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중시하는 2030세대, 주류세력에 ‘분노의 표심’ 독해법 [이우탁의 인사이트]


산업화→민주화→생존의 담론 변화에 주목해야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본투표를 하루 앞둔 2일 오전 경기 과천시 중앙동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통합관제센터에서 한 관계자가 사전투표 현황을 바라보고 있다. /과천=임영무 기자

[더팩트 | 이우탁 칼럼니스트] 최근 언론계 지인들과 모임을 하게 되면 여지없이 6·3 지방선거 결과가 최대 관심사로 다뤄진다. 갑론을박 속에 필자에게도 의견을 물어보곤 하는데, 그럴 때마다 지난해부터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체감한 ‘2030 청년’들의 정서를 중심으로 화두를 풀어나갔다.

1980년대 대학을 다닌 이른바 ‘586세대’들은 무슨 말인가 하겠지만 요즘 강의 출결 상황 체크는 정말 철저하게 이뤄진다. 조교 선생이 강의 시각이 되면 지정좌석을 확인한다. 그리고 강의를 한 뒤 30분이 되면 다시 온다. 첫 체크때 좌석에 앉아있으면 당연히 출석이고, 두 번째 체크 때 앉아있는 학생들은 ‘지각’으로 처리된다. 그 뒤에 오는 학생은 별도 확인 절차가 없으면 당연히 ‘결석’이다. 야박한거 같아서 출결 확인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얘기하면 조교 선생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곤한다.

이런 생경함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청년 학생들과 얘기하면서 뭔가 관통하는 게 있었다. 그들이 겪은 극단적 입시 경쟁, 그리고 졸업을 앞두고 수십장의 입사원서를 냈지만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좌절감, 그래서 졸업을 미루고 휴학을 해야겠다는 얘기를 하는 그들의 표정은 밝을 수가 없었다. 닥쳐온 인공지능(AI)의 물결을 얘기할 때도 그들은 직장 걱정을 먼저 했다. 반도체 호황을 말하지만 그들은 치솟는 전·월세 가격에 한숨부터 쉬곤 했다.

흔히 젊은 청년 세대들은 진보적일 것이라는 필자의 관념은 허무하게 무너졌다. 그들은 이념은커녕 먹고사는 문제에 너무 지쳤고, 각박한 경쟁의 사각지대에서 서로가 서로를 이겨야 하는 강박감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었다. 독재정권 타도를 외치며 민주화 투쟁을 하면서 때로는 감옥에도 가고, 강제징집을 당하기도 했지만 취직을 하겠다고 맘 먹으면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했던 586세대들은 현재의 ‘2030 세대’의 얘기를 가슴으로 듣기 어렵다. 뭐라고 딱 꼬집어 말하기는 그렇지만 ‘분노’라는 표현이 2030의 정서적 특징을 말해준다고 할까.

6·3 지방선거 이전부터, 필자는 캠퍼스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국힘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을 들은 다른 언론계 지인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압도적 지지율과 민주당이 크게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를 들이댔다. 그런데 6월4일 아침, 서울시장 선거 결과가 나오자 어떤 지인이 "와, 정말 국힘이 이겼네"하고 전화를 해왔다.

지난 30여년간 총선과 대선, 지선 등을 현장의 기자로, 정치부장으로 일하며 수많은 기사를 쓰기도 하고 데스크봐왔지만 그보다는 지난해부터 보고 들은 ‘캠퍼스 정서’가 필자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물론 중년 세대를 자극한 ‘부동산 변수’나 ‘초보로 인식된 어떤 후보 변수’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건 그것대로 별도의 해설이 필요하다. 다만 미세한 차이가 승패를 결정짓는 상황에서 2030 표심은 ‘최후의 한방’이 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2030의 표심과 관련해 몇가지 얘기를 더한다.

-- 2030에게 민주당은 ‘주류 세력’이다. 그래서 그들을 심판했다. 2030 세대가 분노하는 대상은 현재 한국을 이끌어가는 주류세력, 정치적으로 볼 때는 민주당이었다. 흔히 한국사회의 주류 세력을 말하면 자유당부터 공화당, 민정당을 거친 보수 정치세력을 연상하는데, 2030 세대가 태어나서 자란 시기에 ‘정치적 여당 또는 집권당’은 오히려 민주당 세력이었다. 말하자면 2030 세대들은 "우리를 이렇게 지옥과 같은 환경에 몰어넣은 세력들에게 분노의 절규를 들려줘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표를 행사하는 것이다.

-- "우리가 주류라고?" 그렇다면 다음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핵심을 구성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우리가 주류라고? 말도 안돼." 하지만 2030 세대들이 자란 시간적 흐름을 생각해보라. 김대중 정부 전후로 태어나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그리고 지금의 이재명 정부까지 이어져왔다. 중간에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있었고, 윤석열 정부가 있었지만 여소야대에 시달리거나 중도에 ‘탄핵’이 있었다. 사회과학적인 분석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2030 세대들에게 대통령과 국회의장은 주로 민주당 인사들이었다는 얘기로 갈음한다. 그럼 그들에게 국힘이라는 정당은? 말하기 미안하지만 2030 세대들에게 국힘은 ‘기대를 걸 만한 세력’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것같다.

-- ‘생존의 담론’ 시대로 중요한 것은 2030 세대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있을 선거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2년후 총선이 그 심판대가 될 것이다. 주류로 평가받는다면 한 사회의 ‘주류세력’으로서 갖춰야할 가치체계와 실력, 그리고 포용성을 확장해야 한다. '뉴 민주당' 얘기가 나오는거 같은데 필자는 나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시각을 바꿔 비주류 세력으로 인식되는 야당에게도 마찬가지 얘기가 가능하다. 2030 세대들이 이번 지선에서 상대적으로 많은 표를 몰아줬지만 이를 자신들을 지지하는 표로 받아들이면 단견이다. 민주당을 반대하기 위한 표를 ‘진짜 지지표’로 연결하려면 2030 세대들의 정서와 이들이 중시하는 가치를 이해하고 대변해야 할 것이다.

2030세대들이 가장 중시하는 가치는 ‘공정’이다.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되는 그런 가치를 말한다. 수업시간에 늦은 사람은 ‘지각’으로, 30분 체크 시간이 지나면 ‘결석’으로 처리되는 기준은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미안한 얘기지만 조국 후보가 2030세대에게 얻은 표가 얼마인지 헤아려보라. 어쩌면 이는 생존 본능의 표심이다. 이분법적 이념적 잣대에 익숙한 586 세대들이 진보냐 보수냐라는 시각으로 이들을 제아무리 해석해본 들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시대적 담론이 이제는 얼마되지 않는 자산을 지키고, 공정한 경쟁을 바라는 ‘생존의 담론’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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