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이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 표결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여 의혹과 공천개입 의혹으로 수사 범위를 대폭 줄이고 제3자 특검 추천을 허용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처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해 "정치 선동"이라며 재의요구권(거부권)행사를 시사한 것을 고려하면 이달 말 재표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본회의 전까지 협의 가능성을 열어뒀으나, 국민의힘은 여권 분열을 획책하는 법안이라며 응하지 않았다. 야당의 밀어붙이기와 여당의 걷어차기가 반복된 셈이다. 이런 국면에서 계파 갈등을 노출했던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 이후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선거법·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이재명 대표에게 날을 세우는 등 민주당 비판에 앞장서고 있다.
다만 국면 전환의 기회가 찾아왔다 하더라도, 한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유독 말을 아끼는 듯하다. 그는 지난 11일 민주당의 수정안을 두고 "거기에 대해 특별히 더 드릴 말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의 수정안은 반대할 명분을 줄여 여당의 이탈표를 노린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김건희 특검'을 요구하는 여론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15~17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포인트, 응답률 10.9%)에서 김건희 특검법 도입에 대한 '찬성' 의견은 63%로 나타났다. '도입할 필요 없다'는 부정 의견은 26%에 그쳤다. 압도적인 차이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진 것만 봐도, 정부·여당에 대한 민심이 얼마나 싸늘한지 짐작된다.
더군다나 갈수록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개입 의혹이 불어나는 상황이다. 이 여론조사 발표 이후 한 달 사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가 대통령 특별열차에 탔다는 의혹과 김 여사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그런데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김 여사 문제와 관련해 "제 처를 악마화시켰다"며 감싸거나, 담화에서의 대국민 사과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대한 사과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이게 현실이다.
실체적 진실과 진상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갈수록 커지는데, 정작 여당은 협상 테이블에 나서지도 않고 김건희 특검법을 정치 공세로만 치부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한 대표가 입버릇처럼 얘기해온 '국민 눈높이'가 윤 대통령의 사과처럼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겠다. 지난해 12월 정치권에 새바람을 일으킬 기대주로 떠올랐던 한 대표가 기성 정치인과 다른 색깔인지도 불분명하다는 생각이다. '여의도 사투리'가 아닌 '5000만의 화법'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여권은 야권이 탄핵 연대를 띄우며 윤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는 점을 무시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그렇더라도 여당 일각에서도 김건희 특검법의 필요성이 제기할 정도로 김건희-명태균 게이트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당정에 대한 국민의 지지는 약해지고 있다. 심지어 보수층에서도 부정 평가가 앞선다. 최근 사석에서 만나는 여권 인사들은 김 여사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다고 한목소리로 우려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힘은 대통령 친인척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후보에 대한 추천 절차를 진행하기로 뜻을 모았다. 수사권·기소권이 없는 특감은 예방의 성격이 강하다. 분명 민심은 특검을 요구하는데 한 대표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지난해 말 정계에 발을 디뎠을 때부터 현재까지. 지난 6월 당대표 출마회견에서 한 대표는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지금 우리는, 국민의 눈높이에서 민심에 반응하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