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지난 주 칼럼에서 나는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추기로 한 '2025~2029년 중기자산배분' 계획은 '과거 수익률' 이라는 잘못된 논거를 갖고 결정되었기 때문에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11월 29일 한국일보 기사에 따르면 올해 국민연금의 9월까지 기금 운용수익률은 9.18%로 총 97조원의 운용수익을 기록하였다. 이 중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은 0.46%에 그친 데 반해 해외주식 운용수익률은 21.35%로 훌륭한 성과를 기록하였다.
이렇듯 해외주식 운용수익률이 국내주식 운용수익률을 압도하다 보니 더욱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비중 축소 결정이 잘 한 결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다수의 시민들 또한 올해의 수익률 격차를 보고 국민연금의 결정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지극히 비전문적이고 비학문적이란 생각이다.
존 메이나드 케인즈는 그의 저서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에서 대다수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할 때, 과거부터 현재까지 진행된 것이 미래로 그대로 이어질 것처럼 예상한다는 '적응적 기대'의 방식을 사용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작년에 1이고 올해가 2였으니 내년에는 3이 되겠네' 라는 식으로 미래를 예상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내년 경제성장률이나 증시 상승률 예측 시에 잘 훈련된 전문가 집단조차도 올해의 상황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즉, 올해 경제가 좋았으면 내년 경제 전망치도 좋게 판단하는 예측 오차가 집단적으로 발생하고 주가 예측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란 것이다.
워렌 버핏이 "사람들은 늘 백 미러를 쳐다 본다" 라고 한 말이 바로 이를 두고 한 말이다. '인간의 적응적 기대 메카니즘'에는 항상 오류가 존재하므로 이를 경계하고 반대로 역이용해야 큰 수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버핏의 주장이고 자신의 주장이 옳음을 전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부자가 됨으로써 실제 증명하였다.
조금만 냉정히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작년에 1이고 올해가 2였으니 내년에는 3이 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올해 경제가 좋았으니 내년 경제도 좋을 것'이라는 것도, '올해 증시가 좋았으니 내년 증시도 오를 것' 또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높은 학벌과 오랜 경험을 보유하고 슈퍼컴퓨터까지 동원하여 내년의 경제와 증시를 예측하는 전문가 집단들조차 이런 인간 본유의 약점을 극복하지 못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국민연금 기금 운용위원회의 '2025년 ~ 2029년 중기 자산배분 계획'도 이와 전혀 다르지 않다. '과거 10년간 미국 증시의 상승률이 한국 증시를 압도했으니 향후 5년도 그럴 것'이라는 식의 생각은 '1과 2 다음엔 3이 올 것' '올해 경제와 증시가 좋았으니 내년에도 그럴 것' 이라는 식의 인간 본연의 '적응적 기대 편견'에 사로잡혀 이뤄진 의사결정이다. 이는 졸속적이고 즉흥적이며 비논리적이고 비학문적인 것이니만큼 원점에서 재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2004년 연말 국내주식 및 해외주식 투자 확대를 골자로 한 '기금운용 마스터 플랜'을 발표, 시행한 바 있다. 2000년 초 국민연금은 이전 1997년 IMF 당시 국내증시 대폭락 등의 영향으로 기금운용의 80% 이상을 국내채권에 투자하는 기형적인 운용구조를 갖고 있었다.
2004년 6월 7.0%에 불과했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이를 계기로 2009년 10.7%까지 증가하였고, 이 기조는 이후 이명박 정부 내내 이어졌다. 그리고 노무현 참여정부 시절 코스피 지수는 500P에서 2,000P로 무려 네 배가 올랐다. 이를 통해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은 급격히 개선되었을 뿐만 아니라 '적립식 펀드' 붐 등을 통해 양질의 장기 투자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되었고, 주가 상승의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리게 되었다.
이야말로 국민 모두가 행복한 결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당시의 주가 상승과 주식 투자 붐에 국민연금의 안정적 장기투자 자금 유입이 상당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은 증시 관계자 모두가 다 인정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 기간 한국증시의 상승률이 미국증시를 압도했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윤석열 대통령님께서 이 문제 해결에 직접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 주시기를 부탁 드린다. 이야말로 우리 대한민국 전 국민의 미래와 국가의 명운이 달려 있는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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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