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은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기관 형성의 상징이고, 절치부심의 역사 속에서 개항의 근현대사를 이어온 인천의 자부심이다. 엊그제도 방탄소년단(BTS) 팬덤 아미(ARMY)들이 러시를 이룬 대표적인 세계의 문이다. '모든 길이 인천으로 통한다'는 도시 브랜드도 인천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국제공항은 1992년부터 개항 직전인 2000년까지 1단계 사업을 마치고 2001년 3월 29일 공식 개항했다. 지난 2024년 제2여객터미널 확장, 제4활주로 신설 등 4단계 사업이 마무리돼 연간 여객 1억600만명, 화물 630만톤 처리 능력을 갖추게 됐다. 인천공항은 세계 최고의 공항 서비스를 바탕으로 국제여객·화물운송 실적에서 글로벌 '톱3'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2030년 이후 여객 규모는 다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 막대한 재정과 기간이 소요되는 제3여객터미널 건설을 위한 5단계 사업을 서둘러야 하지만 국토교통부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이견을 보여 왔다.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의 통합 논의로 인천은 정치적 몸살을 앓고 있다. 허브 공항으로서의 미래 역량이 확대될 인천공항에 대한 경영 분산이 우려된다. 인천국제공항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착시보다 정상에 정착할 국제 경쟁력을 높여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집권 초기에 서울대학교의 통합캠퍼스를 구상하고 1970년대 관악캠퍼스를 구축했다. 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 포항제철소의 완공 등은 대한민국 정부가 우수 인재 육영과 경제 발전의 초석을 마련한 대표적인 기관 형성의 사례로 꼽힌다. 2001년 3월 22일 인천국제공항 개항식에 참석한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신공항 개항은 자주 대한민국에 대한 찬사와 영광'이라고 축하했다. 인천공항도 포항제철소와 같은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역대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육성해 온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이 유치한 공항이다. 인천 앞바다의 영종·용유·삼목·신불도 등 천혜의 섬을 간척해 현대사에 이름을 남긴 새로운 개항의 산물이다. 인천공항은 소득과 고용을 창출하는 서비스 영업의 본산으로서 지역과 국가경제의 전략적 기지다.
특히 송도·영종·청라 경제자유구역은 인천공항과 직접 연결된 공항경제권이다. 대규모 국제회의, MICE, 숙박·복합리조트, 물류, 바이오, 국제금융, 항공 MRO 등 첨단산업 분야가 긴밀히 관련된다. 세부적으로는 K-관광마켓 2기에 선정된 중구 신포국제시장, 인천 차이나타운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천공항의 재정 여력 등을 축소하는 논의는 거센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최근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을 통합하는 방안에 대한 인천 정가의 대립은 첨예하다. 17일 김정헌 인천 중구청장은 성명에서 "인천공항의 투자 재정을 한국공항공사의 적자 메우기에 사용하면 인천공항의 확장과 혁신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18일 영종국제도시총연합회, 인천광역시총연합회, 인천공항 졸속통합저지 공동투쟁위원회,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인천YMCA, 국제와이즈멘 한국 인천지구 등이 참여한 '인천공항 졸속 통폐합 반대 시민·노동단체 대책위원회'는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기업 통폐합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6월 120여 시민·사회단체로 출범한 '인천사랑 범시민 네트워크'도 인천을 홀대하는 정부 정책에 단호하게 맞서겠다고 한다. 또 인천공항공사 노조는 통합 반대이지만 지방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 노조는 입장이 다르다.
'천원 주택', '아이(i)플러스' 정책 등을 펼친 유정복 인천시장과 중앙정치 영향력을 갖춘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인천 연수구갑)의 공방도 오고갔다. 18일 유 시장은 SNS에서 "기준 없는 졸속적인 구조 개편"이라며 "인천공항의 자산 건전성과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는 만큼 인천의 권익을 저해하는 시도에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박 의원은 19일 SNS를 통해 "인천공항 통합설은 근거 없는 억측"이고 "국토교통부,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확인했지만 정부 내부에서 전혀 논의한 바 없는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국토교통부는 15일 '공항관리 공공기관 개편안은 전혀 결정된 바 없다'고 재정경제부 입장을 알렸다.
인천 '계양구을'에서 정치 재개의 발판을 마련했던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말 "너무 많아 셀 수 없을 정도"의 공공기관 통폐합을 지시한 바 있다. 그동안 인천은 재외동포청 서울 이전을 비롯한 항공안전기술원, 극지연구소, 한국환경공단 등 공공기관의 이전설에 '인천 홀대론' 등으로 반발해 왔다.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자칫 정치적 속셈에 따라 인천 발전 동력이 훼손돼서는 안된다.
유정복 시장은 최초의 인천 출신 민선시장을 거쳤다. 박찬대 의원은 대학까지 인천에서 나왔다. 결정된 사안이 아니더라도 인천 경제와 직결된 인천국제공항의 성장 여력을 분산하는 논의나 정부 정책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인천 지방선거에서 격돌할 정치 지도자들의 '인천 DNA'가 발휘돼야 한다. 6·3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의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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