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이철영 기자] 과감하고 결단력이 있다고 봐야 할까. 아니다. 생각 없고 무모하며 바보 같은 결정이라 보는 게 맞겠다. 꼭 일주일이 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일주일을 보내며 윤 대통령이 얼마나 황당하고 바보 같은 짓을 했는지 확실해졌다.
12.3 계엄 후 정신없는 일주일을 보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자신의 선택에 후회는 할까. 아니다. 대통령은 후회라는 단어를 모를 수도 있다. 계엄이 해제된 후 여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난 잘못한 게 없다' '야당 경고용'이라고 했으니 기대하지 않는 게 맞다.
검사 그리고 검찰총장. 윤 대통령은 법률가다. 검찰총장까지 했으니 누구보다 법에 대해 해박하다. 그런 그가 요건에도 맞지 않는 상황에서 계엄을 선포했으니 더욱더 황당하다. 법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계엄'을 이렇게 선포할 수 없다는 것쯤은 안다. 너무나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계엄 선포였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설마 그럴 리가'라 생각하면서도 '그럴지도'라는 답이 나온다.
누구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몰랐을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일 국회가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만난 한 보좌관의 말이 그럴듯했다. "윤석열이 계엄이 뭔지 모르고 선포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계엄을 선포하면 군대가 동원되는 걸 전혀 몰랐다는데." 헛웃음이 나왔다. 너무 웃픈 현실 때문에 말이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 부결은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여당의 이해하기 어려운 대응 때문이다. "직무 정지"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데 헌법에도 없는 이상한 말들을 하고 있다. 검사 그리고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는 한 대표의 발상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위헌적이고 반헌법적이라고 윤 대통령을 비판한 한 대표에게서 대통령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다. 현재로서는 탄핵 외에는 대통령의 직무를 즉시 정지시킬 수 있는 게 없다. 그런데도 최상의 방법은 피하면서 헌정 중단 상태를 만들겠다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의 발상이 경이롭다.
우리 헌법 제68조 ②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다.
지금 한 대표나 여당의 '질서 있는 퇴진'은 대통령 구속에 따른 '사고'를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다. 수사기관은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와 함께 긴급체포 후 구속하는 방향으로 키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만약 윤 대통령이 구속된다면 '사고'로 국무총리가 직을 대행하게 되고 사법적 판단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이럴 경우 민주당 등 야권에서 추진하는 탄핵은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고 사회적 혼란은 끝없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왜 한 대표나 여당은 탄핵에 반대하며 '질서 있는 퇴진' 같은 이해 불가한 태도를 보일까. '권력' 때문으로 본다. 여당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물론 여소야대 국면에서 대통령이 탄핵당할 경우 모든 것을 잃는다. 이후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승리보다는 패배의 그림자가 더 짙게 드리울 수밖에 없다. 정당은 정치적 뜻을 같이하는 결사체로 정권의 획득을 목표로 한다. 이제 막 정치를 시작한 한 대표로서는 조기 대선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을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 탄핵으로 선거가 치러질 경우 심판론에 힘도 쓰지 못하고 패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한 대표와 여당의 대통령 퇴진 로드맵을 모르는 상황에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이후 곧바로 정계에 진출해 대통령에 당선했다. 국민은 검사 출신 그리고 국회의원 경험이 전무한 대통령이 얼마나 무모하고 혼란을 가져오는지 알게 됐다. 한 대표도 대선을 꿈꾸는 것 같은데 윤 대통령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지금 한 대표나 여당은 윤 대통령 사태를 시간 끌기용으로 사용하려는 것 같다.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이다. 한 대표가 지금 할 일은 질서 있는 퇴진 운운으로 혼란을 가중할 게 아니라 즉각적인 윤 대통령 퇴진과 집권여당으로서의 철저한 반성과 사과다. 윤 대통령의 권력을 어떻게든 손에 쥐고 싶겠지만 어차피 그 권력은 모래알에 불과하다는 것을 똑똑한 한 대표는 왜 모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