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손수조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삐져서 한동훈대표와 밥도 안 먹는다는데. 진짜야?"
"모르지. 그리고 진짜 삐졌다 한들 그렇다고 말 할까? 그냥 밥 한끼 먹고 안 먹고가 무슨 큰 의미가 있겠냐고 말을 하겠지. 하지만 ‘식사정치’라는 말이 있듯이 함께 식사를 하느냐 안 하느냐는 정치적으로 무조건 해석이 되지. 정치 처음하는 초짜도 아니고 밥 먹고 안 먹는 게 무슨 의미인지 뻔히 아는 사람들이 그걸 모르겠어? 난 알고 그런다고 봐. 물론 둘 다 여의도 정치권에는 처음이지만 검찰 집단도 얼마나 정치적인데, 그 사회생활 다 한 사람들이 그 의미를 모르겠냐 이 말이야. 감정이 완전히 돌아섰다고 봐 난."
"너무 유치한거 아니야? 우리 같은 일반인이 아니라 대통령이고 여당 당대표나 하는 사람들이 감정 상했다고 밥 안먹고 하는 거 너무 웃기다."
"그러게. 정치는 어쩌면 내가 좋아하고 보고 싶은 사람보다 조금 보기 껄끄럽고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더 만나서 타협점을 찾는 것일텐데, 이 부분이 지금 윤석열 대통령한테 약점으로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 이재명 대표와 영수회담 안 하는 걸로도 여러 번 비판받았잖아.
조금 더 대승적으로 사람을 품는다는 느낌이 들었으면 좋겠는데, 지금 너무 이미지가 본인 좋을 대로만 하는 고집쟁이처럼 비춰져. 검찰총장 시절에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호탕하게 내지르던 모습이나 동료 직원들과 서슴없이 국밥을 말아 먹던 털털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졌어. 대통령이 되고 나서 고집이 쎄진건지, 단점이 부각되서 이미지가 악마화 된 건지 진실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가 느끼는 이미지는 유치해져버렸지."
"나는 한동훈도 밉상이더라. 원래 형님 형수님 하고 알고 지내던 사람한테 문자 읽씹하고 무시하고 그러면 나라도 오만 정이 떨어지겠다."
"그렇지 일반적 정서상 이해가 안 되지. 도련님 하면서 잘 지내던 사람이 높은 자리 갔다고 갑자기 태도가 돌변하면 괘씸하지. 이제 앞으로는 나한테 공적으로 대하라고 하면서 사적인 연락을 딱 끊어버리는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잖아? 선거라는 중요한 상황, 영부인 명품백 수수라는 중요한 이슈 그리고 대통령과 여당 대표라는 막한 자리 이 모든 것을 감안한다 해도 난 한동훈 대표가 꼭 그렇게 하는 방법밖에 없었나 하는 생각도 들어.
‘이러 저러한 상황이 있으니 이러 저렇게 하는게 좋겠다 좀 이해해달라‘ 이런식으로 소통을 할 수 있잖아. 굳이 문자 읽씹하고 일방적으로 무시해버리면 이건 서로 감정이 상하고 앞으로 안 보겠다는 거지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어린양까지 보듬어 안는 대통령은 또 못 되는 거고 이쪽도."
"처음에는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아바타일거라 했잖아? 이제 그런 말은 쏙 들어갔네? 약속 대련 한다 이런 말도 있었고."
"맞아. 수십년이 된 인연이니 당연히 두 사람의 찐한 우정을 의심하지 않았어. 오히려 결국 국민의힘과 용산이 또 당정일체론에 빠져 한 통속이 될 것이라는 것을 우려했지. 하지만 용산에서 밀어부친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에서 대패하는 일을 기점으로 기류가 확 달라졌어.
’이거 용산 믿고 가서는 안 되겠구나‘ 하는 기류가 감지된 거야. 더 나아가 용산과 선을 긋고 각을 세워야 그 후를 도모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어.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하는 대권을 노리는 한동훈 대표에게는 이 노선 변경이 필수였다고 봐. 전당대회에 나왔던 나경원 대표도 그 전 전당대회 때와는 극명히 태도가 달라졌어. 친윤의 손을 뿌리쳤지.
결국 친윤의 손을 잡은 건 원희룡 진영이었고 그 선택은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했어. 용산과 각을 세운 한동훈 대표는 60%이상의 득표로 당대표가 됐고. 결과론적으로 보면 그래."
"그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는 이제 끝이야? 이러다가 또 화해무드 되는거 아니야?"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 하루아침에 어떻게 될지 사실 아무도 모르지. 보수 우파진영에서 보면 결국 윤석열 대통령도 한동훈 대표도 다 우리편인데, 우리편끼리 싸우면 뭐가 좋겠어. 이재명 대표만 좋겠지. 넒은 의미에서 나경원 원희룡 오세훈까지. 어쩌면 유승민 이준석까지 다 품어서 똘똘 뭉쳐야 다음 대선에서 이재명에게 이길까 말까 한 거 아니야?
집안 싸움 하다가 결국 나중에는 빅 텐트 안에 다 모이겠지 또.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진영 전체가 집권에 실패하면 그 모든 비난을 감당해야 할 텐데. 선거 앞두고 이합집산 하는 게 한 두번도 아니고. 결국 지금은 집안 내에서 자리싸움 하는 거라고 봐. 어쩔 수 없는 정치 생리인 것인데 그것이 굳이 너무 적나라하게 다 드러난다. 수가 너무 겉으로 다 보인다는 느낌? 이지.
굳이 그 싸움의 건설적인 면을 찾자면, 누가 먼저 국민의 맘을 얻는지로 내기하면 좋겠어. 가령, 이번에 윤대통령이 한동훈 대표 대신 인요한 의원 등과 식사하면서 의료대란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는데, 그 계기로 이 의료대란을 빨리 매듭짓는 물꼬가 트인다면 그들이 싸우든말든 누구랑 밥을 먹든말든 상관 없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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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