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황진희 기자] 롯데와 신세계가 국내 시장을 벗어나 외국인 큰손을 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제2롯데월드 저층부를 조기 개장한 롯데는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한 일본 고객들을 잡기 위해 관광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으며, 경쟁업체인 신세계는 해마다 늘고 있는 중국 고객들을 위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최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면세점, 롯데호텔, 롯데월드 등 3개 계열사가 역량을 총동원해 일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9~11일 일본의 여행사들을 초청해 롯데호텔, 롯데월드와 함께 제2롯데월드 오픈을 기점으로 한국 관광과 쇼핑의 장점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롯데 관광그룹 3사가 공동으로 일본 여행사 관계자들을 한국에 초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가 계열사를 동원해 일본 고객들을 잡기 위해 나선 것은 제2롯데월드 조기 개장 이후 중국인 고객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고객들의 발걸음이 저조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저현상으로 일본인 관광시장이 어려운 상황을 맞이한 상황에서 일본인에게 특화된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것.
롯데면세점은 이를 위해 여행사들에 일본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구체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하며 제2롯데월드 관광상품 개발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다.
김성준 롯데면세점 일본 판촉 팀장은 "일본인 관광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관광 3사가 힘을 합쳐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특화된 콘텐츠를 개발, 제2롯데월드가 일본인들의 새로운 관람 명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이와 함께 일본 고객 전용 면세점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월4일 간사이 공항에 롯데면세점을 개점했고 같은 달 30일에는 일본인 전용으로 구축된 일문 인터넷면세점을 열면서 꾸준히 일본인 관광객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롯데면세점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 도쿄 번화가 긴자에 시내 면세점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롯데는 긴자 면세점을 직영으로 운영할 방침이며, 화장품 담배 주류 기념품 등을 판매 품목으로 검토하고 있다.
도쿄 고급 번화가인 긴자에 11층짜리 상업용 건물 8~9층에 매장 면적 4400㎡ 규모로 건립될 예정이다. 이는 도쿄 내 최대 규모로 롯데가 운영하고 있는 해외 면세점 가운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시내 면세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롯데면세점 측은 "본격적인 일본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추후 제2 시내 면세점 입점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쟁사인 신세계는 중국인 큰손 잡기에 나섰다. 14일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본관 지하 1층에 럭셔리 시계 브랜드 20여개를 한데 모은 국내 최고 수준의 럭셔리 시계전문관을 연다. 특히 이번 럭셔리 시계전문관이 내국인이 아닌, 큰손 중국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있어 업계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럭셔리 시계 시장은 해마다 고성장을 기록 중이지만, 국내 소비층의 수요로는 한계가 있다. 럭셔리 시계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의 판매 비중은 내국인 보다 오히려 외국인, 특히 중국인 고객들의 매출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신세계 본점의 럭셔리 시계 매출 중 중국인 매출비중은 해마다 늘어 올 연말까지 2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본점의 전체 중국인 매출 비중이 7%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럭셔리 시계 중에서도 3000만 원 이상의 고가 제품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30%를 차지, 5000만 원 이상 제품의 매출 비중은 50%를 넘어서고 있다. 지난 3년간 중국인의 럭셔리 시계 매출 신장율 역시 무려 750%에 달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이에 따라 로렉스, 까르띠에, 브레게, 오메가, 태그호이어, 브라이틀링, 몽블랑, 바쉐론콘스탄틴, IWC,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등 10개 브랜드에서, 파르미지아니, 크로노스위스, 랑에운트죄네, 프레드릭콘스탄틴, 보메메르시에, 제니스, 론진, 벨앤로스, 반클립아펠, 불가리 10개 브랜드를 더해 모두 20개 브랜드의 럭셔리 시계전문관으로 중국 고객을 잡는다는 계획이다.
앞서 신세계백화점은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는 춘절, 노동절, 국경절에 중국인 대상 행사를 강화했고 오는 크리스마스에도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특히 국경절 기간에는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통역서비스 인력도 추가했다. 특히 중국 고객들에게 관심이 높은 화장품 매장에서는 백화점 통역서비스를 제공했다.
김영섭 신세계백화점 해외잡화담당 상무는 "2~3년 전부터 중국인 고객은 강력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핵심고객층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