생명의 일반계정은 약 58조 원으로 3% 미만으로 따지면 교보생명이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은 1조3000억 원에 불과하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은 예상 인수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때문에 교보생명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교보생명은 인수자금 확보를 위해 맥쿼리, JP모건 등 해외투자자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증권 등 재무적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컨소시엄 참여자의 자격 여부와 유효경쟁이 관건이 되겠지만,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최초로 보험사가 은행을 품은 '어슈어 뱅크(assure bank)'가 된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하면 큰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은행 매각 패키지엔 우리카드도 들어 있어서 신용카드 시장도 새롭게 진출할 수 있다. 또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단번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 앞자리를 꿰찰수도 있다.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에 성공하면 교보생명그룹 총 자산은 산술적으로 340조 원에 이르게 된다.

◆ 생명 총 자산 100조 달성, 신창재 회장 경영 시험대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매각 입찰 참여를 공식 선언한 가운데 신 회장의 '100조 원 달성' 공약의 성사여부도 관심사다.

지난 2009년 신 회장은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50주년 창립기념식에서 "2015년 당기순이익 1조 원, 총자산 100조 원을 달성할 계획"라며 "이를 위해 먼저 2010년까지 타깃고객이 선호하는 생명보험사 1위가 되자"고 말했다.

신 회장의 공언대로 그동안 교보생명의 자산은 꾸준히 증가했다. 실제 2009년 당시 교보생명의 자산 규모는 50조 원이었지만 2010년 54조 원, 2011년 62조 원, 2010년 69조 원, 2013년 73조 원 등 꾸준히 증가했다. 2014년 상반기 교보생명의 자산 규모는 77조 원까지 올랐다. 이에 힘입어 교보생명은 삼성, 한화와 함께 빅3 생명보험사로 시장을 이끌고 있다.

2015년 100조 원 달성을 위해서는 우리은행 인수여부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우리은행을 품에 안을 경우, 생명에도 긍정적인 영업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여서다. 현재 교보생명의 총 자산은 올해 상반기 기준, 지난해보다 1조 원 감소한 77조9000억 원, 교보증권은 6조7000억 원으로 합치면 84조6000억 원으로 100조 원에는 16조 이상 부족하다.

하지만 총자산 253조8000억 원의 우리은행이 교보생명으로 인수되면 그룹 총체적인 자산규모는 크게 달라진다. 교보생명과 합쳐지면 자산 338조4000억 원에 달하는 명실상부 종합금융그룹으로 올라서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우리은행 인수전을 마냥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힘들다.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인수 자본, 유효경쟁 성립 등의 문제가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교보생명이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신 회장이 은행 인수를 금융종합그룹으로 만들기 위한 수순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신창재 회장이 22세 연하 박지영 씨와 재혼하면서 후계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 아니냐는 업계 분석이 나오고 있다./교보생명 제공, 박지영 씨 페이스북 캡처

◆ 신 회장의 두 아들 자산승계율 0%, 경영후계구도 '오리무중'

신 회장이 활발한 기업활동을 하는 가운데 금융계는 물론 재계 관계자들이 그에게 품고 있는 매우 깊은 또 다른 궁금증이 있다.

바로 교보생명의 경영후계구도다.

신 회장의 두 아들이 교보생명 지분을 갖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지난해 말 신 회장은 22세 어린 박지영 씨와 재혼했다. 연하 부인의 등장으로 차후 그룹 경영권과 밀접한 지분 승계시 복잡한 역학관계가 형성될 소지가 있다는 게 주위의 평가다.

현재 신 회장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 지분은 33.78%다. 비상장 회사인 교보생명의 장외거래가는 19일 기준 26만 원으로 신 회장의 보유 주식 가치만 1조8000억 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신 회장의 두 아들들은 교보생명에 전혀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장남 신중하(34)씨와 차남 신중현(32)씨의 자산승계율이 0%인 셈이다.

교보생명의 특수관계인 지분은 신 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필링크 사장 2.5%, 신 회장의 누이 신영애 씨 1.4%, 신경애 씨 1.7%가 전부이다.

지난해 11월 재혼한 22세 연하의 아내 박지영 씨는 지분을 갖고 있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박 씨가 향후 상속 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올해 초 최종안이 마련된 상속법 개정안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상속법 개정안에 따르면 유산에 대해 배우자 선취분 50% 보장을 유언보다 우선한다고 정했다. 기존 상속법에서는 배우자와 자녀가 1.5대 1의 비율로 유산을 상속받는 것이 기본 골자였다. 하지만 국회 계류 중인 개정된 상속안은 배우자에게 50%를 먼저 할당하고 나머지 재산에 대해 기존 비율을 적용하게 된다. 오너가 사망하면 배우자가 최대주주가 될 수 있고, 경영 일선에도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이다.

아직까지 신 회장이 정정하고, 두 아들의 나이를 감안할 때 경영 승계작업이 빠르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업계 안팎에서는 전망하지만 이 또한 미지수임에는 분명하다.

재계 관계자는 "상속법에 따르면 재혼 시에는 재혼 후 기여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조항이 삽입돼 있기 때문에 문제될 일은 없다고 하지만, 앞일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만약 교보생명이 우리은행을 인수한다면 신 회장의 지분가치는 훨씬 커질 수 있다. 교보생명그룹 안팎에서 경영승계와 관련된 교통정리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경영승계와 관련된 세간의 다양한 관측들에 대해 "아직까지 회장님 연세가 많지 않기 때문에 후계 구도를 결정할 때가 아니다. 이 외의 다른 사항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sehee109@tf.co.kr
medea0627@tf.co.kr
비즈포커스 bizfocus@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