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혁의 '진실'] 지금은 '금투세' 강행보다 공부가 먼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을 비롯한 12개 투자자 단체 회원들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금투세 폐지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뉴시스

[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지난주 민주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자신은 사모펀드로부터 돈 한 푼 받은 바가 없고, 사모펀드 들어본 적도 없다"라고 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모펀드 로비 때문에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를 강행하려는 것이 아니다' 라고 강력히 주장했다. 내가 특히 이런 의문을 많이 제기한 바 있는데, 그 이유는 정의롭지도 않고, 세수도 오히려 줄어들고, 여러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것을 이렇듯 강행처리하려 함은 이익을 보는 세력의 로비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 때문이었다. 그런데, 문득 진성준 등 민주당 의원들이 로비를 받아서가 아니라 진짜 몰라서 이러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8월 16일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개미투자자에게도 좋은 게 있다"며 "외국 (주식 시장) 투자하는 부분에 대해 반드시 20% 세율로 과세한다. 국내에서 손실을 보고 외국에서 이익을 보면 이들 이익분을 통산해서 과세하는 게 합리적이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외국 투자 이익과 국내 손실을 합산해서 세금이 줄어드는 영향도 있다" 라고 말하였다. 나는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왜냐하면 민주당의 원내대표조차도 현행 금투세 법안의 기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니까.

민주당 일각에서 강행처리 하려 하는 현행 금투세는 손실 발생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모든 금융상품을 대상으로 하고, 이를 국내주식은 1그룹, 채권, ETF, ELS, ETN, 펀드, 파생상품, 비상장주식, 그리고 해외주식 등 그 외 모든 금융자산을 2그룹으로 분류한다. 1그룹인 국내 상장주식에는 5,000만원의 기본공제가 부여되지만, 해외주식은 2그룹으로 분류되어 다른 다양한 금융자산들을 모두 합쳐 250만원의 기본공제만 부여될 뿐이다. 그리고 당연히 1그룹과 2그룹 사이의 손익통산 따위는 없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런 기본 구조도 모르고 헛소리를 한 셈이고, 더 큰 문제는 대한민국에 수 많은 언론사와 기자가 있지만 이런 기초적인 오류조차 바로 잡아 말하는 곳이 단 한 곳도 없었다는 것이다.

민주당 안도걸 의원은 최근 이데일리TV 신율의 '이슈메이커' 방송에 출연하여 '사모펀드 세금이 준다는 것에 대해서?'라는 질문에 '사모펀드에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이고 ISA 등 절세계좌를 적극 활용하면 된다'라고 답변하였다. 이 또한 현행 민주당의 금투세 법안의 골자를 전혀 잘못 이해한 답변이다.

630조 원 정도에 달하는 사모펀드 중에서 없던 세금이 생기는 것에 해당하는 상장 주식형 사모펀드는 그 규모가 20조 원에 불과하다. 150조 원이 넘는 부동산형 등 600조 원에 달하는 사모펀드의 수익자들은 현행 금투세 도입 시에 종합과세 최고 49.5% 세율에서 22%~27.5% 분류과세 세율 적용으로 대략 8조 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절세효과가 발생한다. 게다가 사모펀드 세율 인하와 ISA 절세계좌는 전혀 연관성이 없는 얘기이다. 수백억 수천억 원을 굴리는 사모펀드 수익자들에게 고작 수천만 원 한도의 ISA 계좌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제와 금융통 자격으로 비례대표가 된 안도걸 의원조차 이해 수준이 이러하니 민주당 전반의 금투세 이해 수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8월 13일 JTBC 오대영 라이브 {단도직입}에 출연하여 금투세 강행 의지를 강력하게 드러내었다. 문제는 그 방송에서 진성준 의원이 한 말씀 중에 진실에 부합하고 사리에 맞는 부분보다 그렇지 않은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이라 하면 금투세를 누구 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할 터인데도 정말 낙제점에 가까운 이해도를 갖고 있어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금투세 도입해도 증시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란 주장, 거래세 체제는 사우디 아라비아 같이 소득세 개념이 없는 나라에서만 도입하고 있다는 얘기, 사모펀드 수익자의 97%가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란 얘기 등이 전혀 사실과 이치에 맞지 않는 얘기로 시종일관 하고 있어서 일일이 그 잘못된 점을 지적하기엔 지면 부족이 안타까울 정도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의 금투세 이해도는 총체적 난국이고 재앙에 가까운 수준이란 말로 갈음하고자 하며, 그 중 하나만 사실을 바로 잡자면 이렇다.

"우선 사모펀드 투자 규모가 한 600조 원 정도 됩니다. 그중 97%는 연금이나 기금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투자를 합니다. 그런데 이런 기관 투자자들은 아예 금투세 같은 건 대상이 아니고 법인세로 다 세금을 내도록 돼 있습니다. 금투세 해당 사항이 없어요."

2022년 말 기준으로 사모펀드 투자자 중 금융기관이 차지하는 비중은 74.3%로 97%라는 진성준 의원의 말은 명백히 틀린 것이다. 게다가 이 금융기관 74.3%가 모두 진 의원이 얘기한 '연금이나 기금같은 기관투자자'인 것도 아니다. 이 74.3% 중의 상당수는 '재간접펀드'라고 해서 사모펀드에 투자한 사모펀드이고, 또한 큰 부자들이 가족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XX파트너스, XX에셋 등의 자산운용사나 벤처투자사가 대다수이다.

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의 사돈 회사인 고려아연은 ‘원아시아 파트너스’라는 자산운용사를 실질 지배하고 있고, 이 원아시아 파트너스가 투자한 사모펀드가 카카오와 공모하여 SM 인수전 관련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김부겸의 사돈 가족들이 소유한 ‘원아시아 파트너스’가 바로 위 통계의 금융기관 74.3%의 다수를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행 민주당의 금투세 법안이 통과되면 김부겸 사위 일가가 '원아시아 파트너스'에서 돈을 인출할 때 기존에는 49.5%의 세율을 적용받던 것이 22%~27.5%로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진성준 의원의 JTBC 인터뷰는 금투세 도입에 따른 이런 세금 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써 제 1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의 전문성과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심각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현재 민주당 내 금투세 강행 의견을 얘기하는 의원들과 관련된 지식인, 언론인들은 한결 같이 "투자자 1%만 해당된다. 5천만 원 이상 벌어야 세금 낸다" 는 식의 단순화된 주장만 무한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 민주당의 금투세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다. 세법이란 것이 하나를 바꾸면 관련된 수 십, 수 백 가지 관련 세금 체계에 영향을 미치고, 나아가 금융시장과 경제전반에도 다양하고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제는 복잡계'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제는 이런 복잡한 여러 사항에 대한 이해 자체가 민주당 내에 부재하다는 것이다. 정책위의장, 금융통 비례의원, 원내대표조차 이러할 진데 그 외 의원들은 더 말 해 무엇하겠는가? 따라서 현재 민주당 일각의 금투세 강행은 자신들이 이해하지도 못하는 법안을 오로지 의석 수만 믿고 밀어 붙이려는 '독재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지금은 금투세를 강행할 때가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이 금투세 공부를 먼저 하여야 할 때이며, 관련해서 나는 언제든 민주당 의원분들게 금투세 관련 제반사항에 대한 교육을 해 드릴 의사가 있음을 밝히는 바이다.

법 내용도 모르면서 무작정 시행하려 함은 도대체 무슨 경우인가? 민주당의 각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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