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ㅣ 황진희 기자] 백화점 식품관이 최고급 명품 브랜드로 재탄생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을 시작으로 롯데백화점까지 새로운 명품 식품관을 도입하면서, 백화점에서 식품관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 최고급으로 무장한 백화점 식품관, 차별점은?
22일 신세계 푸드마켓은 기존 백화점에서 볼 수 없었던 식품관만의 BI(Brand Identity)를 발표하고 본격적인 브랜딩 강화에 나섰다. 신세계 푸드마켓 본점은 런던의 해롯, 파리의 봉마르쉐와 같이 고품질의 식재료와 트렌디한 미각, 우리의 전통 미각까지 더한 국내 대표 식품관으로, 올해 말까지 신세계 식품 철학과 아이덴티티를 전 점포에 확대될 전망이다.
손영식 신세계백화점 상품본부장은 "런던에는 영국의 식문화를 대변하는 해롯이 있고, 파리에는 봉마르쉐가 있듯, 신세계 푸드마켓 본점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식품관으로서 한국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국내 대표 식품관으로서, 진정성이 담긴 상품 구성은 물론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브랜딩 활동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브랜딩에 필요한 모든 디자인은 푸드마켓 청담점부터 이번 본점까지 브랜딩과 인테리어를 맡은 뉴욕의 유명 디자인회사 '무카(MUCCA)'가 맡아, 입구에 들어서는 인테리어부터 사원 유니폼, 상품 패키징까지 일관된 디자인을 선보인다.
장을 본 후 무거운 짐을 대신 들어주는 포터 서비스 사원도 마치 호텔직원을 연상시키는 모자와 셔츠를 착용한다. 이 밖에도 슈퍼마켓의 단계별 등급 등 상품의 다양한 설명과 가격 등을 나타내는 고지물도 새로운 디자인을 적용해 국내 백화점이 아닌 유럽의 마켓을 연상시키도록 했다.
롯데백화점은 이탈리아의 고급 식품관인 '펙(PECK)'을 21일 서울 잠실의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6층에 문을 열었다. 130년 전통의 펙은 식품관과 레스토랑을 결합한 매장으로 식재료 구입부터 호텔수준의 빵·커피·와인·요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롯데백화점은 펙을 들여오려고 1년 가까이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식품부문장·식품팀장·상품기획자 등이 지난해 5월부터 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펙 본사를 30여 차례 찾아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펙의 소유주인 레오네 마르조또는 입점계약에 앞서 잠실 에비뉴엘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살피는 등 깐깐함을 보였다.
이원우 롯데물산 대표는 "펙은 신세계가 선보인 딘앤델루카보다 상위급"이라며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식품점과는 차원이 다른 콘셉트의 푸드 마켓"이라고 설명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다.
이번에 문을 여는 펙은 와인·레스토랑·델리코너 피자·야채·청과·커피·빵·아이스크림 매장으로 구성된다. 특히 와인은 밀라노 현지에서 들여온 21종을 비롯해 1500종류를 판매한다. 펙 본사에서 나온 주방장 3명이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조리법을 전수해 음식을 만든다.
우길조 롯데백화점 식품부문장은 "펙은 기존의 식자재, 레스토랑 매장과 차별화되는 문화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에비뉴엘을 대표하는 매장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롯데, 식품관에 주력하는 이유?
백화점들이 식품관을 최고급 명품화에 나선 것은 먹을거리에 점차 눈이 높아지고 있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풀이된다. 해외여행 경험이 많아지고 식재료 해외직구 등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백화점들의 맛 전쟁이 가열됐다는 분석이다.
임훈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가 열린 후 식문화가 빠르게 고급화되고 있다"면서 "백화점에서도 식품에 대한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대두되고 있어 신세계만의 차별화된 푸드마켓을 브랜드화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11년 미국 뉴욕 소호거리에 본점이 있는 프리미엄 식품관 '딘앤델루카'를 강남점에 들여온 신세계백화점은 딘앤델루카를 세계적 수준의 프리미엄 식품점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에 등장하며 국내 진출 전부터 유명했던 딘앤델루카는 9월에 4호점을 개장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백화점 업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문을 연 부산 해운대구 신세계 센텀시티의 푸드마켓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부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필수 방문코스로 떠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매출도 개장 이후 지난 13일까지 420억 원에 달했다. 이는 백화점 전체 매출의 15%가량에 해당될 정도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명품 식품관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백화점 내 다른 상품을 구입하게 하는 일명 '분수 효과'나 '샤워효과'가 생긴다"면서 "이 때문에 백화점 업계는 고객 유치의 첨병으로 식품관 정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백화점도 내년 8월에 문을 여는 판교점에 이탈리아 프리미엄 식품관 '이틀리'의 입점계약을 맺으며 식품관 전쟁에 가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