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한집살림 D-1, 카카오 흡수되는 다음?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가 10월 1일 합병법인 다음카카오를 출범할 예정이다./ 더팩트DB

[더팩트 | 황원영 기자] 다음커뮤니케이션(다음)과 카카오가 한집살림을 차릴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다음카카오의 방향키가 사실상 카카오에게 넘어간 것으로 알려지면서 통합 과정을 놓고 각종 잡음이 새어나오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합병을 앞두고 본격적인 인사와 조직개편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카카오는 최근 인사조직개편 잠정안을 마련해 18개 팀 조직을 구성했다. 이 중 13개 팀의 팀장자리를 카카오 출신이 맡았다. 검색, 미디어 등 나머지 5개 팀은 다음의 본부장급 인사가 각각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기존 팀장과 실장급 인사 중 대부분이 팀원으로 발령 받았다.

카카오 출신이 대거 요직에 오르면서 다음카카오가 사실상 카카오 중심으로 개편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다음 측에서 팀장급 인사에 오른 인원이 다섯 명밖에 되지 않는데 비해 카카오에서는 두 배 이상의 인원인 열세명이 올랐기 때문이다. 다음카카오 측은 “아직 공식화된 것은 없으며 일부 과장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업계는 다음카카오가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카카오 중심으로 개편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1위 포털 사이트인 네이버가 검색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카카오를 중심으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다음 역시 카카오와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모바일 분야 등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고 뚜렷한 성장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음의 체질 개선이 시급한 만큼 카카오가 조직 깊숙이 침투해 카카오의 문화와 성장 DNA 등을 전파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반면 카카오 중심으로 조직통합이 진행될 조짐이 보이자 다음 내부에서는 직원들의 반발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요직을 카카오 임직원들이 차지한 데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구축해온 고유의 문화가 카카오에 묻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또한 통합사옥이 카카오 본사가 있는 판교로 확정되면서 불만이 더욱 커지게 됐다. 카카오 직원들은 판교 내에서 이동하게 되지만 한남동에서 일하던 다음 직원들은 당장 출퇴근과 거주지 등을 놓고 고민을 해야 되는 상황이다.

다음과 카카오의 ‘일하는 방식’ 즉 기업 문화역시 카카오 중심으로 개편되고 있다. 앞서 다음과 카카오 합병법인은 구성원 간 호칭을 영어이름으로 통일했다. 당시 업계는 사내 문화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호칭 문제가 카카오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카카오와 다음의 합병 관계가 카카오 중심으로 진행된다고 평가했다.

다음은 직급 대신 이름 뒤에 ‘님’을 붙여왔다. 반면, 카카오는 모든 임직원이 영어 이름을 부르며 소통하고 있다. 1600여명이 근무하는 다음이 자사 직원 절반 정도에 불과한 700여명의 카카오 문화를 따르게 된 것이다. 다음은 그간 사용했던 호칭을 정리해야 하는 데다 전 임직원이 영어이름을 만들기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실제 다음커뮤니케이션 창립 멤버 중 한 사람인 민윤정 다음 NIS 이사는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민 이사 외에도 사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더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다음카카오는 임금인상 카드를 꺼내들었다. 업계에 따르면 다음 임직원들의 임금이 10~15% 가량 일괄 인상된다. 최세훈 다음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한남동 다음 사옥에서 직원들에게 연봉을 일률적으로 올리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시기상 오해가 있을 수 있으나 직원 반발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는 최근 진행된 인사와 조직문화 개편 등에 따른 직원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임금을 인상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카카오에 비해 다소 적은 임금을 받는 다음 직원들의 연봉 수준을 카카오에 맞춰 다독거리기에 나섰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모바일 시대에서 국내 1위 사업자의 위치에 있는 데다 빠른 의사결정 과정 등의 장점을 갖고 있어 다음이 이를 따라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통합과정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해소하고 잡음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성공을 판가름 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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