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원장 언론인] 2006년 7월, 야후Yahoo는 페이스북을 인수하려 했다. 제시한 가격은 10억 달러.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와 페이스북의 이사회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야후의 최고경영자였던 테리 세멜(Terry Semel)이 갑자기 가격을 8억 달러로 낮추면서 거래는 무산됐다. 실망한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을 팔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페이스북을 우리 돈 1조 5천억 원 정도 주고 살 수 있었던 기회는 날아갔다. 페이스북(메타)의 지금 시가총액은 1조 5천억 원이 아니라, 1조 5천억 달러가 넘는다.
2년이 지나 2008년, 이번에는 MS가 야후를 446억 달러(65조 원)쯤에 인수하려고 했다. 야후 이사회는 가격이 너무 낮다며 이를 거절했다. 그 이후 야후가 어떻게 됐는지는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미래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은 매우 매우 어려운 일이다. 집의 가격이나 주식의 가격에는 수많은 변수가 작동한다. 그러니 ‘@@@는 사두면 무조건 오르게 돼 있다니까!’ 라고 말하는 친구는 가급적 멀리하는 게 좋다.
시중에 돈은 계속 풀리고, 수도권 주택 공급은 부족하니 집값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언론 보도만 보면 지금도 수도권 집값은 뜨거운 오름세인 것 같다. 실제 그럴까. KB월간 아파트 가격 지수를 보면, 2022년 1월을 100으로 봤을 때, 경기도에서 아파트 가격이 오른 곳은 경기도 과천시(26.3%↑), 성남시(7.9%↑/분당구는 14.2%↑) 단 2곳이다. 반면 수원시와 의정부 안양 부천 광명 평택 동두천 안산 고양 구리 남양주 오산 시흥 군포 의왕 하남 용인 파주 이천 안성 김포 화성 광주 양주 포천 여주 연천 가평 양평의 아파트 가격은 4.8~21%까지 내렸다. 아파트는 진짜 사두면 무조건 가격이 오를까.
2006년 파주 운정신도시에 ‘H아파트’가 분양됐다. 호수공원이 가깝고 명품 주방시설 등 서울 서부지역의 최고급 주거 공간을 자랑했다. 분양가는 평당 1,460만 원으로 책정됐다. 파주의 아파트 분양가는 불과 몇 년전까지 평당 500만원 정도였다. 집값을 잡고 싶었던 정부는 해당 건설사에 대한 세무조사까지 벌였지만, 결국 대표 평형인 198㎡(59평)은 7억6천만 원에 분양됐다. 그런데도 3: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에 성공했다. 그때도 ‘집값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었다. 분양가상한제까지 확대되면서 1년 뒤 주변 파주 교하신도시에는 평당 600만 원대에 분양되는 아파트가 등장했다. 불과 1년 사이에 같은 신도시의 새아파트 분양가가 반값이 됐다. 2008년이 되자 서울까지 미분양이 번졌다. 2009년 완공돼 입주를 마친 H아파트는 매물이 쏟아지는데 매매는 없어서 시세를 가늠하기도 어려웠다.
기존에 살던 집이 팔리지 않거나 가격이 급락하면서, 새로 분양받은 아파트의 잔금을 치르지 못하는 수분양자들이 속출했다. 수도권에는 그렇게 몇 십대 1의 경쟁률로 완판됐다가, 다시 미분양이 된 신규 아파트단지들이 이어졌다. 집이 부족하다고 외쳤던 언론은 이번엔 집이 너무 공급됐다고 아우성쳤다. 건설사들은 중도금 무이자나 테라스 무상 확장을 내걸고 대규모 세일 분양을 시작했다.
바다 건너 영종 하늘도시. 2012년 분양된 ‘영종 H아파트’는 1300여 세대 중 800여 세대가 미분양됐다. 건설사는 그중 일부를 30% 정도 할인된 가격에 분양했다. 2014년 입주가 시작되자, 분양가를 모두 다 내고 새 아파트에 입주한 수분양자들이 아파트 정문에 바리케이트를 치고, 할인 분양을 받은 입주자들의 이삿짐 트럭을 막았다. 이 과정에서 하늘도시 8개 아파트 입주자 비상대책위를 맡고 있던 50대 가장이 분신해 숨졌다.
그렇게 차갑게 식었던 부동산 경기는 2014년 하반기, 정부가 대출 규제를 풀면서 다시 살아났다. 5억 원대까지 떨어졌던 ‘파주 H아파트’ 59평의 실거래가는 2021년이 되자 10억 1천만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서울의 아파트 가격 오름세는 더 이상 수도권으로 번지지 않았다. 서울 노른자위의 부동산 시장이 다시 불을 뿜을 때도 가격은 계속 떨어졌다. 2025년 하반기 ‘파주 H아파트’ 59평형의 실거래가는 19년 전 분양가보다 낮은 7억 4천만 원까지 떨어졌다.
시장에는 계속 돈이 풀린다. 2020년에 M2(광의통화)가 11.4%나 늘어나자, 이듬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22%나 급등했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에는 집값이 내린 곳이 훨씬 더 많다. 언젠가부터 풀린 돈이 자산을 마구 차별하기 시작했다. 이게 핵심이다. 그런데도 ‘아파트 값 오늘이 제일 싸다’는 주장은 계속된다. 돈이 풀리고 변동성도 커진다. 우리가 시장 가격을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그때 야후가 페이스북을 10억 달러도 주기 아깝다고 생각했을 때처럼. 그때 야후가 446억 달러에도 매각을 거절했을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