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박순혁 칼럼니스트] 왜 고집을 부리는지 알 수 없다. 도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나를 포함한 다수의 금융 전문가들의 여론 환기로 인해 친문세력이 주도하여 2020년 입법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너무나 많은 모순과 문제점이 존재하는 법안이란 사실이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의 일부 세력들은 문제를 알면서도 강행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기는 모양새다.
금투세의 문제는 바로 1) 사모펀드 수익자의 세금은 반으로 깎아주고 중산층과 서민에겐 없던 세금을 새롭게 과세한다 2) 개인만 금투세를 내고 기관과 외국인 법인은 내지 않는 '개인독박과세'다 3) 새롭게 걷는 금투세는 1.3조 원인데 증권거래세 5조 원과 사모펀드 소득세 8조 원 등 총 13조 원의 세수가 덜 걷히는 부당한 감세법안이다 4) 금투세 때문에 자녀, 아내, 부모님 등 부양가족의 연말 정산에서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5) 금투세 부과로 건강보험료가 동반해서 크게 늘어날 수 있다 6) 금투세를 원천징수 하는 바람에 한 개 금융사에서만 5천만 원 공제 혜택을 받고 나머지 금융사 계좌에서 발생한 금융소득은 단 돈 천원만 넘어도 과세된다 등이다.
애초에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의 이해찬 당대표를 축으로 하는 친문 세력들이 다른 세법 규정과의 상충 가능성, 우리 과세제도 전반에서의 조화 여부, 제도 도입시의 실효성과 부작용 등에 대한 기재부 공무원들의 경고를 싹 다 무시하고 금투세를 힘으로 밀어붙여 강행처리한 결과 이렇듯 말도 안 되는 입법상의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한 때 이런 금투세의 문제점을 애써 못 본척 하던 민주당과 민주당 성향의 시민단체, 지식인 그룹들도 이제는 이를 어쩔 수 없이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6월 16일 대구 MBC 방송을 통해 방영된 '시사톡톡의 금투세 토론'에서 금투세 찬성 입장에 섰던 나라살림 연구소 이상민 수석위원 또한 토론 중에서 '금투세 원천징수는 문제가 많다. 고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한 바가 있다. 7월 3일 국내 14개 증권사와 해외 2개 증권사 등 총 16개 증권사 CEO들은 이복현 금감원장과의 간담회에서 원천징수 문제 때문에 금투세가 강행될 경우 소수 대형 증권사로 자금 이동이 극심해져서 중소형 증권사의 파산과 금융 시장의 혼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하루 빨리 폐지든 유예든 결론을 내어야 한다고 촉구한 바도 있다. 이날 같이 참석한 서유석 금투협회장 또한 하루 속히 금투세 폐지 또는 유예의 결정을 내려서 시장 혼란 상황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징수의 방법에 관련하여 현재 금투세는 너무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어 속히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세무 업무를 총괄하게 될 신임 국세청장의 청문회에서도 나온 바가 있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금투세를 확정신고로 하게 되면 납세자들의 협력 비용도 엄청나겠지만 저희도 그것을 해내기가 정말 어려울 것 같다" "금투세를 원천징수로 하게 되면 2천만 개인투자자들의 복리투자효과 상실에 따른 피해가 예상된다" 라며 금투세 폐지 만이 대안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였다.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또한 이런 금투세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폐지에 가까운 유예 쪽으로 당론을 정리하려는 듯하다. 실용주의를 기반으로 수권능력을 보여 줘야만 다음 대선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을 하는 것 같다는 것이 세간의 평가다.
그런데, 유독 민주당의 친문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투세는 문제가 분명히 있지만, 일단 내년 1월 원안대로 시행하고 이후 고칠 점은 고치자'는 억지 주장을 굽히지 않음은 심히 실망스럽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진성준 위원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납세 방식이라든지, 금융투자 소득이 포착됐을 때 연말정산 소득공제에서 자녀공제를 제외하는 문제 등은 부분적인 손질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면서도 내년 1월 금투세 강행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는 마치 외양간이 여기저기 무너져 있고, 지붕은 비가 새고, 곳곳에 곰팡이와 병균이 우글우글하며, 잠금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는데도 일단 소부터 사와서 기르고, 문제되는 부분은 나중에 고치면 되지 않냐라고 우기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다. 부실한 외양간으로 인해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자는 격이니 이 무슨 황당한 논리인가.
정상적이라면 당연히 '외양간을 먼저 고치고 그 다음에 소를 기르는 것'이 순리이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국민의 혈세로 세비를 받는 국회의원의 마땅한 의무이다. 그렇지 않은가? 이렇듯 진성준 정책위의장과 친문 의원들이 소야 어찌 되든 말든 나는 모르겠고, 무조건 내년부터 금투세를 시행해야 한다고 우기는 모양새는 금투세 도입 시에 세금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사모펀드들의 이익을 대변한다고밖에는 달리 이해할 길이 없다.
최근 미국 대선 판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Baby, Drill baby" 라고 말했다고 한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주장하는 민주당과는 달리 석유 생산과 사용의 확대를 적극 주장하기 위한 일종의 수사이다. 이는 2020년 중간 선거 때 텍사스 석유 재벌 코브 형제가 4천만 달러를 선거 자금으로 제공하는 등 석유 업계가 공화당의 정치자금줄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의 금투세 강행 의지도 의혹을 낳게 한다. 사모펀드 이익을 위한 금투세 강행을 민주당, 특히 진성준 의원을 비롯한 친문세력이 왜 이렇게 강행하려고 하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나의 의심이 사실로 귀결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 다수의 공익을 위하는 정치를 기대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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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 시각으로 더팩트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