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전 영광 어디로? 모레노호, 우루과이전 뼈아픈 교훈과 수확 [이영규의 비욘더매치]


우루과이에 1-4 대패와 전방 압박 붕괴로 드러난 과제
하프타임 변화와 신예들의 활약은 가능성 남겨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고개를 숙이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더팩트 | 이영규 전문기자] 4일전 에콰도르전에서 보여준 역동적이고 유기적인 축구는 그 단 한 경기 만에 자취를 감췄다. 모레노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2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른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내내 압박과 수비조직이 흔들리며 수많은 과제를 드러냈다. 그러나 하프타임의 과감한 전술 교체와 신예들의 활약은 씁쓸한 경기 결과 속에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 전반전: 붕괴된 압박 체계와 무너진 측면

이날 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활동량의 저하’와 ‘전술적 연쇄 반응의 부재’였다. 에콰도르전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던 강력한 전방 압박, 세컨드볼 쟁취, 볼 주위에서의 수적우위 유지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에콰도르전에서 살아났던 전방 압박의 핵심은 단순한 활동량만은 아니었다. 앞선에서 압박이 시작되면 중원과 수비가 함께 전진하며 볼 주변의 공간을 좁히는 연쇄성이 있었다. 우루과이전에서는 그 연결이 끊겼다. 전방에서 손흥민과 오현규가 아무리 강하게 상대를 압박해도 중원과 후방 라인이 이를 받아주지 못하면서 연쇄 압박이 무너졌다. 우루과이는 이를 놓치지 않고 수월하게 패스를 풀어나가며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가볍게 요리했다.

특히 왼쪽 측면 수비는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우루과이의 오른쪽 측면 듀오 로드리게스와 바렐라의 빠른 침투, 그리고 공격형 미드필더 데 아라스카에타의 킬러 패스에 최종 수비벽이 번번이 허물어졌다. 왼쪽 풀백 이태석은 상대를 모호하게 둘러싸는 미흡한 수비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고, 이로 인해 중앙 수비수 김민재에게 수비 부담이 집중됐다. 오른쪽의 설영우 역시 적극성 부족과 판정을 기다리는 나쁜 습관을 보이며 압박의 균열을 넓혔다. 공격에서도 유기적인 플레이가 사라져 전반 내내 공간을 창출하지 못하고 잦은 패스 미스와 기회 부재에 시달렸다.

[더팩트ㅣ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이 2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운데 손흥민이 슈팅을 시도하고 있다. /서울월드컵경기장=박헌우 기자

◆ 후반전: 모레노의 과감한 교체 카드, ‘김민수’라는 반전의 열쇠

하프타임, 모레노 감독은 결단을 내렸다. 김민재, 황희찬, 이태석, 김봉수를 빼고 김태현, 김민수, 조현택, 박진섭을 동시에 투입하는 파격적인 변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그리고 이 변화 이후 대표팀은 후반 들어 전반과는 다른 경기 양상을 만들어냈다.

그 가운데 가장 눈에 띈 것은 김민수의 에너지였다. 김민수는 압도적인 에너지 레벨을 바탕으로 상대 진영을 쉴 새 없이 몰아붙였고, 볼을 빼앗긴 즉시 재탈취해 역습으로 연결하는 파이팅 넘치는 플레이로 대표팀 전체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김민수와 조현택이 들어선 왼쪽은 전반보다 훨씬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후반 시작 후 15분 여 동안 대표팀은 우루과이를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며 5차례 연속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10분 오현규의 1대1 찬스가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히고, 후반 18분 바렐라의 크로스에 이은 누네스의 노마크 헤딩골로 허를 찔리긴 했으나 후반의 경기력은 전반과 완전히 달랐다.

김민수는 왼쪽 측면에서 손흥민과 환상적인 연계 플레이를 펼치며 우루과이 수비진을 흔들었고, 결국 후반 35분 이강인과 손흥민의 연계 플레이로 무득점 패배를 면할 수 있었다.

◆ 패배에도 남은 수확

우루과이전은 에콰도르전의 성공을 그대로 반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경기였다. 강한 상대를 만났을 때 전방 압박의 연결성이 끊기면 4-4-2의 장점도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 전반전의 전술적 패배는 향후 강호를 상대할 때 전방과 중원의 간격 유지, 그리고 측면 수비 보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주었다.

다만 후반 교체를 통해 경기의 흐름을 바꾸려는 모레노 감독의 대응과 김민수, 조현택 등 새로운 자원들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완성된 플랜 B를 찾았다고 말하기에는 이르지만, 적어도 다음 실험으로 이어갈 만한 단서는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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