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황원영 기자]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의 역풍이 몰아닥치고 있다. 시행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았건만 시민단체부터 유통업자들까지 폐지요구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동통신 3사가 단통법 시행 후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비판이 더욱 거세졌다. 보조금 경쟁이 약화될 수록 이동통신사의 이익은 증가하고 이는 소비자의 이익을 그만큼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단통법이 소비자 이익증진보다는 이통사 배만 불린다는 지적이 일면서 법 폐지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통3사가 영업정지에 따른 마케팅 비용 절감과 보조금 경쟁 약화로 경영 실적이 호전됐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유플러스는 3분기 2조908억 원, 영업이익은 1745억 원이라고 27일 밝혔다. 이는 전분기 대비 각각 1.2%와 78%씩 늘어난 규모다. 단통법 시행을 앞두고 정부의 감시가 엄격해지면서 마케팅 경쟁이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반면 가입자는 순증했다.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음에도 영업이익이 급등한 것은 마케팅 비용이 줄었기 때문이다. LG유플러스의 3분기 마케팅 비용은 4772억 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13.2% 줄었다. 단통법 시행으로 마케팅 비용 감소분은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SK텔레콤과 KT 역시 실적 개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업계는 SK텔레콤과 KT가 각각 3분기 영업이익 5800억 원, 3300억 원 가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KT는 4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건비를 절감한데다 마케팅 비용까지 축소돼 흑자 전환이 확실시 되고 있다. 2분기 KT는 영업손실 8130억 원, 당기순손실 7572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단통법으로 과잉 보조금 지급은 사라지게 됐다. 중고단말기 보상금제도 같은 새로운 마케팅이 등장했지만 큰 틀에서 매출은 늘고 비용은 통제되기 때문에 4분기에도 이익 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는 “본래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절감과 합리적 단말기 구매 등 국민편익을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요금인하는 커녕 오히려 지원금이 축소돼 가계통신비가 크게 증가, 국민 모두에게 불편과 피해만 키워 놨다”고 주장하며 철폐 운동을 펼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오는 30일 서울 종각역 보신각 광장에서 단통법 개정 및 유통점 생계대책 수립 촉구대회를 개최한다. 협회는 이 자리에서 ▲단통법 중단 ▲지원금 상향 ▲사전 승낙철회 폐지 ▲폰파파라치 철폐 ▲15개월 이상 단말기 위약금 폭탄 공시 폐지 등을 요구할 계획이다.
협회에 따르면 전국 3만개에 이르는 유통업체가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는 “결론적으로 국민과 종사자 모두에게 고통만 주고 있는 단통법은 실패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시민단체인 컨슈머워치 역시 “보조금 상한제가 폐지되고 분리공시제가 도입되더라도 시장 경쟁을 제한하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존속하는 한 휴대폰 값을 내리기 어렵다”며 단통법 폐지 청원서를 27일 국회에 제출했다.
유통업자와 시민단체 등이 단통법 철폐를 주장하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 역시 단통법 개정 등을 논의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전병헌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2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소비자 후생 증진을 위한 통신정책 방향 모색 라운드 테이블’ 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박기영 녹색소비자연대 공동대표를 좌장으로, 이승신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교수,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실장,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 이주홍녹색소비자연대 정책국장, 장정환 삼성전자 상무, 이상헌 SK텔레콤 상무, 강학주 LG유플러스 상무가 토론자로 나선다.
이 자리에서는 단통법에 대한 개선방안과 보완책 마련,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에 대해 논의한다. 전 의원은 “토론회를 통해 이용자 후생증진을 위한 보다 현실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이 제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는 단통법 개정에 대해 심도 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분리공시제 등 역시 재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보조금을 통제하면서 시장의 자유로운 경쟁을 억압하고 정체를 가져온 만큼 ‘지켜보자’는 입장만 고수해서는 안된다”며 “단통법은 경제 논리가 아닌 관료 입장에서 만들어진 법인 만큼 소비자와 이통사, 제조사 등의 목소리를 모두 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