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그만 보고 싶은 '저질 국감'


정쟁 몰두…피감기관에 답변 제한적
정략 접고 본연의 국감 취지 살려야

여야가 이재명 정부 첫 국정감사에서 검증되지 않은 폭로와 음모론, 고성과 막말을 주고받고 있다. 소모적 정쟁에만 치우치면서 민생 국감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올해 국정감사는 예상대로다. 역시나 신성한 국감장이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윽박지르고 삿대질하는 여야 의원들의 모습이 도드라진다. 애석하게도 전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여야가 툭하면 다툼만 벌여왔던 탓에 오히려 그들의 다툼은 익숙하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과 한국 정치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다시 한번 절절하게 체감하고 있다.

어김없이 막말과 고성이 오가는 국감을 지켜보면 어처구니없는 웃음밖에 나오질 않는다. 대혼돈의 국감장이 청문회장인지 격투장인지 헷갈린다면 말 다한 것 아닌가. 그나마 정상적으로 진행되는 상임위를 보면, 여야 가릴 것 없이 피감기관의 답변을 일방적으로 끊거나 사실상 원하는 답을 요구한다. '구태의 역사'를 이어가는 일관성 하나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다.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애증의 국감은 날카로운 정쟁 앞에서 본연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여야는 경제위기와 외교안보와 직결된 정책 현안들이 널려 있는데도 국감에서 소모적 공방에만 혈안이다. 국민의 애로점을 짚어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건 뒷전이다. 정치적 의제를 둘러싼 충돌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해도 여야의 이념 다툼은 보는 이를 질리게 만든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왼쪽 세번째)이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원자력안전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신상발언을 하던 김우영 민주당 의원(오른쪽)과 언쟁을 벌이는 모습. /배정한 기자

일주일이 조금 넘은 국감 기간에만 무려 국회의원 세 명(민주당 김우영·국민의힘 박정훈·무소속 최혁진)에 대한 징계안이 발의됐다. 이를 포함해 지난해 5월 30일 문을 연 22대 국회에서 모두 42건의 징계안이 제출됐다. 벌써 21대 국회의 53건에 다다르고 있다. 여야가 상대방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을 잃은 채 격렬하게 정쟁에만 몰두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관성적으로 국감 무용론이 튀어나온다. 매년 국민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해 국감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저질스러운 막말이나 고압적 태도, 흠집내기 폭로, 심지어 욕설에 대한 제재는 없다. 국민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면 태도를 바꿀 법도 한데 꼭 문제를 일으키는 의원들이 지나친 공세를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 법사위·과방위·국방위·국토위 등등에서….

물론 정부와 기관을 자세히 감사하는 국감 자료는 하루에도 수십 건 쏟아지고 있다. 실정과 문제점, 부조리, 악습을 수면 위로 드러내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이다. 유독 여야는 상임위에서 비리 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모습을 보인다. 이른바 '국감 스타'를 노리는 건지는 몰라도 언론의 주목과 대중의 관심을 얻으려는 의도가 강해 보인다. 이러면 국감 취지는 더욱 무색해진다.

여야는 더는 민생을 외면해선 안 된다. 당리를 위한 정략을 접고 소란을 최소화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다. 분명 한가한 때가 아니다. 캄보디아 사태나 관세 협상 난항, 고환율·고물가, 소비 위축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일이 수두룩하다. 당연한 얘기지만 기대감은 낮다. 피감기관에 호통치지 마시라. 그럴 자격 없으니까.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