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채권 소송 패소 증권사들 '곤혹'…향후 대책은?

증권사들이 소액채권 담합문제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투자증권 역시 소송에서 패소했다./더팩트DB

[더팩트 | 오세희 기자] 지난해부터 소액채권 문제로 논란이 계속됐던 증권사가 다시 한 번 소송에서 패소했다. 소액채권 금리담합으로 감독 당국으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자 행정소송을 진행했지만, 이마저도 패소하고 있는 것. 앞서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주의'의 제재를 받은데 이어 소액채권이 여전히 증권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7부(민중기 부장판사)는 지난달 21일 우리투자증권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및 과징금 납부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정위의 과징금 납부명령에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같은 이유로 소송을 낸 한국투자·대우증권·삼성·현대·신한·농협 등 13개 증권사 역시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에 SK증권, 부국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삼성증권은 대법원에 상고하며 법정다툼을 끝까지 하기로 결정했다.

증권사의 금리담합을 둘러싼 소송은 지난해 11월 공정위가 국내 증권사 20곳이 2004년부터 국민주택채권 등 4가지 종류의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해 부당매출을 올렸다며 과징금 192억 원을 부과하면서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개 증권사는 소액채권 금리를 담합해 약 4000억 원에 이르는 이익을 챙겼다.

소액채권은 1000만 원 이하의 채권을 이야기하는데 특히 국민주택채권은 국민들이 아파트 등을 살 때 의무적으로 채권을 사야 한다. 국민들은 보통 채권 매입비용이 커 보유하지 않고 바로 은행에 되판다. 이 채권은 증권사에서 사들이는데 국민이 은행을 통해 넘기는 채권의 매도 가격을 결정하는 증권사들이 채권금리를 담합해 싼 값으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2004년부터 6년 동안 거래소에 제출하는 금리를 의도적으로 올려 채권 가격을 떨어뜨렸다.

공정위는 과징금과 더불어 담합 증권사 가운데 대우·동양·삼성·우리투자·한국투자·현대 등에 대해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지난 3월 이들 6개사에 대해 벌금형에 약식기소했다.

법원에서 벌금형이 확정되면 이들 증권사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라 3년 동안 신규인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신규 사업 참여가 제한되고 5년 간 다른 금융투자업자의 대주주가 될 수 없어 증권사나 보험사, 상호저축은행 등을 인수할 수 없게 돼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들은 "국민들의 채권매입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국토해양부의 행정지도 등을 따르기 위해 채권 금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것이어서 부당한 공동행위로 볼 수 없다"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난도 제기된다. 애초 공정위 과징금 192억 원은 증권사가 수익으로 올린 4000억 원의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에 담합행위가 걸리더라도 95% 이상의 담합 이익을 취하는 모순은 온전히 남게 됐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증권사가 받은 기관주의 조치도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지난 7월 소액채권 수익률을 사전에 합의한 증권사 20곳에 대한 징계를 심의한 금감원은 금리 담합을 주도한 대우, 대신, 신한금융투자, NH농협, 하나대투, 한국투자, 현대증권 등 11곳에 '기관주의' 조치를, 나머지 9곳에 대해서는 면제 조치를 내렸다. 기관주의는 등록 취소, 영업 정지, 위법 내용 공표 요구, 기관경고 등 기관 제재 조치들 중 가장 낮은 제재 등급이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상고와 관련해서는 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회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라며 "소액채권 시장에 대한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의 주도적인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위법으로 판단한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설명했다.

금융연구소 관계자는 "소액채권과 관련해서는 합리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투명한 정책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시장참여자 입장에서는 소액증권 제도를 활성화하고 지지할 필요있지만 담합으로 피해를 야기한다면 스스로 조심해야 할 것"이라며 "정책 당국 역시 정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가 아닌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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