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어이없는 신성(?)한 국정감사


22대 국회 첫 국감, 초반부터 정쟁 얼룩
여야, 정부 정책 비판하고 대안 제시해야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 초반부터 행정부에 대한 감시·견제라는 국감 본연의 의미를 찾아보기 어렵다. 사진은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방통위에 파견됐거나 파견 중인 검찰청, 경찰청 등 사정 기관 공무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해 일렬로 서있는 모습.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지난 7일부터 진행되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정쟁으로 얼룩지고 있다. 상임위 곳곳에서 여야 간, 의원과 국무위원 간 날 선 발언이 오가거나 심한 경우 국감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존중과 품격은 찾아보기 어렵다. 윽박지르는 고압적인 태도와 인격 모독성 비방 장면은 번번이 목격된다. 어이없게도 '신성한' 국감장에서.

특히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이번 국감의 한복판에 있다. 야당은 연일 김 여사를 둘러싼 △대통령실·관저 이전 불법 개입 의혹 △공천 개입 의혹 △KTV 국악 공연 황제 관람 논란 △명품가방 수수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양평 고속도로 특혜 의혹 △논문 표절 의혹 등의 진상을 밝히겠다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인다.

지도부마저 '김건희 국감' 기조를 분명히 했다. 8일 민주당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당은 끝장 국감과 쌍끌이 특검으로 구린내가 진동하는 김건희 게이트의 진실을 숨김없이 밝혀내겠다"(박찬대 원내대표), "헌정사에 대통령 부인에 얽힌 의혹이 이렇게 쏟아진 적이 있었나 싶다. 이번 국감에서 김건희 의혹을 파헤치는 데 집중하겠다"(진성준 정책위의장)는 발언이 나왔다.

이 정도면 사실상 이번 국감이 김 여사에 대한 청문회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듯하다. 실제 야당은 국감장에서 김 여사 의혹에 관해 집중적으로 추궁하고 있다. 증인과 참고인들을 상대로 시쳇말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답변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방어하는 여당 의원들과 격렬하게 설전을 벌이는 일이 빈번하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김영철 서울북부지검 차장검사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한 뒤 경위들에게 전달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물론 많은 이들이 김 여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의 실체를 궁금해한다. 심지어 국민의힘 안에서도 탄식이 나올 정도로 '김건희 리스크'가 확대되는 양상이다. 여야는 국감에서 정치 현안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데 치우치는 '질의'를 보면, 아무리 야당 의원이더라도 헌법기관인지, 수사기관인지 헷갈린다. 금쪽같은 국감의 시간 대부분을 오로지 김 여사를 정조준하는 데만 쓰는 게 과연 바람직한 걸까.

여당이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난타전의 한 축이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조준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국감 첫날에 이어 이틀째에도 그랬다. 여당은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지역화폐 운용사 '코나아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 지난 1월 부산에서 피습을 당했던 당시 '헬기이송 특혜' 논란을 부각하며 반격했다.

국민의힘은 공식 논평을 내 민주당을 비판했다. "국민을 대신해 정부의 정책을 검증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자리에서 민주당은 온갖 의혹을 '아무 말 대잔치' 하듯 던져가며 정부를 흔들기에만 몰두한다." 여당이 민생국감, 정책국감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실의 엄호부대라는 세간의 비아냥은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 막 국감이 시작했다. 벌써 '김건희·이재명 국감'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정쟁에만 치우치는 여야의 행태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 다음 달 1일까지 약 3주나 남았다. 국민이 지켜보는 국감에서 할 건 하자. 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국감의 본질을 모를 리 없는 여야 의원들에게, 한 누리꾼의 촌철살인 댓글을 전한다. "자기들이 하면 합법, 남이 하면 불법. 저들의 공식."

shincombi@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