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YG의 수장 양현석은 댄서 시절 단칸방에 세들어 살 만큼 형편이 어려웠다고 한다. 그는 춤꾼 선배였던 이주노의 주선으로 1989년부터 92년까지 '박남정과 프렌즈' 멤버로 함께 활동했다. 거꾸로 '서태지와 아이들'이 결성될 당시에는 양현석이 추천해 이주노가 합류하는 '인생 품앗이'를 주고 받았다.
댄서계에서 맏형이었던 이주노는 이런 이유로 서태지보다 양현석과 더 잘 통했다. 그는 2018년 지인들에게 억대의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해 사기죄로 피소되고, 클럽 여성을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누군가 금전적 도움을 주지 않으면 실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양현석이 그의 빚을 남몰래 변제해준 것은 성공한 동료가 베푼 '선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주노는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에도 영턱스클럽, 허니패밀리, 팝핀현준 등을 발굴해 한때 양현석보다 잘 나가는 듯 싶었지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잇따른 사업 실패와 사기 범죄 등의 여러 구설수에 오르면서 추락했다. 90년대 전설의 힙합 댄스그룹을 이끈 3인 중 다른 2인 서태지와 양현석한테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반면 서태지는 솔로가수로 독자활동에 나선 뒤 아티스트로서 확실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양현석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해체된 뒤 가요제작자와 기업형 엔터사업가로 승승장구한다. 특히 YG로 가요계 역사를 새롭게 쓴 양현석은 전 세계적으로 K-POP 한류의 거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로 부상한다.
◆ 사기죄와 강제추행혐의로 위기 봉착한 이주노 빚 변제 '양현석 선심'
인생은 정답이 없고, 오늘 모습이 내일도 고스란히 그대로일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잘나가던 양현석에게 먹구름이 드리워진 것은 바로 사법 리스크다. 2010년대 후반부터 불거진 소속 가수들의 잦은 불법행위가 쌓이고, 2019년 8월엔 본인 스스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마카오 등의 해외도박혐의에 얼룩진다.
당시 소속사 대표 아티스트 중 한 명이었던 승리와 함께 약 13억 원 상당의 환치기(무등록 외국환 거래)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미국 정부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국제 공조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양현석은 도박혐의로 벌금 1500만 원이 선고됐다. 승리는 해외 투자자 성매매 알선 및 상습도박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단죄를 받았다.
그룹 iKON의 리더 B.I의 마약 투여 및 구매 의혹은 더 치명적인 사건이 됐다. B.I와 채팅에서 대화한 주인공이 연습생 출신 한서희로 밝혀지고, 양현석은 그를 YG 사옥으로 불러 직접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1심은 무죄였지만, 2심에선 실형(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상고장이 제출된 상태이고, 위헌심판제청 결과에 따라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거쳐야 죄의 최종 유무가 판가름이 난다. 양현석은 지난해 재판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받자 YG엔터테인먼트의 총괄 프로듀서로 복귀했지만 최근 시계 탈세 혐의로 또다시 기소되면서 그의 사법 리스크는 이어지고 있다.
◆ '양현석 추가 기소'에 YG 측 '공소시효 만료 앞두고 기소' 반박 입장문
양현석은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11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기소됐다. 부산지방검찰청이 2014년 해외에서 외국 국적의 시계 업체 대표로부터 복수의 명품 시계(프랑스 시계 디자이너 리처드 밀 브랜드)를 건네받고 국내로 들어오면서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기소한 사건이다. 검찰은 최근 입국한 해당 업체 대표를 조사한 뒤 양 총괄프로듀서를 재판에 넘겼다.
양 총괄프로듀서의 기소에 대해 YG 측은 즉각 반박하는 입장문을 내놨다. YG는 "공소시효 만료를 며칠 앞두고 성급하고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결정에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면서 "(양현석 총괄이) 유명 연예인이라는 점과 연예인 협찬 과정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생긴 잘못된 조치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해외에 거주하는 업체 대표가 수년간 한국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처리가 미뤄졌다가 검찰이 최근 사실관계를 조사하며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해당 업체가 통관절차 없이 다수의 시계들을 들여온 사실이 적발된 뒤 양 총괄도 당시 '명품시계 국내 반입 미신고' 관련 사실에 대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죄를 지으면 합당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것은 동서고금의 이치다. 외국인 업체 대표가 장기간 입국하지 않은 건 사법처리에 따른 불이익을 염려한 것이겠지만, 한국 비즈니스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맞닥뜨릴 수 밖에 없는 일이다. 양현석이 공소시효 만료를 앞두고 뒤늦게 기소된 것 역시 피할 수 없는 과정이다. 위법 사실이 없다면 재판을 통해 입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