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오세희 기자] 삼성생명이 서울 강남 금싸리기땅에 지으려는 건물은 순수 사무용인가, 병원용 호텔인가.
삼성생명이 무려 3년여동안 서울 강남 일원동에 신축 건물 '터 다지기'만 진행하면서 골조공사등 건물 올리기에 속도를 내지 않자 그 배경을 놓고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삼성생명은 일원동717번지에 오는 10월까지 지상 10층, 지하 7층, 연면적 8만3500m²(2만5000여 평)여 규모의 사무용 건물을 신축해야 한다. 그런데 완공기일을 불과 3개월을 앞둔 현재까지도 이 공사는 단지 '터 다지기'작업만 진행중이다.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이 지난 3년여동안 건물 터 다지기만 진척시키자 인근 주민들은 "오피스 빌딩을 병원용 호텔로 용도변경하기위해 의도적으로 공사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 아니냐"고 삼성측 저의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삼성생명측은 이에 "호텔용 빌딩 신축은 절대 아니다"는 입장이다.
◆ 삼성생명 비공개로 건물 용도변경 추진
<더팩트>취재결과, 삼성생명은 일원동 이 부지에 들어서는 건물의 용도변경을 추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생명 측은 지난 2011년 강남구청에 비공개로 관광호텔 용도계획 변경서를 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삼성생명 신축건물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에 따르면 삼성생명측은 의료관광 목적의 외국인 환자, 보호자등을 위한 숙박시설로 이른바 '병원용 호텔(메디텔)'로 건물용도를 변경하려고 강남구청측과 비공개 논의를 했다는 것.
이 건물 부지는 일원동 삼성서울병원과 직선거리로 약 800m가량 떨어져 있다. 삼성생명 땅에 병원용 호텔을 짓고 이를 삼성서울병원의 부대사업으로 운영하려는 게 삼성측의 의도라고 반대 주민들은 보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산업 발전 및 투자활성화차원에서 의료기관의 부대사업으로 메디텔 운영을 허용키로 했다
비대위측은 "이 지역은 인근에 학교가 6개나 있고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주거지역으로서 호텔이 들어설 경우 교육환경과 생활환경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다"며 삼성과 강남구청간의 비공개 용도변경 추진행위를 거세게 비판했다.
서울시도 문제의 이 지역은 주변지역이 주택단지로 둘러싸인 양호한 주거지역이므로 관광호텔 허용여부는 재검토하라고 구청측에 행정지시를 내린바 있다.
이같은 지역 주민들 반대와 서울시의 행정조치로 삼성생명이 비공개로 추진했던 용도변경은 사실상 무산됐고 이 때문에 삼성생명측이 의료용 호텔 설립이 가능하게되는 시기까지 의도적으로 공사를 늦추고 있다는 게 주민들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생명측은 해당 건출물에 대한 사방 측면도(건축입면) 변경을 관련 당국에 최근 요청하는 등 호텔 건축에 대한 의지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행위에 나서 삼성생명과 주민, 강남구청, 서울시의 이해관계 조정 및 갈등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 삼성생명, 일원동 717번지에 어떤 용도의 건물을 지을까
<더팩트>가 이달 초중순 네 차례에 걸쳐 찾은 삼성생명의 강남구 일원동 부지는 여전히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물론 공사관련 차량 운행과 작업 움직임은 있었지만, 지난 2011년 9월 공사가 진행된 이후 본래 올해 10월 완공 예정인 이곳은 여전히 터다지기만 진행됐을 뿐이었다.
인근 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공사가 진행된다고 했지만, 계속해서 쉬고 일하고 반복하기를 계속했다. 지난해에도 겨울은 공사를 안하고 한 1년 쉬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렇게 삼성생명이 일원동 금싸라기 땅을 공사 현장으로 두고 있는 것은 호텔 건립 욕심 때문이라는 것이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해당 부지는 서울지하철 3호선 일원역 바로 앞에 자리잡고 있어 개별공시지가만 2014년 1월 1일 기준 3.3m²당 964만6000원에 이른다. 인근 아파트 값만 해도 107.6m² 기준으로 7억 원에 달한다. 이런 노른자 땅을 3년 동안 방치해 뒀다는 사실은 선뜻 이해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지난 1996년 12월 환매특약부 매매를 통해 서울 강남구 일원동 717번지 토지 1만169.9m²를 매입했다. 이후 삼성물산 건설부문 주택문화관 '래미안 갤러리'로 이용되던 이 부지에 대해 삼성생명은 강남구청으로부터 지난 2010년 12월 업무시설로 건축 허가를 받았다.
삼성생명은 지난 5월에는 돌연 건축 입면 변경을 신청해 건물용도 변경과 관련해 주민들의 의혹을 재차 샀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2010년 업무시설로 허가 신청이 들어왔던 내용이다. 이후 지난 5월 말 건축 입면 변경을 요청했다. 아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 주민들 호텔 건립 반대...삼성생명 "호텔건물 절대아니다"
주민들은 삼성생명의 호텔 건립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비대위 한 관게자는 "삼성생명이 본래 업무시설을 짓는다고 했지만, 몇년이 지나자 호텔 건립을 추진해 주민들이 서울시와 강남구청에 계속해서 반대하는 민원을 넣었다"며 "삼성생명은 인근 주민들에게 무슨 용도로 건물을 짓는다는 설명도 제대로 해주지 않을 뿐더러 몇년 동안 공사만 하고 있어 주민들 역시 의아해하고 있다. 공사 완공일이 내년으로 미뤄졌단 이야기만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삼성생명은 일원동 부지에 관광호텔을 세우려고 검토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팩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특별시는 2011년 6월 11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삼성생명의 일원동 부지에 대한 관광호텔 허용여부 재검토를 결정했다.
심의위원회는 일원동 일대 단독주택지는 양호한 주거지 환경보호를 위해 당초 택지개발계획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허용 여부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호텔 건립은 무산됐다.
삼성생명이 일원동 부지에 호텔 건립을 추진한 것은 인근에 삼성서울병원이 자리잡고 있어 활용도가 뛰어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일원동 부근이 워낙 주거지로 개발돼 있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는 환자 가족들, 외국인 환자 보호자들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거의 없다. 삼성생명 일원동 부지는 삼성서울병원과 불과 800m 떨어져있어 환자 보호자 수용 시설을 짓기 안성맞춤인 곳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주민들의 조망권을 헤친다는 등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앞서 지난 2010년에는 삼성생명이 일원동 부지에 지하 9층과 지상 19층짜리 업무용 빌딩 건설계획안을 제출해 강남구청에서 조건부 통과되기도 했다. 당시 구 건축위원회는 차량 출구의 완화차로는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1개 차로로 조정할 것과 자전거 도로계획을 조정할 것, 차량 진출입구는 역주행 방지를 위해 경계봉을 설치할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인근 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게다가 강남구청의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 관련 내용이 바뀐 점도 삼성생명측의 호텔건립 추진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다. 지난 2012년 12월 강남구청은 '관광숙박시설의 용적률 특례 적용 운영 계획'을 발표하고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제10조에 따라 각종 개발계획에서 결정된 건축물 층수 또는 높이 제한의 완화가 필요한 경우에는 특별시·광역시·도·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일원동 인근은 관광숙박시설 개발에 대한 기대감과 더불어 강남권에 있어 가치가 높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삼성생명이 이런 곳에 땅을 두고도 건물을 3년간 짓지 않고 있다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원하는 법안이나 규정이 마련되기까지 시간을 벌면서 공사 시늉만 하고 있는 것 아니겠냐"고 꼬집었다.
한편 삼성생명측은 일원동 부지내 호텔건립 추진(의혹)계획과 관련된 <더팩트>취재에 "호텔 건립은 사실 무근이다. 삼성생명 사옥을 비롯해 임대를 하는 오피스 빌딩으로 활용할 예정"이라며 "공사기간은 처음 정할 때 대략적으로 잡은 것이다. 자연 경관 고려 등 다양한 이유로 공사가 미뤄졌다. 완공 날짜가 미뤄지는 것은 일반적인 일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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