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서재근 기자] 재계가 박근혜 정부의 '기업인 선처론'에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가운데 재벌 총수등 경제사범 관련 기업인에 대한 정책기조 변화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지난달 법무부와 기획재정부 장관 등 현 정부 핵심 인사들의 '기업인 선처론' 언급이후 일각에서는 복역중인 기업인들 거취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에 일말의 기대감을 가졌다.
하지만 기업인 선처론 제기후 지난달 30일 첫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경제인 사면(선처)에 대해 입을 굳게 닫자 재계 관계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기업인 선처는 전적으로 정부 결정사항이고 특히 박 대통령의 결심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인 사면에 대한 재계의 기대는 여전한 분위기다. '경제살리기'를 위한 대통령 권한 행사 필요성이 나름 명분을 형성하고 있고 기업인 사면과 관련해 진보와 보수를 떠나 역대 정권이 보여준 행보 또한 이 같은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어서다.
진보 정권이었던 노무현 정부에서는 지난 2005년 구속된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이 사면을 받았고, 2007년 2월에는 경제위기 극복을 이유로 박용성 두산 회장과 김석원 전 쌍용 회장,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등 경제인 160명에 대해서도 사면을 단행했다.
박근혜 정부에 바통을 넘겨 준 이명박 정부에서는 경제인 사면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다. 지난 2008년 1월 김우중 전 대우 그룹 회장을 시작으로 같은해 8·15 특별사면 때 정몽구 현대차 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모두 74명이 사면됐고, 다음 해인 2009년 12월에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을 이유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서도 사면을 단행한 바 있다.
두 정권 모두 출범 초기 재벌개혁을 강조했지만, 경제 위기론이 수면에 오를 때마다 그 해법으로 '경제인 사면'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각 정권의 사면대상에는 일부 정치권 인사도 포함됐지만 경제계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부터 '경제 민주화'를 강조하며 대기업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해 사면권 행사를 엄격히 제안하겠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현 정부 역시 경제 위기에 봉착하면서 세수 확대 등 초기 공약과 다른 환경이 조성되면서 기업인 선처론도 일각의 기대를 낳고 있다.
특히, '경제 살리기' 미션을 떠안은 2기 경제팀의 선두에 선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직접 총수 사면에 대해 긍정적인 견해를 밝힌데 이어 경제난 해법으로 기업의 활발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박근혜 정부의 선택 역시 과거 정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대기업의 활발한 투자와 고용창출 등의 가시적 성과가 시급한 정부가 '총수의 부재'에 따른 기업의 투자 위축을 좌시할 수많은 없지 않겠냐는 것.
실제로 SK그룹은 최 회장 구속 이후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국외 진출 사업이 잇달아 좌초한 것은 물론 SK E&S와 SK텔레콤이 각각 추진한 STX에너지·ADT캡스 인수 합병 프로젝트마저 수포로 돌아가는 등 그룹의 주요 현안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경영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는 CJ그룹 역시 올 상반기 신규 투자를 중단하거나 보류한 사업 규모만 4800억 원 규모에 달한다.
한 재계 관계자는 "최근 담뱃갑, 자동차세 인상안 발표 이후 공약 파기 논란이 불거진 상황에서 재벌 총수의 경제 범죄에 대한 사면 불가 원칙을 강조한 박 대통령이 총수 사면과 관련한 언급을 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총수의 부재로 여러 대기업이 경영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 같은 상황이 나라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만큼 긍정적인 결정을 내릴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업인 선처론'에 공식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