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러시…건설사 수주 '호재' 세입자 이주 '근심'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재건축 사업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재건축 예정 단지 세입자들의 집중적인 이주로 전세대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더팩트 DB

[더팩트 | 서재근 기자] 내년 한 해 동안 서울 강남지역에서만 2만4000여 가구가 재건축이 시행된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을 앞두고 재건축 공사 수주에 열을 올리며 호재를 외치는 국내 건설사들과 달리 서울 강남권 세입자들은 집중적인 이주에 따른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를 숨기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말부터 강남·강동·서초·송파구 등 강남 4구에서 재건축 사업이 집중적으로 추진되면 내년까지 약 2만4000가구가 이주를 하게 된다.

강남구 개포지구와 강동구 고덕지구, 서초구 신반포지구 등은 올 하반기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주에 들어갈 예정이다.

대규모 재건축 사업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대형 건설사들의 재개발·재건축 수주도 활기를 띠고 있다.

기업 경영평가사이트 CEO 스코어가 지난 7월부터 19일까지 대형 건설사들의 재개발 및 재건축 주요 수주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기간 모두 8개 건설사(컨소시엄 포함)가 12곳에서 수주를 따냈다.

GS건설은 서울 서초구의 신반포6차와 방배3구역, 강북구 미아3구역 등 강남지역에서만 2건의 수주를 올렸다.

현대산업개발 역시 지난 3일 시행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3차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업 총회에서 재건축 시공사로 선정,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시공권을 따냈다.

그동안 국내 건설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이렇다 할 수주 실적을 올리지 못했던 건설사들이 재건축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강남권 재건축 단지 세입자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재건축 시행으로 강남권 재건축 입주민들의 집중적인 이주가 본격화될 경우 전세수요가 급증, '제 2의 전세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주세대의 70%가 강남·강동·서초·송파구 등 강남 4구에서 다시 전셋집을 구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지역에서만 필요한 가구 수는 18000호에 달하지만, 공급은 절반 수준인 9000호에 불과해 강남 지역 전세난이 가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특히, 재건축 예정 단지의 경우 세입자 비율이 평균 60~80%로 높은 편이지만, 상대적으로 싼 임대료 때문에 주변 지역에서 전셋집을 구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예정 아파트의 경우 지어진 지 오래됐지만, 보수 및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인근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싼 편"이라며 "강남 3구의 경우 85㎡ 아파트의 전셋값이 보통 4억 원대에 형성돼 있어 재건축 세입자들이 전셋집을 구하는 데 경제적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이 지난 10일 발표한 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강남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전셋값은 1926만3000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비쌌다. 전용 85㎡ 아파트의 전세를 구하려면 4억9616만9000원 가량이 필요한 셈이다.

이어 서초구와 송파구의 3.3㎡당 전셋값 역시 각각 1858만6000원, 1477만1000원을 기록, '강남 3구'가 서울 전셋값 상위 1~3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전세대란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서울시는 집중적인 이주에 따른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해 자치구, 조합과 협력해 조합별 이주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시는 자율 조정에 실패하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 이주 시기를 강제로 분산하는 방법까지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정비구역의 기존 주택 수가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자치구 주택재고의 1%를 초과할 경우에만 심의를 통해 이주 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되면 2000가구 이하 단지라도 다른 정비구역과 이주 시기가 겹칠 경우 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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