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위' SBI저축은행, 뿌리는 어디?…'국부유출' 우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본계 자금인 SBI저축은행이 합병을 통해 업게 1위로 등극하면서 일각에서 국부유출에 대하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다./더팩트DB

[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일본계' SBI저축은행이 4개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저축은행 1위'로 단숨에 올라섰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본계 자본의 대형화에 따른 '국부유출'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SBI저축은행과 계열 저축은행인 SBI2ㆍSBI3ㆍSBI4 저축은행의 합병을 승인했다. 합병일자는 이달 31일이며, 다음 달 정식 출범할 계획이다.

이번 합병으로 이번 합병을 통해 SBI저축은행은 자산규모 3조8000억 원, 지점수 18개를 보유하게 돼 자산 4조 원대로 올라섰다. 이는 총자산 기준으로 현재 업계 1위인 HK저축은행(지난 3월 기준 2조2595억 원)보다 1조5400억 원 가량 많은 수치다.

앞으로 SBI 저축은행은 계열 저축은행 통합 후 은행간 불필요한 중복업무가 해소돼 업무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BI저축은행은 인터넷 영업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 8월 한국을 찾은 나카가와 다카시 SBI저축은행 회장은 임직원에게 "앞으로는 공격경영으로 전환해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IPO)를 목표에 두고 영업을 강화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은행화를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SBI저축은행의 대형화를 두고 일본계 자금이 국내 자본을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SBI금융그룹의 자회사로 지난해부터 1조20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국내 저축은행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SBI금융그룹은 산하에 80여개의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중국, 홍콩, 싱가포르, 영국 등 20여개국에서 금융사업을 하는 자산 24조 원의 일본 최대 투자금융그룹이다.

일본계 저축은행의 국내 자본 잠식은 SBI저축은행이 처음은 아니다. 친애저축은행도 SC저축은행 추가 인수를 통해 전국 영업망 구축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친애저축은행의 모회사인 J트러스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중인 대부업체 자산 중 약 3000억 원 규모의 우량자산을 친애저축은행으로 이전하는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일본계 금융사의 대형화는 토종 저축은행들의 급격한 축소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일본계 자금은 5조 6395억 원으로, 저축은행 전체 자산 38조 9727억 원의 14.5%를 차지하면서 그 비율을 점차 늘리고 있다.

일본 자금이 저축은행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본계 저축은행은 일본에서 1~4%대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 뒤 국내에서 10~20%대의 중금리 이자를 받을 경우 소위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저축은행업계 일각에서는 낮은 조달금리를 무기로 일본계 자본이 국내 저축은행에 뛰어든 뒤 일본으로 자금을 빼가는 국부유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일본 자금의 저축은행 인수는 돈이 되기 때문"이라며 "저축은행에 진출하면 자금 조달 금리도 낮아져서 자본 확보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계 저축은행의 국부유출에 대한 금융 당국의 철저한 감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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