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호의 월드컵 파일] 엿 먹다 놓친 육상 우승, 그리고 '월드컵의 꿈'


2026 북중미 월드컵의 한국 선전을 기대하며
아쉽게 놓친 1982 스페인 월드컵, 관중석 다짐이 86 멕시코 월드컵 현실로

2023년 5월 K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식에서 월드컵 본선 1골 3도움을 기록하는 등 한국 축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선수 부문에 선정된 최순호 전 대표선수./뉴시스

[더팩트 | 최순호 전 국가대표] "청주에서 시작된 꿈"

1970년대 초, 우리 가족은 청주로 이사했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을 때 처음 축구라는 운동을 알게 되었다. 전학 오기 전까지 나는 축구가 무엇인지조차 몰랐다. 대신 달리기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다. 운동회가 열리면 100미터 달리기 우승은 늘 내 차지였다. 단 한 번 2등을 한 적이 있었는데, 결승선 30미터를 앞두고 설치된 엿판에서 엿을 하나 먹고도 욕심이 생겨 하나를 더 먹으려다 뒤처진 것이 전부였다.

그런 나에게 체육 선생님은 축구를 해보라고 권하셨고, 그 한마디가 내 인생을 바꾸었다. 그 무렵 텔레비전으로 대통령배 축구대회와 1974년 독일월드컵 아시아 예선을 보며 김정남, 김호, 이세연, 정강지, 박이천, 이회택 선수들의 플레이를 흉내 내곤 했다. 그때는 상상도 못 했다. 훗날 내가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활약하고 있는 변병주(왼쪽)와 최순호(맨 오른쪽)./KFA

"잊을 수 없는 1982년의 아픔"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아쉬운 기억 중 하나는 1982년 스페인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이다. 특히 2월 쿠웨이트와의 결승전은 지금도 생생하다. 경기 내용은 대등했고, 우리는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다. 경기 중 이태엽 선수가 완벽한 득점 장면을 만들었지만 상대 골키퍼에게 반칙이라는 판정으로 골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들이 이어졌고, 결국 우리는 월드컵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 분하고 안타까운 경기였다. 만약 그날의 결과가 달랐다면 대한민국 축구의 월드컵 역사는 4년 더 빨리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선수였던 나 역시 그 경기의 아픔을 가슴 깊이 간직하게 되었고, 언젠가 반드시 월드컵 무대에 서겠다는 의지를 더욱 강하게 다지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품은 월드컵의 꿈"

1982년 스페인월드컵은 선수로 참가하지 못했지만, 내게는 또 다른 의미의 월드컵이었다. 당시 나는 포항제철축구단 선수였고, 한홍기 감독님의 요청과 박태준 회장님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선수단 전체가 월드컵 현장을 참관하는 특별한 기회를 얻었다. 대한민국 축구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든 경험이었다.

나는 세비야에서 열린 프랑스와 서독의 준결승전을 관전했고, 마드리드에서는 서독과 이탈리아의 결승전을 직접 지켜보았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치는 환상적인 경기와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열기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 순간 나는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다음 월드컵에는 반드시 선수로 참가하겠다." 그리고 4년 뒤, 나는 어린 시절 텔레비전으로만 바라보던 월드컵 무대에 대한민국 대표선수로 서게 되었다. 스페인에서 품었던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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