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박지혜 기자] 임영록 전 KB금융지주(이하 KB금융) 회장이 결국 금융 당국을 상대로 제기했던 소송을 취하했다. 임 전 회장은 금융 당국을 상대로 끝까지 소송할 것'이란 입장을 고수해 온 만큼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업계 관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융 당국의 KB금융 이사회 압박, 검찰 수사 등이 진행되면서 임 전 회장 스스로 더이상 승산이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 전 회장은 금융 당국을 상대로 낸 징계 무효소송을 취하하고 등기이사에서도 사퇴했다.
그동안 임 전 회장은 금융 당국을 상대 '끝까지 소송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실제 임 전 회장은 KB금융그룹 주전산기 교체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가 '직무 정지'의 중징계 처분을 내리자 즉각 불복했다. 임 전 회장은 "이러한 사안(주전산기 교체 사업)에 대해서 관리감독부실과 내부통제 소흘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의 중징계를 결정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고 호소했다.
또 금융 당국의 중징계 처분에 법적 소송을 불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 전 회장은 "지금 이순간부터 진실을 명명백백히 밝히기 위해서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나갈 것"이라며 "물론, 앞으로 험난한 과정들이 예상 됩니다만 그렇다고 대충 타협하고 말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임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백기'가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검찰 수사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 15일 금감원은 안전행정부 행정망을 통해 국민은행 주전산기 전환사업 추진과정에서 서류를 조작하고 자회사(국민은행)에 부당 압력을 행사한 혐의 등으로 임 전 회장과 관련 인물들을 검찰에 정식 고발장을 접수했다.
금감원은 "임 전 회장은 국민은행 등 자회사의 경영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최고책임자로서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주전산기 교체에 대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을 갖고 이 사업이 적법하고 공정하게 진행되도록 관리할 책임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이미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임 회장을 뺀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한 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 이번 고발 사건을 추가 배당하고 병합수사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임 전 회장은 피고발인 신분인 만큼 검찰 소환조사가 불가피해 검찰 조사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풀이된다.
뿐만 아니라 임 전 회장의 버팀목일 것이라고 예견됐던 KB금융 이사회마저도 임 전 회장을 해임하기로 뜻을 모으고, 후임 회장 선임까지 착수했다. 임 전 회장은 행정 소송을 불사해도 다시 회장 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임 전 회장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햇던 이사회마저 등을 돌리면서 행정 소송을 벌이더라도 다시 회장 자리로 못 돌아갈 것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며 "검찰 조사 역시 개인적으로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