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신진환 기자]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 4강전을 앞두고 한국 축구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의 물리적 충돌 사태가 알려진 후 후폭풍이 거세다. 지난 13일 외신 보도로 이른바 '탁구 게이트'가 알려진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축구팬들의 공분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이 큰 영향이지 않을까 짐작한다.
축구팬들은 한국 축구대표팀이 준결승에서 단 한 개의 유효슈팅을 기록하지 못하며 굴욕적으로 요르단에 완패했다는 결과에 분노했다. 이후 대표팀 사령탑에서 경질된 클린스만 전 감독의 리더십과 전략 부재가 도마에 올랐고, 수수방관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책임론이 빗발쳤다. 특히 클린스만 전 감독은 끝까지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축구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시선을 정치권으로 돌려보자. 더불어민주당도 공천 문제로 축구대표팀 내분 논란 못지않게 시끄럽다. 4·10 총선을 불과 50여 일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사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서울과 광주 등 일부 선거구에서 현역 의원을 뺀 여론조사가 진행된 데 이어 당 공천관리위원회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대상자 통보 등을 둘러싼 내분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통보 대상자에 포함된 이들의 공개적인 반발도 터져 나왔다. 비명계 박용진 의원과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윤영찬 의원은 20일 '이재명 사당화'를 직접 거론했다.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국회부의장인 김영주 의원도 전날 "지금의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사당으로 전락했다"면서 탈당을 선언했다. 나머지 하위 20%에 포함된 비명계 의원들도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비명계 홍영표 의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원칙대로 공천과 경선이 진행돼야 한다"고 했다. 당내에서 공천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것을 짐작하고도 남을 대목이 많다. 계파색이 옅은 한 의원은 최근 통화에서 이렇게 토로하기도 했다. "(출마) 지역에서 같은 당 (예비)후보가 이재명만 외치고 있어 이게 뭐 하자는 건가 싶다."
확실히 공천을 둘러싼 민주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당 안팎에선 하위 20%에 해당하는 31명 가운데 비명계 의원이 대거 포함됐다면 거센 반발은 불가피하다. 벌써 분당 사태가 현실화할 수도 있다는 말이 들린다. 선거철마다 공천 갈등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라지만, 분열상황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 자체만으로 혁신 공천, 시스템 공천에 대한 기대감을 낮춘다.
친문(친문재인), 비명계 의원들이 친명의 사천 공천, 밀실 공천의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억울한 희생자인지, 권력을 쥐기 위한 저항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점은 계파 간 기 싸움 차원을 넘어 당내 불화가 심각한 수준으로 비친다는 점이다. 무언가 본 듯한, 익숙한, 2016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의 분당 사태의 데자뷔 같다.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은 하락세다.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위기 상황이다. 전국단위 선거의 공천은 지도부의 리더십을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로 여겨져 왔는데, 이재명 대표는 이간계를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을 나타냈다. 과연 이 대표가 내린 이간계는 단순히 외부의 갈라치기로 치부할 수 있을까. 64년 만의 우승에 도전했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감독의 '해줘' 전략과 내부 다툼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축구의 핵심은 '원팀'이다. 이 대표나 민주당이 그렇게 외치는 '원팀'과 같다. 공천 앞에서 과연 이재명 민주당은 '원팀'으로 거듭날 수 있을까.