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검열 上] 다음카카오 ‘울상’, 이용자 신뢰 회복 ‘절실’

다음카카오 이석우 공동대표가 지난 13일 수사기관 감청영장에 불응할 뜻을 밝혔다./ 더팩트 DB

100명 중 97명이 사용하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서비스가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잔잔하게 일던 사이버 감시 공방은 어느새 거친 파도로 변해 업계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검찰의 통신감청에 불응하겠다는 CEO의 폭탄 발언이 나오는가 하면 국회에서는 사이버 검열의 정당성에 대한 시시비비를 따지며 언성을 높였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모바일 메신저 업계에 어떤 후폭풍을 몰고 올지 짚어본다. <편집자주>

[더팩트 | 황원영 기자] 거대 IT 기업으로 재탄생한 ‘다음카카오’가 14일 코스닥에 상장됐다. 7조 원이 훌쩍 넘는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으로 올라섰지만 최근 카카오톡 검열 논란으로 가입자 이탈 상황을 맞고 있는 데다 법적 논란까지 불거지며 앞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검열 논란 이후 주가도 연일 떨어져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에 따른 발행신주 4300만434주가 14일 추가 상장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 이번 신주를 포함해 다음카카오의 상장 주식은 5656만3063주로, 시가총액은 7조8679억 원(14일 종가 기준)에 달한다. 코스닥 2위 셀트리온의 4조3798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금액이다.

다음은 14일 전 거래일보다 1만700원(8.33%) 오른 13만9100원에 마감됐다. 발행신주가 추가 상장되면서 다음의 시가총액은 다소 불어났으나,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할 당시 받았던 기대에는 못 미치는 금액이다. 당시 업계는 다음카카오 합병 신주가 상장되면 18만 원에 이르는 주가를 기록,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이르는 초대형 인터넷 기업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검열 논란으로 인한 악재를 겪으면서 다음카카오는 지난 한 주간 12%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2주 사이에는 23%나 빠졌다. 지난 7일 2조1000억 원을 기록하던 다음은 13일 1조6000억 원대로 5000억 원 가까이 증발했다. 13일 다음카카오는 12일 종가보다 7.76% 떨어진 12만8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나마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대응책을 들고 나오면서 주가 하락을 다소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이석우 다음카카오 대표는 13일 서울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그간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하다”며 “앞으로 검찰 등의 감청 응하지 않겠다”고 초강수를 뒀다.

업계 관계자는 “다소 투자심리가 회복되는 양상이지만 검열 논란으로 인해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며 “카카오톡 사찰에 따른 가입자 이탈 현상도 계속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발생하면서 이용자수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반면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자는 증가했다./ 정용부 그래픽기자

실제 다음카카오 가입자는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온라인 시장조사 기관 랭키닷컴의 모바일 이용통계 자료에 따르면 감청 논란이 불거진 지난 5일부터 11일까지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917만9000여명을 기록했다. 전주 사용자 2923만5772명보다 5만6000여명 줄어든 수치다. 카카오톡은 지난달 14일 이후 주간 이용자수가 매주 5만명 이상 감소하고 있다.

반면 카카오톡의 대안으로 급부상한 독일 모바일 메신저 ‘텔레그램’ 사용자는 같은 기간 262만4788명(텔레그램 공식앱 사용자와 한국어앱 사용자 통합)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주 사용자 138만1103명보다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최근 일주일 동안 하루 평균 이용자수는 124만4324명으로 전주의 61만1783명에 비해 역시 두 배로 증가했다.

여기에 텔레그램이 한국어를 지원하는 공식 앱을 출시한다고 밝히면서 ‘사이버 망명’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 되고 있다. 이 대표 역시 “가입자 추이가 다소 하락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한 바 있다.

업계는 다음카카오가 감청 영장 불응이라는 초강수를 둔만큼 소비자 정보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지난 8일 대화 내용 저장기간을 기존 5~7일에서 2~3일로 축소하고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프라이버시 모드 도입을 발표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카카오가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논란이 해소되지 않았고 법적 논란까지 불거진 상태이므로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카카오가 법적지원과 위기대응 매뉴얼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향후 소비자의 마음을 어떻게 사로잡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합병을 발표한 가운데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을 막기 위해 고소·고발 없이도 실시간 모니터링을 하겠다는 수사 방침을 밝혔다. 카카오톡 검열이 도마에 오르자 ‘친구 3000명의 기록이 검열당했다’, ‘카카오 법무팀이 협의점을 분류해 정보를 제공했다’ 등의 소문이 퍼져나가며 카카오톡 가입자가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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