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대호 전문기자]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 송성문(29)이 메이저리그에 입성했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3년 1300만 달러(한화 약 192억 원)에서 1500만 달러(한화 약 222억 원) 사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표만 남겨뒀다. 강정호(2014년) 박병호(2015년) 김하성(2020년) 이정후(2023년) 김혜성(2024년)에 이어 키움 소속으로 6번째이자 3년 연속 메이저리그 진출이다.
지금까지 포스팅 시스템(공개 입찰)으로 미국 구단과 계약한 선수는 송성문 포함 10명이다. 키움 소속을 제외하고 포스팅으로 미국에 진출한 선수는 2009년 최향남(KIA), 2012년 류현진(한화), 2019년 김광현(SK), 2023년 고우석(LG)이다. 이 가운데 최향남과 고우석은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키움 소속이 압도적으로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반대로 다른 구단은 왜 메이저리그 포스팅에 소극적일까. 키움은 포스팅에 의한 ‘선수 팔이’가 구단의 주 수입원이다. 이에 따라 선수를 메이저리그 구단의 입맛에 맞게 ‘맞춤형’으로 키운다. 지난해 김혜성과 송성문이 대표적이다. 둘은 객관적으로 ‘탈 KBO리그 급’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 판단할 때 매우 평범한 선수다. 하지만 키움은 ‘유틸리티’에 주목했다. 빠른 발과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하는 수비력, 평균 이상의 타격을 어필했다. 강정호와 김하성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격수 수비에서 점수를 얻었지만 타격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강정호와 김하성은 미국에 진출한 뒤 장타력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이정후를 제외하곤 보험용에 가까운 선수들이다.
다른 구단에도 이만한 선수들은 여럿 있다. 하지만 그들은 ‘포스팅 신청’에 선뜻 나서지 않는다. 무엇보다 구단이 만류한다. KBO리그 구단은 자체 경쟁력이 최우선이다. 팀 전력 강화와 우승이 목표다. 선수들도 구단 뜻에 호응한다. 최근엔 비FA 다년계약으로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묶어 둔다. LG가 2023년 마무리 투수 고우석에게 포스팅을 허락한 건 우승 직후였기에 가능했다. 주축 선수를 돈 받고 해외에 유출했다는 시선도 따갑다.
포스팅에 실패했을 경우 따라올 후유증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예로 2019년 두산 김재환과 2020년 NC 나성범은 호기 있게 포스팅에 나섰다가 ‘무응찰’로 망신을 당했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어디도 응찰에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렇게 되면 선수뿐 아니라 구단 이미지도 심하게 손상을 입는다. 2002년 최고 마무리 두산 진필중은 2만5000달러(당시 약 3000만 원)의 포스팅비를 제시받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진필중은 이후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꿈이 있어도 대놓고 밝히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팀 분위기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포스팅 기회를 놓친다. 반면 키움은 구단이 앞장 서 포스팅을 독려한다. 키움 선수들은 눈치 보지 않고 시즌 전부터 포스팅을 선언한다. 메이저리그 구단도 입단 가능성이 큰 키움 선수들을 눈여겨 보게 된다. 키움이 송성문과 맺은 6년 120억 원 계약은 메이저리그 구단에 보낸 ‘가이드 라인’이었다.
키움 선수의 잇단 미국행은 분명하게 손익이 갈라진다. 선수 자신과 키움 구단의 재정엔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키움 팬들의 상실감과 관심 저하, 그리고 리그 불균형은 KBO리그가 떠안아야 할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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