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선의 '우아한' 산책] 무엇이 부동산 가격을 좌우하나


교통인프라 개발이 지역발전과 쇠퇴에 미치는 영향<하>

서울 성수동은 ‘교통인프라 시설이 지역발전과 부동산 가격상승에 영향을 준다’라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성수동의 아크로 서울포레스트 전경./더팩트 DB

[더팩트 | 진희선 칼럼니스트] 필자가 ‘교통인프라 시설이 지역발전과 부동산 가격상승에 영향을 준다’라는 사실을 직접 경험한 곳은 서울 성수동이다. 조선시대에 왕 사냥터나 군사 사열장으로 사용되었던 성수동 일대는 1960년대에 토지구획정리사업을 통해 준공업지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장지대로 변모하였다.

1990년대가 들어서면서 산업구조가 변화하여 대규모 공장들이 밀려나고 그 자리에 아파트형공장(‘지식산업센터’로 명칭 변경)이 건설되어 벤처 IT 사무실과 작은 공장들이 혼재되는 지역으로 변화한다. 2005년에는 15만여 평의 서울숲이 조성되고. 인접하여 고급 주상복합건축물이 들어서면서 성수동은 또 한 차례 변신한다.

그런데 성수동 부동산 가격에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수인분당선 개통이다. 2012년 왕십리~선릉 구간이 개통되면서 서울숲역에서 한 정거장만 가면 한강을 건너 압구정이다. 필자가 2015년 서울시 재직 시절 도시재생사업을 하기 위해 성수동을 방문했을 때는 강남 압구정동 청담동에 있던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연예인들이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성수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당시 성수동 땅값이 평당 2천~3천만 원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2015년은 서울 부동산값이 바닥이었던 것을 감안하고, 그 이전 성수동의 땅값을 고려하면 상당히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 도시재생사업이 추진되고 공장들이 리모델링하여 청년 창업 사무실, 예술가 전시공간으로 바뀌면서 MZ세대들의 핫플레이스로 변모했다. 힙합이 유행하며 신문화 중심지로 재탄생하며 레트로 감성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의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성수동 목 좋은 곳은 평당 2억 원이 넘는다. 성수동이 한강과 인접하고 서울숲이 조성되어 입지적 조건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지하철이 개통되고 강남권과 연결되어 압구정과 청담동의 에너지가 성수동으로 이동하면서 부동산 가격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주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에는 다리 건설로 인한 지역발전과 지역쇠퇴 사례다. 안흥항은 충남 태안군 근흥면 신진도리에 있는 항구다. 고려와 조선시대에 세곡선 침몰 등 선박의 조난이 빈번한 곳으로 조난을 막고 무사 항해를 바라는 마음에 안흥(安興)항이라 명명했다. 1978년 국가어항으로 지정된 안흥항은 1995년 안흥항과 그 앞바다에 떠 있는 신진도와 연결하는 다리인 신진대교가 개통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여객터미널, 유람선 선착장과 함께 현대적 시설을 갖춘 신진항이 신진도 서쪽에 건설되면서 이 일대 상권의 변화가 일어났다. 이때부터 내륙에 인접해 있던 안흥항은 쇠퇴하고, 민박집과 횟집 등은 상권을 신진항으로 넘겨주게 된다.

사람들은 자동차로 여행하다가 바다가 보이면 바닷가를 향해 가게 되고 거기에 섬과 연결된 다리가 있으면 다리를 건너 섬으로 가고 싶어 한다. 섬으로 들어가면 섬 끝에 무엇이 있을까 하고 다시 바다가 닿은 섬 끝까지 가고야 만다. 마침 경치 좋은 그곳에 맛집이 보이면 들러서 배를 채우고, 분위기 있는 카페가 있으면 그곳에 잠시 머물고 싶어 한다. 사람 심리는 누구나 비슷하다. 이 심리가 작동된 결과가 바로 안흥항과 신진항의 희비다.

이와 반대되는 사례도 있다. 안면도는 국내 유일의 해안국립공원인 태안해안국립공원이 지정될 정도 아름다운 경관을 갖추어 많은 관광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런데 문제는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자루처럼 서해안을 따라 길게 늘어져 있는 안면도는 안면대교 (안면대로)를 통해서만 들고 나가야 해서 성수기에는 차량정체가 심한 곳으로 이름 나 있었다. 대신 섬으로 들고 나가기 힘들어 안면도를 관광하려면 당연히 하룻밤 이상 머무는 곳으로 인식하였다. 그런데 이제는 달라졌다.

보령시 대천항~원산도~안면도를 잇는 보령해저터널과 원산안면대교가 건설된 것이다. 서해안을 따라 자루 모양으로 갇혀 있던 안면도가 이제 남쪽 자루 끝에서 육지 대천과 연결되었다. 대천항은 서해상에 떠 있는 크고 작은 섬들을 오갈 수 있는 여객터미널과 수산시장을 갖추고 있어 교통의 요지이며 해산물을 판매하는 식당이 많다. 인접한 대천해수욕장은 부산 해운대 다음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수욕장이다. 교통도 좋아 수도권에서 서해안고속도로로 1시간 반~2시간이면 접근할 수 있다. 덕분에 인근에는 각종 기관의 산하 수련원이 많다. 교통이 좋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숙박시설과 맛집 등이 즐비하다.

편리한 교통인프라와 공공시설, 숙박시설과 먹거리 등이 잘 갖추어진 대천항과 대천해수욕장은 인근 지역을 방문한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구심력이 작동하게 된다. 이제 안면도를 관광하는 사람들은 안면도 풍광을 즐기고 숙박과 식사는 대천에서 하는 경우가 많다. 안면도는 하룻밤 이상 묶으며 관광하는 곳이 아니라 하루 정도 즐기고 떠나는 장소가 되었다. 교통인프라 개발이 지역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온 경우다.

수도권 출퇴근 문제 해결을 위해 서울 도심과 연결하는 GTX(수도권 광역급행철도) 1기와 2기 등 6개 노선이 2035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이다. GTX가 개통되면 지역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수도권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서울로 출퇴근이 편리해지겠지만, 빨대 효과가 가속화 하면서 지역 상권은 서울 상권에 밀려 무너지고 지역은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GTX 역세권에 주택 수요가 몰리고, GTX가 없는 지역은 낙후되어 부동산 가격은 양극화될 것이다. 수도권은 이미 23개에 달하는 광역철도 노선이 구축되어있는데, GTX가 추가 개통되면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중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우려되는 대목이다. 교통인프라 건설이 어느 지역에는 발전을 가져오지만, 다른 지역에는 쇠퇴를 초래하는 부작용도 동시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양극화를 촉진하는 독으로 작동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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