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의 '진실'] 민주당의 '금투세' 강행, '빼따꼼쁠리'는 알고 있나?

내년 1월 금투세가 시행되고 이에 따라 증시폭락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는 보유중인 주식을 팔고, 현금 보유자는 매수를 미루고 하는 식의 빼따꼼쁠리 현상이 국내 주식시장에 나타나고 있다./더팩트 DB

[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 강행에 열심인 한 야당 인사는 '아직 도입되지도 않은 금투세 때문에 증시가 하락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 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가 있다. 또 '대만이 금투세 도입 후 40% 증시가 폭락한 것은 금투세 때문이 아니라 금융실명제 도입 때문이었고, 금투세가 도입되면 증시가 폭락한다는 것은 공포 마케팅에 불과하다' 라는 취지의 언급도 있었다. 과연 그럴까?

올해 대한민국 증시는 세계 증시의 동반 상승세 속에서 나 홀로 소외되어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20개 증시 중에 코스닥 지수가 19위를 기록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꼴찌 20위는 좌파가 의회를 장악하여 대규모 증세를 공언한 멕시코 증시가 차지했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하겠다.

지금 금투세 강행을 밀어 붙이는 야권 일부 세력의 가장 큰 문제는 경제와 금융, 증시에 대해 너무나도 모른다는 것이다. 경제와 금융시장은 대표적인 복잡계라 아주 신중히 다뤄야 할 것인데도 그저 '5,000만원 이상 돈 버는 사람은 1% 밖에 안 돼' 따위의 단순무식한 방식으로 접근하니 깨어있는 시민들의 격렬한 반발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아직 도입되지도 않은 금투세 때문에 증시가 하락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말이 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확실히 명백하게 말이 된다는 것이다. 이는 증시의 '선반영' 기능, 프랑스의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표현 '빼따꼼쁠리(Fait Accompli)' 때문에 그런 것이다.

'빼따꼼쁠리'란 증시에 영향을 미치는 어떤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시장참가자들이 이를 미리 인지하고 움직이기 때문에 '선반영, 재료의 소멸, 기정사실화' 등의 현상이 일어난다는 뜻의 프랑스어다. 즉, 내년 1월 금투세가 시행되고 이에 따라 증시폭락이 빤히 보이기 때문에 기존 투자자는 보유중인 주식을 팔고, 현금 보유자는 매수를 미루고 하는 식으로 미리 대비한다는 것이고 실제 이에 따른 결과가 우리 증시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금투세 독박 피해 대상인 개인들이 많이 투자하는 코스닥 시장을 보면 이는 명확하다. 4.10 총선에서 금투세 강행 당론의 민주당 압승이 확실시 되던 4월 1일 코스닥 지수는 912p 였고, 이후 5개월 연속 하락하여 8월말 767p로 무려 16%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16,400p에서 17,700p로 오히려 8%나 올랐다. 양 시장 간의 차이 24%P 중 아주 많은 부분이 금투세 강행에 대한 빼따꼼쁠리 현상에 기인한 것임은 분명하다. 이는 거래대금을 봐도 명백하다. 2,3월 11조원 대의 코스닥 거래대금은 7,8월엔 7조원 대로 무려 40%나 떨어졌다. 기존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고 떠나고 현금 보유자들은 금투세가 무서워서 들어오길 꺼려하니 발생하는 당연한 현상이다.

이렇듯 금투세 빼따꼼쁠리 현상은 일별로도 자주 목격되는데, 윤석열 대통령 등 현 정부에서 금투세 폐지 입장을 천명하는 날의 증시는 상승하고, 진성준 등 야권 인사들이 금투세 강행 의지를 피력하는 날엔 증시가 하락하곤 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관찰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참가자들이 금투세 도입을 강력한 악재로 여기고 있고, 이의 도입 가능성 확률이 높아지고 낮아지고 함에 따라 반응하는 '빼따꼼쁠리'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금투세가 안고 있는 7가지 문제의 일명 금투세 칠거지악.

내가 금투세를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증시 때문만은 아니다. 경제는 복잡계라 한 해 국세의 0.3%에 불과한 1.3조 원 예상 세수의 아주 작은 세금 금투세 도입이 금융과 경제 전반에 심각한 위협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나는 경고했었고, 그것이 금투세 칠거지악 중 7번째 항목인 'IPO 시장과 하이일드 채권시장 붕괴' 였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빼따꼼쁠리 현상에 의해 이 7번째 문제점이 속속 현실화 되고 있다.

최근 상장 당일에 바로 공모가 밑으로 추락하는 엽기적인 일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내가 이미 3개월 전에 금투세가 통과되면 현행 규정상 5천만원 비과세 혜택을 한 금융사에서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 사람 당 수 십개의 증권 계좌를 활용하는 공모주 투자가 위축될 것이라는 경고가 그대로 현실화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단순히 공모주 투자자의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벤처 캐피탈 업계의 위기, 나아가서 IPO 제도를 통하여 지금은 대기업이 된 네이버, 카카오, 엔씨소프트, SM, 에코프로비엠 등의 사례가 다시는 나타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정말 '상하이 앞바다 나비의 날개짓이 캘리포니아의 허리케인으로 나타난다'는 나비효과의 전형적인 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가 예상하였던 '하이일드 채권시장 붕괴' 현상도 지금 현실화되고 있다. 4월 4.5조원에 달하였던 개인투자자의 채권 순매수 규모는 8월 들어 2.1조로 절반 이상 줄어 들었다.

금투세 시행을 내세운 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에서 압승하자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실제 채권 순매수 수치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개인의 채권 순매수가 최근에는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에 집중되고 있다"며 "투자 대기 자금 단기 운용 목적과 함께 금투세 관련 불확실성이 영향을 미쳤다고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5월 GS건설, 7월에는 롯데건설의 회사채를 기관 대신 소화해 주면서 자금조달 숨통을 트이게 해주기도 했다. 금투 업계 관계자는 "금투세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연말에 ‘본드런(bond run)’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하반기 한국전력공사 채권을 비롯한 대규모 공사채 물량이 있어 신용경색 발생 시 ‘제2의 레고랜드’ 사태 발생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내가 XX대 법학과 나온 진성준 정책위의장을 교체하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경제는 복잡계라 특히 조세정책은 전문가가 신중히 다루어도 어려운 분야다. 이를 경제 경험 하나 없이 운동권 경력만 있는 정책위의장이 나 같은 경제 전문가의 조언은 싹 다 무시하고 자신의 얄팍한 신념만 갖고 밀어 붙이니 이렇듯 파멸적 상황이 도래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원래 정책위의장 자리는 기재부 공무원 출신이나 경제학자나 오랜 실물경제 경력자 등 경제통 혹은 금융통이 맡아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를 '주식 한 번 해 본 적 없고, 경제학 근처도 가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맡아서 학생운동 하듯 해서야 되겠는가?

수권능력을 가진 정당으로 거듭 나려는 의지를 내 비치고 있는 민주당 측의 과감한 결단을 요청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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