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얼마 전 머리칼이 하얀 노년의 한 분이 흥분을 감추지 못한 채 한 프로야구 선수를 맹비난했다. 이 선수는 경기 중 삼진을 당하자 뒤로 돌아서 쌍시옷으로 시작하는 육두문자의 욕설을 허공에 날렸다. 더그아웃에 들어간 뒤에는 방망이를 내동댕이쳤다. 이 장면은 중계 TV 화면에 고스란히 잡혔다. 이 선수는 이튿날 선수단에 사과의 뜻으로 커피를 돌렸다.
노신사가 화를 낸 이유는 두 가지다. 이 선수의 욕설 장면을 TV로 본 초등학생 손자가 어느 날 그 못된 짓을 따라 하더라는 것이다. 손자는 그 선수의 열렬한 팬이었다. 두 번째는 동료 선수들에게 커피를 돌렸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사과해야 할 대상은 팀원이 아니고 그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 야구팬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노신사는 해당 야구 선수를 ‘나쁜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이 선수뿐이 아니다. 한 경기에도 몇 차례씩 상욕을 하는 모습이 TV 화면에 노출된다. 민망해서 못 볼 지경이다. 선수들의 욕설이 일상이 됐는데 도대체 KBO나 구단은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1000만 명 이상의 국민이 보는 앞에서 막말을 해대는 선수를 그대로 두고 볼 참인가. 야구 규약 제14장 유해 행위 제151조 품위손상 행위 조항엔 마약과 인종, 성차별, 폭력, 인권침해, 음주운전 등을 했을 경우 적절한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총재는 징계를 내릴 수 있다. 선수가 혼자 말로 내뱉는 욕설은 경기장의 질서를 혼탁하게 하는 행위다. 프로야구 선수의 품위를 심각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다. 무엇보다 이를 지켜보는 야구팬들의 심기를 매우 불편하게 한다. 어린이 야구팬들에겐 심각한 상처를 준다.
스포츠맨십의 요체는 페어플레이와 함께 ‘자기 절제’다. 격렬한 경기에서 자제력을 잃지 않는 것은 운동 선수로서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기본이다. 고조된 감정을 억누를 수 있어야 진짜 스포츠 선수이다. 야구장은 예전 40~50대 아저씨들의 감정 분출구가 아니다. 남녀노소가 함께 즐기는 국민 광장이다. 온 가족의 피크닉 공간이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이다. 귀한 손님들을 초대해 논 자리에서 주인이 욕설로 물을 흐리는 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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