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황진희·박지혜 기자] ‘아들이 없어 딸들이 그룹을 이끌고 있는’ 기업으로 유명한 보령제약의 세대교체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김승호 ㈜보령 회장의 딸 두 명이 그룹을 이끌어 가고 있는 가운데 장녀 김은선(57) 보령제약 회장의 외아들 김정균(30) 보령제약 기획전략실 이사가 사실상 차세대 후계자로 낙점됐기 때문이다. 김정균 이사는 미스코리아 출신 장윤희(28)씨와 결혼한 주인공이다.
지난 1월 김승호 회장의 외손자인 김정균 이사가 경영 수업을 받기 시작하면서 재계에서는 보령제약의 3세 경영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특히 재계에서 보기 드물게 외손자가 그룹을 이어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딸부자 김승호 회장, "두 딸, 보령그룹에 시집 보냈다"
김승호 회장은 지난 2002년 출간한 자서전에 '딸들에게 보내는 이메일'을 실었다. 그는 "나는 너희를 보령그룹에 시집 보냈다. 출가외인이니 내 딸로서보다 보령이란 집안일에 더욱 정성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두 딸을 보령그룹에 시집 보냈다고 밝힌 김승호 회장의 이러한 선택은 아들이 없는 가계도에 기인한다. 김승호 회장은 아들 없이 슬하에 딸만 넷을 두고 있다. 때문에 보령그룹은 국내 재계에서는 드물게 여성 후계 체제를 갖추고 있다.
김승호 회장은 오랜 기간 장녀인 김은선 회장과 막내딸인 김은정(46) 보령메디앙스 부회장에게 탄탄한 경영 수업을 시켰다. 이에 따라 김은선 회장은 1986년 보령제약에 입사해 주로 기획과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일해 왔다. 용각산, 겔포스, 구심 등이 국민 의약품으로 자리 잡게 된 데에는 마케팅 분야에서 활동한 김은선 회장의 활약이 컸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후 김은선 회장은 2009년 보령제약 최고 경영자 자리에 선임됐다. 여성 CEO 선임은 지난 1957년 보령약국으로 문을 연 보령제약으로서도 처음이지만 주요 국내 제약사 가운데서도 최초다.
동생인 김은정 부회장 역시 1994년 보령제약에 입사한 이후 1997년 보령메디앙스로 자리를 옮겨 꾸준한 경영 수업을 받다가, 지난 2009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김승호 회장은 두 딸에게 경영권을 넘겨 주며 안정적으로 2세 경영을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둘째 딸 은희 씨와 셋째 딸 은영 씨는 지분만 소유하고 있을 뿐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평범한 가정주부 생활을 하고 있다.
김승호 회장은 두 딸을 경영 전면에 세우기 전인 2008년 네 딸들의 지분을 정확히 정리했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집안싸움을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이후 김은선 회장은 지난 2008년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보령메디앙스 지분 133만5070주(14.20%)를 주당 3790원에 동생 김은정 부회장에게 넘겼다. 당시 매각 대금은 모두 50억5991만 원이었다. 이 주식 거래를 통해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메디앙스 2대 주주로 올라섰다. 아울러 이에 앞서 은희 씨와 김 부회장은 각각 15만3391주(5.18%)씩 보유하고 있던 보령제약 지분을 같은 해 주당 4만8800원에 지주사인 ㈜보령에 매각(각각 74억8548만 원)했다.
이후에도 김은선 회장과 김은정 부회장은 각자 보유하고 있는 보령메디앙스, 보령제약 지분을 사고팔며 서로의 독자 경영 구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보령그룹 2세 경영에서 보령제약은 장녀인 김은선 회장이, 보령메디앙스는 막내인 김은정 부회장이 각각 지배력을 높여 가는 모양새다.
실제 지난 4월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은정 부회장은 보령메디앙스 지분 39만7534주(3.74%)를 시간외 매매로 사들여 지분율을 기존 25.23%에서 28.97%로 끌어올렸다. 김은정 부회장의 주당 매입 가격은 6540원으로, 모두 26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김은정 부회장이 사들인 지분은 지주회사 격인 ㈜보령이 갖고 있던 것이다. 이 거래로 ㈜보령의 보령메디앙스 지분은 24.68%에서 20.93%로 떨어졌다.
<더 팩트>의 취재 결과 김승호 회장은 두 딸에게 경영권을 넘겨 줬지만 매일 보령제약 본사에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고령에도 직원들과 함께 출퇴근을 하며 업무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외손자 김정균, 보령 3세 경영 흐름의 중심?
보령제약의 지배회사인 보령은 김은선 회장(45%)과 외아들인 김 이사(25%)가 7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김정균 이사가 보령제약과 ㈜보령에 이름을 나타낸 것은 2008년부터다. 보령제약 공시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을 당시인 2008년 5월, 김정균 이사의 보령제약 지분율 0.18%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2년 1월 공시에 따르면 김정균 이사의 지분은 1.39%로 늘어났다. 또한 2008년까지만 하더라도 김정균 이사의 ㈜보령 지분은 10%에 불과했지만, 2010년 지분을 25%로 늘리며 어머니인 김은선 회장(45%)에 이어 2대주주에 올랐다. 세명의 이모들 지분은 이 기간 15%에서 10%로 각 5%포인트씩 줄었다. 이모들 감소 지분이 그대로 김정균 이사에게 옮겨간 것. 재계에서는 이 시기를 전후로 보령의 3세 경영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것으로 받아들인다.
천천히 지분을 늘여 가고 있는 김정균 이사의 직함은 '계열사 임원'이다. 그는 경영 관련 외부 활동을 철저히 비공개로 하면서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지난 1월 김정균 이사가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김 이사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보령제약의 후계 구도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김정균 이사가 경영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고 있는 만큼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들 김정균 이사에게 보령제약을 넘겨 주기 전에 김은선 회장과 동생 김은정 부회장은 제약과 메디앙스를 확실하게 이분화해 서로 독자 경영을 추구하겠다는 합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김정균 이사가 결혼도 한 만큼 연내 공개적인 경영 활동에 나서면서 그룹 내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할 있다. 보령제약도 이제 2세에서 3세로 본격적으로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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