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황준성 기자]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재계가 한숨 돌렸다. 가장 뜨거운 감자였던 ‘기업소득 환류세제’에서 기존 사내 유보금에 대한 과세 대신 당기순이익에서 투자, 임금 배당 등으로 사용되고 남은 금액을 과세하는 방향으로 바뀌며 재계의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정액을 정하는 비율이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확정될 방침이어서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위기다. 특히 현대자동차의 경우 비율에 따라 많게는 50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가로 내야할 수 있다.
정부는 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2014년 세법개정안을 확정ㆍ발표했다. 그중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로 논란이 된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자기자본금 500억 원 초과 기업(중소기업 제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등이 투자, 임금증가, 배당 지출에서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하면, 그 부분에 대해 10%의 추가 세금을 내는 것으로 정했다.
다만, 일정액을 정하는 비율은 시행령 개정을 통해 확정된다. 비율에 따라 10대 그룹이 추가로 내는 세금은 비율에 따라 1조1000억 원에서 3600억 원 사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136개 계열사(금융사 제외)를 대상으로 기업소득 환류세제 기준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 당기순이익의 80%(제조 80%, 비제조 40%) 과세방식에서는 1조1016억 원을, 70%에서는(제조 70%, 비제조 30%) 7300억 원, 60%(제조 60%, 비제조 20%)에서는 3632억 원을 10대 그룹이 부담한다.
가장 부담이 큰 곳은 재계 2위 현대차그룹으로 추정된다. 80%의 비율 적용 때 현대차는 15개 계열사 가운데 11곳이 과세 대상이기에 현대차 2000억 원, 현대모비스 1300억 원, 기아차 900억 원 등 모두 약 5500억 원을 내야한다.
재계 1위 삼성은 지난해 신경영 20주년 기념으로 특별상여금을 대거 지급해 추정 환류세가 실제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삼성은 21개 계열사 가운데 과세대상은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등 5곳뿐이다. 80%의 비율이 적용되더라도 삼성전자만 약 3600억 원을 부담할 전망이고 나머지는 모두 합쳐도 200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 10대 그룹은 수백억 원 선에서 그칠 것으로 보인다. 3위 SK는 920억 원, 4위 LG는 60억 원, 5위 롯데는 448억 원을 부담할 전망이다. 그 뒤는 한화 90억 원, 포스코 66억 원, GS 24억 원, 현대중공업 8억 원, 한진 7억 원 순이다.
최저 과세구간인 60%를 적용하면 현대차는 11개 계열사가 동일하게 과세 대상에 오르며, 환류세 규모는 80%의 절반 수준인 3000억 원으로 떨어진다. 삼성 역시 과세대상이 80억 원 선의 삼성중공업 한 곳으로 줄게 된다. SK, 롯데 등도 각각 340억 원, 160 억 원으로 추가세금이 크게 줄며, 현대중공업과 GS는 대상에서 아예 제외된다. 60%의 비율로 정해질 경우 재계는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60%의 비율로 정해질 경우 애초 정부가 밝힌 법인세 2~3% 수준에 환류세를 맞추지 못한다. 이를 맞추려면 환류세 규모가 1조5000억 원 이상이 돼야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CEO스코어는 추정 환류세 계산 방식을 10대 그룹 계열사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에 정부가 6일 밝힌 과세기준 60~80%(비제조 20~40%)를 10% 구간별로 나눠 계산했다. 또한 기업들이 국내/외 투자를 구분해서 공개하지 않는 만큼 총투자액의 절반을 해외에 투자한다고 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