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세희 기자] 지난해 업황 침체에 따른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취임한 한화투자증권 주진형 대표와 KTB투자증권 강찬수 대표가 9월로 경영1년째를 맞으면서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의 주진형 대표는 1년 동안 한화투자증권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강찬수 KTB투자증권 대표는 상반기 KTB투자증권을 흑자로 전환시켰지만,이후에는 높은 보수 논란으로 어려움을 겪어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 증권사 '선수'들 구원투수로 복귀
지난해 9월 각각 한화투자증권과 KTB투자증권 사장으로 취임한 주진형 대표와 강찬수 대표는 증권업계 알아주는 '선수'들로 관심을 모았다.
한화투자증권 주 대표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존스홉킨대 대학원 경제학박사과정을 수료한 금융 전략기획 전문가로 통한다.
삼성전자와 삼성생명을 거쳐 삼성증권 전략기획실장(상무)으로 일했던 주 대표는 이후 2005년 우리투자증권 사외이사, 2006년 우리투자증권 리테일 사업본부장(전무) 등을 역임했다. 당시 주 대표는 우리투자증권과 LG투자증권 합병 이후 조직 슬림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KTB투자증권의 강 대표도 꾸준히 증권업계에서 활동한 베테랑이다. 서울증권 수장을 끝으로 국내에서는 활동이 없었던 강 대표는 세계적인 투자전문그룹 포트리스(Fortress Investment Group LLC)의 아시아지역 사장을 지냈다.
특히 강 대표는 사장 선임 당시 KTB투자증권 사장 겸 KTB금융그룹 경영총괄 부회장으로 공식 선임되는 파격 대우를 받아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KTB투자증권은 강 대표에게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 166만1040주 중 30만주를 지급하며 "회사를 반석 위에 올려놓겠다는 회사와 대표이사 스스로의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라고 밝혀 강 대표에 대한 기대감을 예상케 했다.
◆ 1년 성적표, 주진형 '웃고' 강찬수 '글쎄'
증권업계에서 꼭 모셔야 할 인물로 분류됐던 두 사람이 대표로 취임한 지 1년이 지나면서 그동안의 성적표에도 단연 이목이 쏠린다.
먼저 주 대표는 파격적인 행보로 합격점을 받았다. 주 대표는 지난해 7월 대표로 내정된 후 한달 뒤 구조조정을 주제로 경영워크숍을 연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주 대표는 올해 초 임직원 1600명 중 약 500여명의 직원에 대해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섰다. 영업점 17곳도 줄이며 조직 슬림화에 나섰다.
주 대표가 한화투자증권의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또 한 가지 달라진 것은 '리서치 관리'다. 주 대표는 한화투자증권의 리서치 종목 보고서에 대해 '매도' 투자의견을 늘려 주목받았다. 보통 증권사들이 종목분석을 할 때 매수, 보유, 매도 의견을 내는데 사실상 매도 의견을 내는 증권사들을 많지 않다. 이러한 기조에서 한화투자증권은 매도 의견을 늘리면서 기업 눈치보다는 고객들의 신뢰를 높이는데 중점을 두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보유와 매도 의견 비중을 전체 분석대상의 40% 수준으로 관리하기로 한 것은 업계 새로운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주 대표가 오기 전 한화투자증권의 당기순이익은 2009년(2009년4월~2010년3월) 710억 원에서 매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이어오다 지난해(2012년4월~2013년3월)에는 570억 원이라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2013년(2013년4월~2013년12월)에는 65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적자의 폭은 깊어져 갔다.
하지만 올해 1분기(2014년1월~2014년3월) 1분기 순이익이 16억 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94억 원의 적자에서 크게 올라선 것. 올해 2분기 순이익 역시 8억 원을 기록해 상반기 25억 원의 흑자를 올렸다.
업계에서는 주 대표의 남다른 행보가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 대표가 선임된 이후 업계 '이단아'로 불릴 정도로 기존의 틀을 깨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매 분기마다 고위험등급 주식을 선정하는 것도 마찬가지"라며 "보고서 혁신이 고객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물론 내부 반발도 만만치 않다. 현재 주 대표와 갈등으로 애널리스트 10여명이 줄줄이 사표를 내면서 한화투자증권은 최근 애널리스트 충원을 위한 수시 면접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한화투자증권 노동조합은 해고가 부당하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고,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존 업계와는 다른 방향으로 시도를 하다보니 업계 이단아라는 이야기를 듣고 있지만, 현재 나아가는 방향이 맞다는데 직원들도 동의하는 분위기다"라며 "(주 대표가) 궁극적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투자를 하는 것을 앞세우고 있고, 3년 연속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흑자를 위해 수익을 쌓고 있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KTB투자증권의 강 대표는 취임 후 1년 동안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KTB투자증권의 영업손실은 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억 원에 비해 늘어났다. 상반기에도 순손실도 12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4억 원과 비교해 50억 원이나 증가했다.
1분기 영업이익 38억 원, 순이익 26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영업손실 132억 원, 순손실 135억 원에 비해 영업손익ㆍ순손익 모두 흑자로 전환했지만, 이후 다시 적자로 돌아선 것.
이는 강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와 비교해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KTB투자증권은 지난해 40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했다. 선물주문에서 사고가 나면서 100억 원이 넘는 손해를 입었으며 100명이 넘는 희망퇴직을 추진하면서 위로금으로도 거액을 지출했다.
여기에 강 대표는 고객 연봉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강 대표는 지난해 9월 취임하고 4개월 동안 급여와 스톡그랜트 등으로 13억4100만 원을 받았다. 급여 5억500만 원, 업무추진비로 3500만 원이 포함된 금액이다. 장기 성과 보수 명목으로 8억100만 원 규모의 자사주 30만 주도 받았다.
올 상반기에는 6개월간 급여로 3억7508만 원을 받았고, 상여(업무추진비)로 6000만 원을 수령했다. 특히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일회성으로 부여하는 '사이닝보너스'를 4억999만 원 어치 받았다.
이 때문에 내부에서는 구원투수로 여겨졌던 강 대표가 실적 대신 실속만 챙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는 "강 대표가 취임하자마자 100여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구조조정 이후 1분기 흑자 전환이 있었지만, 2분기 다시 적자로 돌아서 결국 경영 효과는 없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B투자증권 관계자는 "금융 비지니스는 개별 회사의 의지만으로는 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업계 분위기도 있고, 1년 성적으로 평가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며 "한 개인이 와서 업계 전체를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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