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석] '최악' 오명 쓴 21대 국회, 끝내 상생 정치는 없다


'채 상병 특검법' 거부권 이후 정국 대혼돈
22대 국회 개원서부터 대치 정국 가능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여야의 대치 정국이 심화하고 있다.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앞둔 터라 여야의 대치는 더욱 첨예해질 전망이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살다 보면 '마무리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업무든 사회생활이든지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게 끝맺음이다. 어떤 일이든 끝이 좋지 않으면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겨서 일 것이다. 수능을 떠올려 보면 꼭 과정과 결과가 비례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하다못해 누군가 다퉜을 때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에 따라 관계가 소원해질 수도 있고 극단적일 때는 끊어질 수도 있다. 반대로 더욱 돈독해지기도 한다.

어느덧 21대 국회의 시계도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오는 29일 이번 국회의 임기는 종료된다. 사실상 28일 국회 본회의를 끝으로 이번 국회는 문을 닫는다. 지난 4년간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여야는 쟁점 현안을 두고 사사건건 싸웠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 난 것처럼 강하게 충돌할 때도 있었다. 거대 양당이 계파 갈등 등 집안싸움으로 바람 잘 날 없는 날이 많았는데 애초 여야의 협치를 기대한 게 무리일 수도 있겠다.

아니나 다를까. 막바지에 다다른 상황에서도 여야는 대치 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에 위배 된다는 이유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다.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다. 여야는 경제가 침체하든 말든, 민생이 어렵든 말든 온통 특검법 재의결을 둘러싼 셈법에 몰두하고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민생 해결을 위한 협치는 물 건너갔다 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도 거론되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 부부에 관한 특검을 당사자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 체계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한 반헌법적 행위"라면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암묵적·정치적 예의는 깨지고, 국민적 유행어가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고민정 최고위원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 윤 대통령을 향해 "탄핵의 방향으로 계속 기름을 붓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28일엔 본회의를 열어 표결하겠다고 22일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다. /국회사진취재단

민주당은 28일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부결돼 폐기되면 22대 국회에서 1호 법안으로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국회에서는 범야권이 192석을 확보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탄핵을 추진하기 위한 작업으로 보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반복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여야의 첨예한 대치 정국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새로운 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정쟁으로 시작한다면 희망이 보이지 않을 것 같다.

현재와 과거의 영부인을 둘러싼 여야의 정쟁도 한창이다. 범야권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강하게 때리고 있고, 국민의힘은 2018년 문재인 정부 시절 김정숙 여사의 인도 타지마할 방문을 재소환해 역공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김 여사가 세금으로 인도를 방문한 과정을 들여다보고 특검을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야의 극한 대치는 장기화될 조짐이다.

언제까지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쟁을 바라만 봐야 할까. 총선 이후 민생 법안에는 손도 대지 않은 여야다. 임기 종료를 앞두고 막판 법안 심의가 이뤄져도 모자랄 판인데 여야는 대치 정국을 해소하려 노력하지도 않는 모습이다. 민생과 직결된 법안을 무시한 채 대치를 이어간다면 그 피해는 국민으로 돌아가는 데도 말이다. 어려운 민생과 경제를 챙기겠다는 여야의 다짐은 사실 허언이다. 책무를 소홀히 하는 점에 대한 책임은 없다.

21대 국회 막판이 영 개운치 않다. 국민이 수고했다고 격려해줄지 의문이다. 부디 22대 국회는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22대 국회에 이같이 당부했다. "유불리가 아니라 옳고 그름을 따진다면 그 선택이 최선이고 후회가 없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새로운 국회에서는 당리당략과 유불리의 오류에 빠지지 않고 오직 국민의 눈높이에서 상생의 정치, 대화와 타협의 국회, 진정한 의회주의가 이뤄지길 희망한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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