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인천=김형수 선임기자]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1일 민선8기 출범 3주년 기자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자리에서 '2030 글로벌 톱10 시티 인천'이 미래 비전이자 실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출범 초기 제시했던 '세계 10대 도시'를 키워드로 삼아 남은 임기 1년 동안 인천 발전에 매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송도유원지 일대 중고차수출단지 이전, 석산 개발 등과 같은 각 지역의 해묵은 현안들이 빠진 것은 아쉽다. 공약 이행에 수반될 정치권에 대한 협치 메시지도 부족했다. 최근 시민단체의 유 시장 공약이행 평가는 바닥이다. 앞으로 남은 짧은 기간 동안 시정을 이끌 새 동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세계 도시 평가 기관들은 뉴욕, 런던, 도쿄, 파리, 싱가포르, 홍콩, 베이징 등을 글로벌 도시로 선정했다. 서울, 두바이도 일부 글로벌 도시 지표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세계 도시들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통해 낙후된 원도심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하고 경제 기능을 회복하려는 시도가 이어져 왔다.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박물관', 런던 사우스뱅크 지역의 '런던아이', 이탈리아 토리노 '컨벤션 산업', 미국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 '애플 캠퍼스' 등 수많은 장소가 노후 도시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창조적 공간으로 재생됐다.
스웨덴 말뫼는 '내일의 도시' 프로젝트로 성공적인 친환경 도시를 실현했다. 선진 주요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그린 뉴딜' 환경 정책을 도시개발에 접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후된 원도심을 살린 미국 뉴욕 도미노파크, 일본 디벨로퍼 '모리빌딩'이 건설한 도쿄의 롯폰기힐스 복합상업단지의 모리타워도 앞선 도시재생의 사례들이다.
또 프랑스는 2020년부터 파리를 지속가능 발전 도시로 재탄생시킬 '르 그랑 파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사우디는 수도 리야드에 대규모 신도심을 조성하는 '뉴 무라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천은 내항 1·8부두 재개발 등을 통해 '제물포 르네상스' 사업을 펼친다. 바다를 지배하고 르네상스를 이뤄낸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처럼 수려한 워터프런트가 조성되길 기대한다.
인천의 핵심 과제들이 '세계 10대 도시'라는 상징적 목표로 연결된다. 공약 이행 과제에서 저출산 인구정책, 여객선 교통정책 등 인천형 아이(i) 정책이 돋보인다. 재외동포청을 유치함으로써 1000만 명 인천의 위상을 세우고, 숙원사업인 인천고등법원 설치가 확정됐다. 영종대교·인천대교 통행료 개선, 부평 캠프마켓 부지 반환,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 항공정비(MRO) 기업 유치,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플랜트도 준공됐다.
오는 26일부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제3차 고위관리회의(SOM3)가 송도와 영종 일원에서 열린다. 디지털·식량안보·여성경제·반부패 협력 고위급 대화 등 4개 분야의 장관회의에 각국 대표단 5000여 명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의 마이스(MICE) 역량과 도시 브랜드를 알릴 기회이다. 하지만 민선8기 시 정부가 임기 4년 차에 들어섰는데도 경제 난관을 겪는 시민들은 인천 도시 발전의 성과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2일 인천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유정복 민선8기 인천광역시장의 3주년 공약 이행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78개 공약 중 완료·이행 공약' 비율은 20.79%(37개)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지난 5월 13일 발표한 '2025 민선8기 전국 시·도지사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에서 인천은 '완료' 6개, '이행 후 계속 추진' 53개로 이행률 33.15%에 그쳤다. 인천시 자체평가 32.58%와 비슷한 수준으로 국내 평균 공약 이행률 51.62%와는 차이가 난다. 임기 내 재정 확보도 목표액 16조 5207억 원의 55.15%에 그쳐 시·도지사 평균 확보율 60.88%를 넘지 못했다.
수도권 서울시와 경기도, 부산시, 광주시, 충남도, 전남도, 경북도, 경남도, 제주도 등 9곳이 공약 이행 최우수 등급(SA)을 차지했다. 전국 시·도교육청에 대한 같은 평가에서 인천시교육청은 공약 이행률 99.1%, 재정 집행률 53.68%로 SA 등급을 받았다.
인천이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힘든 해묵은 현안들이 인천 발전의 걸림돌이다. 수도권매립지 사용 종료, 공공의료 확보 등 여러 이슈들이 수도권 규제와 역학 관계에서 원활히 추진되기 어려운 환경이지만 적극 나서야 한다. 광역교통망 건설, 경인고속도로·경인전철 지하화, 내항 재개발, 해사법원·국립해양대학 유치 등 대규모 중장기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인천시민의 삶과 직결된 현안이다.
인천 지역 출신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 정부와 압도적인 여당 국회의원 구도인 인천 정치권이 앞장서고, 10개 기초자치단체장들도 임기 후반기를 맞아 지역 발전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도시개발 사업에 따른 기업 간 알력, 정경 유착을 의심하게 되는 불투명한 행정 집행과 특혜 의혹 등은 시민의 불신으로 확산될 수 있다. 학연, 혈연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인천시는 시민의 기대에 청렴성과 윤리의식, 공정과 상식에 어긋나지 않는 가시적인 성과로 답해야 한다.
임기 3년 차 평가는 내년 지방선거의 전초전이다. 정치가 생물이라고 하지만 도시도 진화하는 생물이다. 내항 8부두가 개방된지 10년을 앞두고 지난해 곡물창고는 복합문화시설 '상상플래폼'으로 개조됐다. '제물포 르네상스'의 마중물이다. 공약 이행률이 낮아지면 정책 신뢰도 동반 하락하게 된다. 공약 실천과 인천 발전에 헌신할 공직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글로벌 톱10 시티'가 꿈에 머문 허상이 될까 우려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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