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지금도 민주당사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 있다. 이는 민주당이 김대중 정신과 노무현 정신을 계승한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대내적으로는 정치철학으로 삼고자 함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진성준 등 민주당 일각의 행태는 노무현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기에 심히 우려스럽다.
2002년 노무현이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난 후 일성은 "대한민국이 토론공화국이 되었으면 한다" 는 것이었다. 강금실 법무부장관 임명을 앞두고 이에 반발하는 검찰조직과 '평검사와의 토론'을 기획하여 당시 엄청난 시청률과 화제를 몰고 왔던 것은 그 때를 사신 분들에겐 또렷히 기억에 남아 있을 것이다. 당시 정치적 반대편에선 토론만 무성하고 실제 이뤄지는 일은 없다 라는 뜻으로 '노무현 정부는 NATO (Not Action Talk Only) 정부' 라고 비아냥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왜 그토록 토론을 중요하게 여겼을까? 토론이 바로 민주주의의 핵심 실천 도구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그의 저서 '자유론'에서 소수의견도 자유롭게 표현되어야 할 네 가지 이유에 대해 말한 바 있는데, 그 중 세 번째는 '일반에게 널리 인정되는 진리라 해도 논쟁이 허용되지 않고 실제 논쟁도 되지 않는다면 사람들의 대다수가 그것의 합리적인 근거를 이해하고 실감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다.
J.S 밀의 말 그대로 지금 민주당 진성준 등은 금투세(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하여 마땅히 받아 들여야 할 토론을 회피함으로써 금투세를 반드시 내년 1월부터 꼭 실시해야만 하는 합리적인 근거를 이해하고 실감하는 국민들이 아무도 없는 실정이다. 진성준 등의 주장은 '금투세는 하여간 선진적이고 1% 부자만 내는 것이고 금융시장에 악영향 따위는 없으니 군말 말고 하라는 대로 해' 라는 식이다.
그러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과세체계와 증시환경은 후진적인데 왜 선진국 세제를 따라야 하나? ' ' 초고부자 사모펀드 세금은 반으로 깎아주면서 이를 부자감세라 하는 게 맞나? ' '금투세 강행이 가시화되면서 국내 증시 상승률이 세계 꼴찌이고 투자자들의 증시 이탈이 확연한데 영향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 따위의 합리적 의문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식으로 당연히 대답해야 마땅한 주권자의 질문을 외면하고 자신의 극도로 편향된 주장만 계속 늘어 놓으면 어쨌든 민주당이 다수당이니 힘으로 밀어 붙이겠노라 하는 것은 독재정치를 하겠노라고 선언함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마땅히 국민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할 의무가 있고, 지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금투세 민생 토론회'를 수락하여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것이면 지금 당장 '토론 공화국'을 주장하신 노무현의 사진을 당에서 내려야 할 것이고, 당 이름을 '민주당'에서 '독재당'으로 바꿔야 마땅할 것이다.
덧붙여 대한민국의 언론들에게 쓴소리 한 마디를 하고자 한다. 골방에서 여야 의원 둘이서 만나 토론을 한다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견을 가진 여 야 쌍방이 공정한 룰 아래서 상호 토론하고 이 토론의 전 과정이 매스미디어를 통해 다수 시민들에게 보여지고 이를 토대로 판단하게 하여야만 제대로 된 '토론 공화국'이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다.
토론의 장을 개설하고 공정한 토론을 진행하며 이를 투명하게 대중에게 알릴 의무가 우리 언론에게 있고, 그래서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과 판례는 이런 언론의 자유와 권한에 대한 많은 특권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언론은 지금 이런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 금투세 논쟁 건만 해도 이는 확연하다.
과거 대한민국에는 언론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암묵적 룰이 있었다. 나는 과거부터 이 암묵적 룰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만의 색깔이 있듯이 언론 또한 언론만의 색깔이 있는 것인데, 그 색깔을 지우라 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언론의 정치적 편향성도 백 번 이해한다. 실제로 선진 민주주의 미국의 경우에도 워싱턴 포스트는 60여년간을 대놓고 민주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한 사례 등도 있다. 과거에는 쉬쉬하면서 편향성을 띠다가 이제는 대놓고 편향성을 드러내는 것이니 이를 두고 시비를 삼을 것은 아니라고 나도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도 ‘금도(禁度)’라는 것이 있다. 지금 일부 치우쳐 진 언론은 금도를 너무 쉽게 벗어나고 있고, 금투세 관련 논의 또한 마찬가지다. 올해 4월께부터 금투세는 증시와 일반 국민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되어 왔다. 당연히 찬성과 반대의 양쪽 논리를 공정하게 보도하고 찬성과 반대의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초청하여 공정한 토론의 장을 제공할 의무가 언론에 있지만, 우리 언론은 이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진성준 등의 '금투세는 1% 부자에게만 매기는 세금이다 ' 따위의 사실과 명백히 어긋나는 일방적 정치 프로파간다를 펼칠 장 만을 마련해 주었을 뿐이다.
그 결과 여전히 금투세 관련 진짜 문제점 등에 관한 국민들의 이해 정도는 턱 없이 낮다. 나의 노력으로 먼저 깨어난 시민들이 금투세의 본 모습을 깨닫고 이를 동료시민들에게 알려 줌으로써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점차로 늘어나고 있음은 다행이라 하겠다. 더 많은 시민들이 금투세의 본 모습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의사를 결정케 할 책임이 언론에 있고, 최근에 일부 언론에서도 이런 책임을 다 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 또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주에 이런 일이 있었다. 한투연(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정의정 대표께서 제게 금투세 관련 토론 방송에 참여해 달라는 언론 두 곳의 부탁을 받고 금투세 폐지의 입장에 서 있는 나를 추천해 준 바가 있다. 나는 당연히 승낙하였고, 금투세의 본 모습을 많은 시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 것에 크게 기뻤다. 그러나, 곧 두 언론사에서 갑자기 방송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왔다. 여전히 대한민국 일부 언론은 지나치게 편향적이며 금도를 어기는 짓을 계속 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토론은 좀 더 나은 진실에 도달하는 확실한 방법이다. 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월터 리프먼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 역시 토론을 통해서만 지켜지고 유지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토론 공화국'을 만들려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토론의 장에 나오기를 거부하는 세력과 공정한 토론의 장을 만들기를 꺼려하는 일부 언론은 민주주의의 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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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