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인력 운영을 둘러싼 자동차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13일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의 해고무효 확인 소송이 대법원의 '막판 뒤집기' 판결에 따른 회사 측의 판정승으로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만에 한국지엠의 희망퇴직 소식이 수면에 오르자 일각에서는 노사 간 견해차가 대규모 파업 사태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한국지엠 등에 따르면 세르지오 호샤 사장은 지난달 초 진행된 경영설명회에서 사무직 팀장과 임원 등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한국지엠의 계획안이 현실화 될 경우 올해에만 두 번의 희망퇴직을 시행하게 된다. 한국지엠은 지난 2월 300여 명의 사무직 직원과 일부 생산분야 감독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다.
또한, 최근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는 수출 물량의 여파로 공장 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진 군산 공장의 근무 체제를 기존 주간 연속 2교대제에서 1교대제(주간조)로 전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회사 측은 "내부적으로 희망퇴직에 대한 논의가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규모와 시기 등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바 없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지만, 노사 측의 반응은 냉담하다.
한국지엠의 인력 운영안에 노조 측은 "근무체제가 1교대제로 변경되면 고용 문제가 불가피하다"라며 "회사 측이 1교대 전환 계획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강경투쟁도 불사할 것"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실적 부진에 따른 비용절감을 내세우는 회사 측과 근로 보장을 주장하는 노조 양측 간 견해차로 잡음이 일고 있는 곳은 쌍용차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이후 6년 동안 해고 노동자들과 법정싸움을 벌인 쌍용차는 1심을 거쳐 상고심에 이르기까지 재판마다 엇갈린 판결을 내놓은 재판부의 결정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13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노모(41)씨 등 153명이 회사 측을 상대로 낸 해고무효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008년 자동차 판매 부진과 금융위기 등의 여파로 기업회생절차를 밟은 쌍용차의 당시 정리해고는 회사의 경영 회복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게 대법원 측의 판단이다.
대법원의 판결에 노사 양측의 반응은 엇갈렸다. 쌍용차 측은 "인력구조조정 문제가 대법원에서 정당성을 인정받고 이제 인수합병 이전에 발생한 소모적인 사회·정치적 갈등을 해소될 수 있게 됐다"며 환영의 뜻을 내비쳤지만,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자치부는 "대법원의 판결은 해고 노동자는 남아 있는 수천 여명의 노동자들의 미래를 짓밟는 결정"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양사의 이 같은 불협화음이 업계 전체의 파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올해 국내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자동차는 임금협상 기간 동안 노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6차례의 부분파업으로 약 4만2200대, 9100억 원 규모의 손실을 피하지 못했고, 지난 7월에는 한국지엠이, 7~8월 르노삼성자동차가 각각 노사 간 견해차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분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각 사 모두 하반기 임금협상 타결에 성공하며 경영정상화에 성공은 했다. 그러나 연말에 불거진 쌍용차와 한국지엠의 노사 갈등이 대규모 파업 사태로 번질 경우 현대·기아차와 르노삼성자동차 등 나머지 업체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과 같은 제조산업 분야는 노조 간 결집력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회사와 노조 양측이 협의 과정 없이 양보 없는 '밀어붙이기 식' 행보를 이어간다면 대규모 파업과 같은 부작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