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강현의 Better-biz] 고가 벤츠의 중국산 배터리…차주는 뿔났다


벤츠와 '짱개'를 합친 '짱츠'라 비하하는 작금의 현실 직시하길

지난 5일 오후 인천 서구 청라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소된 벤츠 전기차가 지게차로 옮겨지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성강현 기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따지다가 낭패를 본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주머니 사정 고려해 차선으로 값싼 가격의 제품을 선택했다가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제야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곱씹게 되며 ‘가격이 비싼 만큼 제값을 한다’에 고개를 끄덕인다.

지난 1일 인천 서구 청라지구 아파트 단지 지하주차장에서 난 큰 불의 원인인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에 저가의 중국산 배터리가 탑재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해당 차량은 국내에서 1억원을 훌쩍 넘기는 고가의 전기차다. 차량 화재로 EQE에는 중국산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장착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NCM 기준 중국산 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제품과 비교하면 20~30% 이상 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안정성에 물음표가 달린다.

세계 최고 럭셔리 브랜드를 믿고 구매하는데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부품인 배터리가 ‘저품질’이란 사실에 '속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벤츠 EQE 차량에는 중국 배터리 제조사 '파라시스 에너지'의 제품이 탑재됐다. 해당 차량의 배터리는 NCM 타입으로, 정확한 모델명은 알려지지 않았다.

벤츠 EQE에는 같은 차종이라도 연식과 사양에 따라 다양한 배터리가 탑재되고 있다고 한다. EQE 일부는 중국 배터리 업체 'CATL'의 제품도 탑재됐지만, 이번 사고 차량에는 파라시스의 제품이 탑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벤츠 차주들 대다수는 "럭셔리카가 중국산 배터리를 썼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분노한다. 더 나아가 국내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파라시스’ 제품을 썼다는 점에 벤츠가 뒤통수를 쳤다는 반응이다. 전기차에서 배터리는 차량 가격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만큼 검증된 유수의 제품을 썼을 것이라는 믿음을 배신했다는 의미일 거다.

즉 벤츠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믿고 값비싼 가격을 지불했건만 ‘값어치’를 전혀 못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과거 파라시스가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중국에서 리콜을 진행했다는 사실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지난 2021년 3월 파라시스는 중국 당국으로부터 특정 환경에서 배터리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전기차 3만1963대를 대상으로 리콜을 지시받기도 했다. 당시 파라시스는 결함을 인정하고 리콜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도 했다.

결국 벤츠 전기차 차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셀을 탑재한 벤츠 EQE는 국내에서 3000대가량 운행하고 있다. 아무것도 모를 해당 차주들과 이웃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관련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문제는 벤츠의 태도다. 벤츠 관계자는 "벤츠는 회사의 정책에 따라 차량에 들어가는 납품업체의 정보를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으며, 배터리셀 뿐만 아니라 모든 차량 부품에 대해 알리지 않는다"고 했다. 실제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배터리 정보를 완성차업체로부터 확인하긴 어렵다.

그렇다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나면 다행이다’라고 여겨야 하나? 우려스럽다. 자동차 중심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소비자들이 벤츠와 '짱개'를 합친 '짱츠'라고 비하하는 작금의 현실을, 벤츠는 직시하기 바란다.

아울러 이번 벤츠 전기차뿐 아니라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며 전기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 확산을 막기 위해 다음 달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기로 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아닌 선제적 대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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