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영의 '밥데이터'] 김건희 여사, 대통령이 되고 싶은 영부인?


1년 전 ‘자살예방의 날’에도 마포대교 관할 지구대 찾았지만 올해 행보 반발 기류 거세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인 10일 자살 예방 및 구조 관계자 격려차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근무자들과 마포대교 도보 순찰에 동행하며 대화하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더팩트 | 이은영 칼럼니스트] 추석을 앞두고 김건희 여사의 행보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발단은 지난 10일 ‘자살예방의 날’을 맞아 한강경찰대 망원치안센터 등을 방문하고 마포대교를 순찰한 후 올린 18장의 사진 때문이다. 김여사는 1년 여 전에도 마포대교를 관할하는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를 찾아 자살 관련 구조 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경찰관들을 격려했었다.

1년 전 방문과 이번 순찰의 차이는 복장이다. 1년 전에는 감색 정장을 입고 경찰관들의 브리핑을 청취하는 모습이었는데, 올해는 정치인의 현장 순시와 같은 모습으로 관계자들을 압도하는 포즈를 취하며 ‘여러분이 국가의 미래’라고 격려했다.

특히 1년 전에는 당시 이도운 대변인이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 대표’라고 브리핑해 ‘전문가 영부인’의 면모를 알리려는 취지가 엿보였지만 올해 ‘전 코바나 대표’ 호칭은 사라졌다.

당장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정권의 성역으로 브이 원(V1) 누구인지 분명해진 것 같다"고 비판했으며 강유정 원내 대변인도 "국민권익위 국장의 억울한 죽음부터 해결하라"며 직격했다. 유승민 전 대표, 김경율 전 비대위원 등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도 자중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정치권과 언론의 반발이 거셀수록 김 여사는 태연자약하다.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에 대한 검찰 조사는 무딘 칼이 되었고 연이어 열린 검찰시민위원회에서도 불기소 의결이 나와 김여사는 점차 사법적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명품백이 국가기록물도 되었다 선물도 되었다 하는 어이없는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26~27일까지 뉴스토마토 의뢰로 미디어토마토가 전국 성인남녀 1,00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을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내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64.0%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동의한다'는 응답은 29.9%에 머물렀다.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2.4%)

10명 중 6명이 부정적 평가를 하는 여론 분위기는 지난 대선 때부터 있었고 2년여가 넘도록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전례없는 ‘배우자 비호감도’ 조사까지 등장했던 지난 대선 당시 김건희 여사는 학력 위조 논란에 휩싸여 급기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까지 했다.

첩보전을 방불케 하는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김여사는 "제가 없어져 남편이 남편답게만 평가받을 수 있다면 차라리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며 "남편이 대통령이 될 경우라도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용서를 구했었다.

특히 김여사는 절체절명의 위기 국면에서 대통령을 제치고 국정 전면에 등장한다. 대선 당시 대국민사과 기자회견이 그랬고, 지난 총선 이후 한동훈 대표 체제가 들어서는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문자읽씹’ 논란이 그랬다.

그래서 김건희 여사의 마음 깊은 곳에는 자신이 ‘위기 해결사’라고 강하게 믿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이렇게 절실하게 사는 자신이야말로 대선 주자급 정무감각을 갖췄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영부인 영향력 등 4가지 유형, 김건희 여사 ‘정치적 내조형’에 가까워

영부인의 영향력과 책무 유형 분석과 관련해 이승희 박사(1997)는 성 역할에 대한 태도와 정치적 참여도를 기준으로 ‘정치적 내조형(가정주부형+적극적 정치참여)’, ‘전통적 내조형(가정주부형+소극적 정치참여)’, ‘전문적 참여형(전문성+적극적 정치참여)’, ‘전략적 후퇴형(전문성+소극적 정치참여)’ 등 4가지로 영부인 스타일을 구분했는데 김여사는 ‘정치적 내조형’에 가까운 스타일로 보인다.

‘정치적 내조형’의 사례로는 육영수 여사와 이순자 여사를 꼽을 수 있는데, 김여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진화한 스타일로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이나 미셀 오바마처럼 영부인을 넘어서 대권을 꿈꾸는 유형으로 진단된다. 물론 이제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영부인이 대권에 도전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것도 남편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적 성과를 내고 정치적으로 성공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최근 윤대통령 지지율은 임기 말적 특징을 보이는데 여당인 국민의힘보다 낮고 핵심 지지층인 영남과 보수층에서 부정평가가 더 높으며 추가적인 하락세가 이어진다는 점이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공정(주)에 의뢰해 10일 실시한 조사를 보면 8월 마지막주(26~27일) 조사와 비교했을 때 긍정평가가 5.5%p 폭락한 27.7%에 머물렀다. 이는 여론조사공정이 대통령 지지율 조사한 이래 처음 20%대에 진입한 결과다.

뉴스피릿이 ㈜에브리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7~8일 전국 성인남녀 1천명 대상의 조사결과 역시 윤 대통령 국정운영에 대한 긍정 평가가 25.8%였고 부정 평가는 69.3%로 나타나 부정평가가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정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김 여사 자신에 대한 무혐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절체절명의 위기로 인식한 탓인지 김 여사의 현장 순시 ‘오버 액션’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욱 스산하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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