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호윤 전문기자] 민족 최대의 명절 추석을 1주일 앞두고 KLPGA투어가 골프 팬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지난 6월 이후 본격적인 경쟁으로 대회 때마다 초미의 관심을 끌어 모으고 있는 ‘림솔대전’ 외에도 세계 최정상급 선수들이 대거 내한, ‘한가위 샷 잔치’를 벌이는 것이다.
무대는 올해로 8회째를 맞는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다. 17일 부터 안산 대부도의 더 헤븐CC에서 열리는 이 대회는 총상금이 15억 원으로 지난 주 끝난 KB금융 골든라이프챔피언십 등 다른 6개의 대회와 함께 투어 최고액을 자랑한다.
하나금융그룹은 오랫동안 국내에서 LPGA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을 개최하며 한국 여자골프와 세계 여자골프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세계적인 선수들이 내한해 KLPGA 선수들과 맞붙었고, 국내 선수들에게는 세계 무대로 자신의 이름을 알릴 기회가 됐다.
LPGA와의 계약이 종료되고 현재의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이 2019년부터 KLPGA투어로 새롭게 출범했지만 이런 국제적인 성격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LPGA에서 뛰는 정상급 선수와 아시아 각국의 유망주들을 꾸준히 초청하며 국내 대회이면서도 국제대회 같은 색깔을 유지해왔다. 후원 선수인 리디아 고와 이민지를 비롯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해마다 출전했고, 일본과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각국 선수들에게도 문호를 열었다. 한때 레이디스 아시안투어(LAT) 시리즈의 하나로 치러지는 등 ‘아시아 여자골프의 허브’를 지향해 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팬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킬 ‘볼거리’를 정리해 본다.
#계속되는 림솔대전…이제부터가 진짜다
2006년생 동갑내기 서교림과 김민솔의 경쟁은 이제 어느 한 대회의 우승 경쟁을 넘어섰다. 둘 가운데 누가 우승하느냐 못지않게 매 대회 성적에 따라 시즌 타이틀 경쟁의 추가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가 관심사다. 지난주 KB금융 골든라이프 챔피언십을 거치면서 저울은 다시 서교림 쪽으로 조금 더 기울었다. 서교림은 우승은 놓쳤지만 5위에 올라 시즌 상금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대상 포인트에서도 선두를 지켰고 다승과 평균타수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있다. 현재 KLPGA투어의 주요 지표 대부분에서 서교림의 이름이 맨 위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김민솔도 멀리 물러선 것은 아니다. KB대회에서는 다소 주춤했지만 시즌 내내 서교림과 엎치락뒤치락하며 상금과 대상, 평균타수 등 주요 부문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왔다. 한 대회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집혔다가 다시 뒤집힐 만큼 둘의 간격은 여전히 좁다. 따라서 이번 주에도 당연히 관심의 중심에는 ‘림솔대전’이 있다.
#LPGA 명예의 전당멤버 리디아 고, ‘하나 연장 징크스’ 이민지
이번 대회는 림솔대전만 바라보고 있기에는 ‘먹거리’가 너무 많다. 우선 하나금융그룹 골프단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스타 리디아 고와 이민지가 온다. 오랜 기간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해 온 두 선수는 이름만으로도 갤러리를 불러 모을 만한 존재들이다. 리디아 고는 메이저 3승을 포함해 LPGA투어 23승에다 파리올림픽 금메달 등으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세계랭킹 1위를 오래도록 지킨 바 있고, 각종 최연소 기록은 거의 그의 전유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호주 교포인 이민지 역시 투어 11승에 메이저 3승의 베테랑이다. 리디아와 함께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몇 안되는 현역 선수이기도 하다. 특히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과의 인연이 묘하다. 2021년 송가은, 2023년과 지난해에는 이다연과 연장전을 펼쳤으나 세번 모두 준우승에 머물렀다. 세계적인 선수가 같은 대회에서 세차례나 연장 패배를 당했다는 것도 보기 드문 일이다. 이번에는 이 징크스를 끊을 수 있을지 또 하나의 관심거리다.
#LPGA 최초의 ‘쌍둥이 챔피언’ 이와이 자매 국내 첫 선
최근 LPGA투어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일본의 이와이 아키, 치사토 쌍둥이 자매도 국내 팬들에게 처음으로 모습을 선뵌다. 쌍둥이 자매가 나란히 세계 정상급 무대에서 활약하는 것 자체도 흥미롭지만 최근 세계 여자골프에서 갈수록 존재감이 커지고 있는 일본 여자골프의 힘을 국내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볼거리다. 지난해 나란히 LPGA투어에서 동반 데뷔한 이들은 일본무대에서 언니 아키가 6승, 동생 치지가 8승을 거뒀다. 미국무대에서도 치지는 멕시코 리비에라마야오픈, 아키는 스탠다드 포틀랜드클래식에서 각각 정상에 올라 나란히 1승씩을 기록 중이다.
#투어 레전드 청야니, 투어 루키 황유민도 가세
한때 세계 여자골프를 지배했던 대만의 청야니도 출전한다. 세계랭킹 1위와 메이저 5승을 기록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수다. 하나금융과의 인연도 각별하다. 그는 2011년 국내에서 열린 LPGA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15년의 시간이 지나 하나금융이 주최하는 대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는 것만으로도 오랜 골프 팬들에게는 반가운 장면이다.
여기에 ‘돌격대장’ 황유민도 돌아온다. KLPGA투어 시절 특유의 공격적인 플레이로 큰 인기를 끌었고, 지난해 LPGA 롯데챔피언십 우승을 발판으로 올해 미국 무대에 진출했다. LPGA 신인왕 레이스에서 일본의 에리카 하라에 뒤진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시즌 중반 이후 다소 주춤한 만큼 익숙한 국내무대에서 분위기 반전의 계기를 만들어 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렇듯 올해 리디아 고와 이민지, 이와이 자매, 청야니 등이 한꺼번에 출전하는 것은 단순히 흥행을 위해 해외 스타를 몇 명 초청한 것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LPGA투어 대회를 개최하던 시절부터 이어져 온 하나금융 골프대회의 ‘국제대회 DNA’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
그렇다고 림솔대전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세계적인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서교림과 김민솔이 이들과 어떤 경쟁을 펼치느냐가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어쩌면 이번 대회가 두 선수에게 주는 가장 큰 의미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서교림과 김민솔은 이제 국내 무대에서만 바라볼 선수들이 아니다. 아직 스무 살에 불과하지만 이미 KLPGA투어의 주요 타이틀을 놓고 경쟁할 만큼 성장했다. 지금의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자연스럽게 더 큰 무대를 바라보게 될 선수들이다. 따라서 둘에게 리디아 고와 이민지처럼 오랫동안 세계 정상에서 경쟁해 온 선수들과 같은 코스에서 나흘 동안 직접 부딪쳐 보는 경험은 단순한 한 대회의 성적 이상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대회는 서교림과 김민솔에게 일종의 ‘세계 무대 예행연습’이 될 수도 있다. 림솔대전의 승패 못지않게 두 선수가 리디아 고, 이민지, 이와이 자매 같은 선수들과 같은 필드에서 어느 정도의 경쟁력을 보여줄 것인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다.
서교림에게 더헤븐CC는 특히 좋은 기억이 있는 곳이다. 지난 6월 이곳에서 열린 인카금융 더헤븐마스터즈에서 정상에 오른 바 있어 불과 석 달 만에 우승했던 코스로 돌아오는 셈이다. 최근 KB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며 시즌 주요 타이틀 경쟁에서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는 점도 자신감을 더한다.
김민솔에게는 반격의 무대다. 지난주 KB대회에서 다소 주춤하면서 상금 1위 자리를 다시 서교림에게 내줬다. 그러나 총상금 15억원짜리 대회가 곧바로 이어진다. 한 번의 우승, 한 번의 상위권 성적으로 상금왕을 비롯한 시즌 타이틀 레이스의 판도가 다시 움직일 수 있다.
여기에 이 대회에서 두차례나 우승한 이다연을 비롯한 국내 우승후보들도 경쟁에 가세한다.
‘림솔대전’만으로도 충분히 뜨거웠던 KLPGA의 가을이 이번 주에는 판이 더 커진 셈이다.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은 ‘누가 우승할 것인가’ 보다 ‘도대체 누구를 따라다니며 봐야 할 것인가’일 수도 있겠다. 그만큼 이번 주 더 헤븐에는 말 그대로 골라 보는 재미가 있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