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규 기자] 월드컵은 언제나 별들의 무대다. 4년에 한 번 찾아오는 축구의 가장 찬란한 계절이 시작되면, 전 세계는 저마다의 영웅을 기다린다. 그리고 영웅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이름을 역사 속에 새겨 넣는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부터 그런 전율의 장면들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프랑스의 킬리안 음바페는 특유의 폭발적인 질주와 함께 멀티골을 터뜨리며 세계 최고 공격수라는 찬사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노르웨이의 엘링 홀란도 거침없이 골망을 흔들며 멀티골을 등록했다. 상대 수비진의 저항을 무색하게 만드는 압도적인 힘과 결정력은 왜 그가 세계 축구의 미래이자 현재인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리오넬 메시도 뒤질세라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세계적 골게터들의 불꽃놀이에 합류했다. 흘러가는 시간조차 그의 축구를 멈추게 하지 못했다. 세계 최초로 6회 연속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메시는 알제리전에서 무려 3골을 몰아치며 또 하나의 신화를 썼다. 수많은 환호와 박수 속에서도 그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자신의 A매치 통산 118·119·120호 골(월드컵 본선 16골 포함)에는 지난 세월의 무게와 전설의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음바페가 달렸고, 홀란이 폭발했으며, 메시는 여전히 빛났다. 월드컵이라는 거대한 밤하늘에 세계 축구의 거성(巨星)들이 하나둘 제 빛을 드러내는 지금, 한국 축구 팬들은 또 다른 별을 바라본다. 바로 ‘캡틴’ 손흥민이다. 그 이름 석 자는 이미 한국을 넘어 세계 축구가 인정하는 독보적인 브랜드다. 수많은 명장면과 승부의 순간을 지휘했던 그는 언제나 가장 큰 무대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짊어져 왔다.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순간만큼은 자신의 영광보다 나라의 꿈을 먼저 생각했던 사령관이다.
이제 한국은 멕시코와 운명의 조별리그 2차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2일 체코와의 1차전에서 2-1의 값진 승리를 거두며 32강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다가오는 2차전은 차원이 다른 시험대다. 상대는 홈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을 등에 업은 공동 개최국 멕시코다. A조의 실질적인 선두 다툼이자 토너먼트 스테이지의 행방을 가를 운명의 분수령이다.
멕시코는 빠른 공수 전환과 숨 막히는 전방 압박을 구사하는 전통의 강호다. 한순간의 방심도 허락하지 않는 끈질긴 상대를 맞아, 그 까다로운 압박의 그물을 찢고 개최국의 텃세를 잠재울 마스터키는 결국 손흥민의 발끝에 달려 있다. 동양의 오랜 지혜에 "동풍이 불어야 영웅이 적벽을 깨뜨린다(借東風)"고 했다.
지금 북중미 대륙에는 세계적 스타들의 골 폭풍이라는 거대한 동풍이 불고 있다. 체코전에서 동료들을 리드하며 승리를 견인했던 손흥민이, 이제는 직접 해결사로 나서 멕시코의 배후 공간을 무너뜨려야 한다. 이강인의 송곳 같은 패스를 받아 손흥민이 골망을 흔드는 장면은 상상만으로도 온 국민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스포츠토토 배당률의 급격한 변화는 이러한 대중의 기대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최초 220배에 달했던 대한민국의 우승 배당률이 1차전 승리 이후 85배로 폭락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 세계 축구팬과 베터들이 한국 축구의 저력, 그리고 그 중심에 선 손흥민이라는 이름의 무게감을 진지하게 계산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세계적인 전설 요한 크루이프는 그의 저서에서 "축구는 머리로 하는 것이다. 발은 그저 도구일 뿐이다"라고 했다. 압도적인 홈 관중의 함성 속에서 치러질 멕시코전이야말로 강인한 멘탈과 영리한 축구 지능이 요구되는 무대다. 음바페와 홀란, 메시가 먼저 쏘아 올린 축포에 이제는 우리의 캡틴이 화답할 차례다.
월드컵은 때때로 한 선수의 발끝에서 역사가 시작되는 무대다. 2018년 카잔에서 독일을 무너뜨릴 때가 그랬고, 2022년 알라얀에서 포르투갈을 침몰시킬 때도 그랬다. 그리고 어쩌면 2026년 과달라하라의 격전 역시 또 하나의 특별한 신화로 기억될지 모른다.
경기장이 함성으로 흔들리고, 수만 명의 시선이 그라운드를 향하는 순간, 우리가 기다리는 장면은 분명하다. 손흥민이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리고 달려가는 모습, 그리고 이어지는 ‘찰칵 세리머니’다. 한국 축구 사상 월드컵 개인 통산 최다골을 경신하는 그 역사적 순간을 위해, 수많은 팬은 오늘도 잠을 설쳐가며 북중미의 하늘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의 별들이 차례로 빛나는 이 여름밤, 이제 한국의 별이 가장 눈부시게 호령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