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게임사, '대형유통사' 필수?…수익 상승 효과 '옛말'

중소게임사가 대형 유통사를 벗어나 직접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대형 게임사 넷마블과 함께 했던 중소게임사 라쿤소프트는 최근 돌리돌리푸 for Kakao(빨간 네모상자 안)를 직접 서비스하고 있다. 구글 플레이 1위를 기록하며 대형 유통사 없이도 순항 중이다./구글 플레이 캡처
[더팩트 | 김연정 기자] 중소게임사에 '脫 대형 게임 유통사' 바람이 불고 있다. 모바일게임사의 유통 구조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대형 게임 유통사 지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함이다. '이름 있는 게임 유통사를 끼는 것이 매출 상승 효과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는 것이 업계의 말이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이 대형 게임 유통사(퍼블리셔)의 품을 벗어나 직접 서비스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

과거, 인지도가 낮은 중소 개발사들이 대형 퍼블리셔의 유통망을 통해 안정적으로 게임을 출시하려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들어 '독립'을 선언, 성공 궤도에 집입한 중소게임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앱) 마켓 '구글플레이'의 무료게임 순위를 살펴봐도 대형 퍼블리셔에 손을 거치지 않고 자체 적으로 직접 서비스하는 개발작이 50위권 내 20여 종이나 자리 잡고 있다.

그 중에는 대형 퍼블리셔와 함께 했다가 자체 서비스로 방향을 돌린 업체도 있고 국민게임으로 거듭나 모바일 스타트업의 신화가 된 선데이토즈 '애니팡' 처럼 처음부터 퍼블리셔 없이 자체 서비스를 한 업체도 있다..

대표적인 곳은 넷마블을 통해 '학교 2014'를 선보였던 라쿤소프트다. 라쿤소프트는 후속작 '돌리돌리푸 for kakao'를 개발하는 데 이어 서비스까지 나섰다. '돌리돌리푸'는 대형 퍼블리셔 없이도 현재(9월 19일 기준) 구글플레이 무료인기 순위 1위 카카오 게임 무료인기 순위에서 2위에 올라 있다. 최근에는 동반 1위를 기록한 적도 있어 대기업 게임 퍼블리셔 없이도 순항 중이다.

바른손게임즈를 통해 '바둑'을 선보인 모노몹의 자체 서비스 게임 '오목'도 카카오 게임 순위 9위를 기록 중이다. 중견 모바일게임사 게임빌을 통해 '촉앤톡'을 출시했던 어섬피스도 '좀비고: 퍼스트 블러드'를 자체 서비스해 구글플레이 무료인기 순위 20위에 올려놓기도 했다.

대형 게임사 출신이 중소게임사를 창업하면서 그 동안의 노하우를 살려 서비스까지 직접 하는 경우도 있다. 위메이드 개발자 출신인 권원석 대표가 창업한 두바퀴소프트는 '몬스터도어즈: 룬의 아이들 for Kakao'를 자체 서비스를 통해 카카오 게임 30위권 진입에 성공한 적이 있으며 조이시티 출신 김명수 대표의 개발사 눈보라 역시 '저승사자 for Kakao'를 자체 서비스하고 있다.

모바일 게임업체들의 '脫 대형 퍼블리셔' 선언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는 수수료가 나감에도 불구하고 순위가 오르지 않아 매출에 오르지 않는 '부진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중소게임사가 대형 게임사의 이름을 빌려 자사 신작을 홍보, 매출 상승 효과까지 볼 수 있었지만 이젠 아니다. 대형 퍼블리셔와 함께 할 경우 지불 비용만 늘어난다", "구글 플레이 30%, 카카오 21%, 나머지 49%를 퍼블리셔와 4(게임사):6(퍼블리셔) 비율로 나누는 게 일반적이다. 돈 내고도 못 버는 일이 비일비재해져 직접 서비스에 나선 중소게임사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여전히 카카오 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는 이어질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for Kakao'가 이미 모바일 게임에 하나의 브랜드화가 됐다는 것이다. 3500만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통해 마케팅도 가능하다는 점도 'for Kakao'를 뗄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 게임의 마케팅 방법은 메시지 창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티콘'을 활용한 방법 등이다. 그러나 이런 마케팅 방법에 수 천만 원이 들어 수수료에 마케팅 비용까지 더할 경우 중소게임사들은 이른바 '등 골 휘는' 경우가 생겼다.

다행히도 카카오가 최근 중소 게임사를 대상으로 마케팅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해 중소게임사들의 부담이 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카카오톡 메시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스티콘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티콘은 게임 홍보 효과에 더해 게임 설치 유도까지 이끌어 게임 다운로드 수를 늘리는 주역으로 꼽히고 있다.

카카오 측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카오톡 사용자가 해볼 만한 좋은 게임을 대상으로 스티콘을 무료로 제공했다. 아직 시범단계여서 구체적인 게임·개발사 지원 대상 기준이나 연간 사업예산 규모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반응을 보고 향후 계획을 결정하겠지만 장기적으로 개발사를 위한 지원책을 확대하려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모바일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사와 달리 카카오는 중소게임사에 있어서 거의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마케팅 비용 절감을 위한 카카오의 지원은 분명 반가운 일이지만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여전히 중소게임사의 빈 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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