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진희의 Fun한 경제] 제과업체, 질소과자 뗏목 행사 ‘무덤덤’

과자의 과대포장을 꼬집기 위해 재기발랄한 대학생들이 질소과자 뗏목 퍼포먼스를 선보였지만 정작 제과업체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더팩트DB

[더팩트 │ 황진희 기자] ‘질소과자를 타고 한강을 건넌다?’ 이토록 유쾌한 시위가 또 있었나하는 생각이 가장 처음 들었다. 곧 이어 그동안 눈치만 보며 제품의 양을 슬금슬금 줄여왔던 제과업체들은 이 행사를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했다.

지난달 28일 과자봉지 160여개를 각종 테이프로 이어붙인 후 랩을 씌워 2인용 ‘과자 뗏목’을 만든 장성택(25·경희대학교 경영학과), 유성호(26·공주대학교 전기공학과), 박현수 씨(26·단국대학교대학원 건축학과)는 서울 송파구 잠실한강공원에서 한강 잠실에서 출발 후 30여분 만에 900m 떨어진 강 건너편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은 양은 적고 포장용 질소는 가득한 문제를 알리자는 취지에서 이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대학생들은 “불매운동을 떠나 해학적으로 비판하고 해외 과자의 판매량 증가에 대비해 국내 과자업체도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퍼포먼스에 쓰였던 과자는 모두 고아원 등에 기부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학생다운 재기발랄한 발상에 해외 유력 언론도 큰 관심을 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공식 트위터 계정과 ‘코리아 리얼타임’ 섹션에서 “한국 대학생들이 과다 진공포장 문제를 증명하기 위해 감자칩 등으로 만든 배로 강을 건넜다”고 보도했다. WSJ 트위터에 소개된 이 기사는 폭발적으로 리트윗되며 해외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어찌 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과자의 과대 포장’이 국내외에서 이토록 큰 관심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수년 전부터 논란을 빚은 국산 과자의 과대포장 횡포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에 소비자들이 등을 돌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이 3일 환경부에서 제출받은 ‘제과류 과대포장 단속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최근 3년간 국내 제과업체들의 과대 포장으로 인한 위반 건수는 577건에 달했고, 부과된 과태료는 모두 14억6000만 원에 이르렀다.

과대 포장으로 적발된 경우는 2011년 159건(과태료 3억7551만 원), 2012년 227건(과태료 5억2188만 원), 2013년 191건(과태료 5억6410만 원) 등으로 포장 횟수를 위반하거나 포장공간 비율을 위반한 경우가 주로 문제가 됐다.

그러나 정작 국내 제과업체들은 무덤덤하기만 하다. 과대포장 의혹에 억울하다는 입장과 함께 법규를 준수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자가 운반·유통·보관 중 부스러져 상품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질소를 많이 넣고 있다는 것. 제품 보호를 위해 질소를 주입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과자 과대포장에 불만을 갖고 있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해명인 셈이다.

기업이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익이 나야 하고, 이익이 나기 위해서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팔려야 한다. 뒤집어보면 소비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지 않으면 기업이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제과업체들은 ‘제품 보호’를 앞세우며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을 외면하고 있다. 간단한 경제적 이치만 보더라도 어리석은 판단인 셈이다. 실제로 최근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수입 과자 전문점들로 소비자층이 옮겨가면서 국산과자는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따라서 제과업체들이 ‘소비자의 눈’을 갖지 않으면 ‘소비자의 역습’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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